3장
“미쳤어.”
사실이었다. 동선은 눈을 감았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 애초에 곧 죽을 사람이 자신에게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너무나도 이기적인 일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왜?”
“아니.”
동선은 고개를 푹 숙였다.
“가.”
“어?”
“가라고.”
“갈 곳이 없어.”
영준의 말에 동선은 코웃음을 치면서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 모든 것을 다 가진 부잣집 도련님이 지금 갈 곳이 없다는 말. 이 말을 쉬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거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원룸이야.”
“알아.”
“그런데 네 공간이 있다고?”
“여기.”
영준은 자연스럽게 매트에 누웠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영준에게 그냥 말려들 수는 없었다.
“아니 도대체 죽을 사람이 왜 치료를 받지 않고 여기에 있는 거야? 그 정도라면 병원에 있어야지.”
“어차피 죽는데.”
“뭐?”
“죽는다고.”
영준이 너무나도 덤덤하게 말하자 동선은 침을 삼켰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
“죽어.”
영준의 미소. 동선은 눈을 감았다.
“젠장.”
“미안해.”
“미안하데 여기에 왜 있어.”
“이제 죽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이제 정말로 끝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러니까 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네가 있어야 한다고. 그런 거라고. 네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미친.”
동선은 낮은 욕설을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과 영준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그토록 영준에게 남아달라고 했지만, 영준은 그를 떠났고 그 시간은 꽤나 오래 됐다.
“우리 만난 지. 아니지. 그냥 잠시 보고 그렇게 이상하게 되어버린 거. 그거 벌써 2년이나 지났어.”
“내가 마지막에 잔 남자는 너야.”
“아니.”
동선은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이런 말을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이게 더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너 게이도 아니잖아.”
“맞아.”
“아니.”
동선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영준은 그저 그것을 실험하려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뭐가를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너는 날아 자는 순간에도 불안했어. 나에게 뭘 하기 보다는 그저 내가 해주는 것을 받고 싶어했잖아. 그런데 지금 너도 동성애자라고 말을 하는 거야?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마. 그거 아니야.”
“왜?‘
“왜라니.”
동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동선은 재킷을 집어들었다.
“일어나.”
“왜?”
“모텔이라도 데려가게.”
“거기서 하게?”
“미쳤어.”
동선의 대답에 영준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너도 아는 것처럼 나 그렇게 쉽게 포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야. 나 고집이 센 거. 당신도 알잖아.”
“당신?”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준은 미소를 짓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선의 목에 팔을 걸고 조심스럽게 입을 가져왔다. 동선은 고개를 돌려서 그걸 피했다.
“마음도 없는 사람이랑 싫어.”
“거짓말.”
영준은 동선의 아랫도리에 손을 가져갔다. 어느 새 뜨겁게 서버린 그것에 동선은 얼굴을 붉혔다.
“젠장.”
“귀여워.”
영준은 가볍게 동선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이래서 너를 잊지 못하는 거야. 네 몸은 너무나도 솔직하거든. 절대로 부정하지 않고. 그게 옳은 일이라면 무조건 그것을 햐해서 나아가거든.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도 싫어.”
“왜?”
“아프니까.”
동선의 말에 영준은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목을 이리저리 풀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왜?”
“뭐?”
“그거 아무렇지도 않아.”
“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영준은 목을 풀고 살짝 몸을 떨어뜨렸다.
“나 운이 좋아.”
“무슨?”
“신경이 문제가 있어서 아프지 않대. 뭔지도 몰라. 제대로 듣지도 않았으니까. 그냥 죽을 뿐.”
무덤덤하게 말하는 영준을 보며 동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려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 나를 처음에 보고 되게 무거운 표정만 지었어. 진지한 표정만 짓고. 그거 이상하지 않아?”
“미안해.”
“아니. 사과를 하라는 게 아니야. 그 순간 나는 너를 웃기려고 노력을 했는데 너는 그러지 않았어.”
“응.”
영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고 혀를 내밀고 미소를 지었다.
“네가 자꾸만 약속을 바꾸고 했으니까. 그거에 나는 두려움을 느낀 거야. 그거 너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거 나에게 있어서는 꽤나 겁이 나는 일이었거든. 내가 남자를 만나는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네가 그런 식으로 자꾸 피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거야 내가 일을 마치고 오는데 네가 만나자고 우긴 거였으니까. 대화도 몇 번 한 적이 없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데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어? 거기에서 내가 뭘 하는 거냐고?”
“그러니까.”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려다가 영준을 보고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재킷을 걸쳤다.
“그냥 펴.”
“미쳤어.”
동선은 영준을 두고 나갔다. 영준은 그런 동선이 사라진 곳을 보면서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몸을 뉘였다.
“젠장.”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영준이 다시 그의 삶으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고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미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영준.”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죽는다고 하니 뭔가 다른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먹을 거 없어?”
“있을 리가 있어?”
“그래.”
아침부터 일어나 식사를 찾는 영준을 보면서 동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이기적인 녀석이었다.
“뭘 하자는 거야?”
“뭐가?”
“아니 지금 나랑 뭘 하자는 거냐고? 이제 죽기 전이니까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그냥 마지막에 만났던 남자를 다시 찾아오고 싶었어? 그럼 내가 무조건 너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응.”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영준의 대답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왜?”
“왜라니?”
“아니.”
영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기적일 수가 있어? 그런 말을 내가 들으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는 그래. 나 애인도 많았어. 아니 지금도 애인이 있어. 그러니 가.”
“거짓말.”
“뭐?”
“없잖아.”
영준의 미소에 동선은 침을 삼켰다.
“뒷조사야?”
“아니.”
영준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그럼?”
“손가락.”
“어?”
“반지 자국이 없어서.”
“아. 그게 무슨.”
대충 말린 거였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었다.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지금 자신을 가지고 무슨 장난을 하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나를 흔든다고 해서 내가 변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나 절대로 그러지 않아.”
“알아.”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이 쉽게 자신을 받아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건 당연했다.
“그래서 오래 보려고.”
“뭐?”
“잠은 여기에서 자고 월세는 반을 낼게.”
“아니.”
“그리고 카페에 와. 커피는 무료.”
영준이 미소를 지으면서 하는 말에 동선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미친.”
“뭐가?”
“너 지금 돌았어.”
“그래?”
“아니.”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는 걸까?
“그러니까.”
“출근 안 해?”
“아.”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출근. 그걸 잊고 있었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번호는 그대로지? 도어락.”
“그래도 나가.”
동선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이미 시간은 늦었다.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제대로 말린 거였다. 말도 안 되는 거지만 지금 따질 수는 없는 거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는 걸까? 일단 그가 없기를. 그러면서도 그 자리에 있기를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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