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대단하구나.”
“아닙니다.”
서혁의 칭찬에 영준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미간을 구겼다. 자신이 바라던 일이 아니었다.
“기사까지 나다니 대단하다.”
“그러게요.”
서혁이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꼴을 보고 있으니 영준은 속에서 괜히 부아가 치밀고 느물거렸다.
“처음으로 네가 마음에 드는구나.”
“고맙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되는 게 우선이었는데. 우연히 그의 일을 누군가 좋아하고 바로 기사가 난 거였다.
“더 필요한 건 없냐?”
“필요한 거.”
바로 서혁에게서 멀어질 수 있는 것.
“직원이 필요합니다.”
“직원?”
영준이 생각을 한 게 그대로 맞았는지 서혁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 돈이 드는 것을 아까워하는 이였다.
“무슨 말이냐?”
“이제 기사가 났으니 사람들이 늘 거예요.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그 편에 대응하기 더 수월할 거 같습니다.”
“그렇구나.”
다른 날과 다르게 서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영준을 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좋다.”
“고맙습니다.”
서혁의 흐뭇한 표정에 금방이라도 욕지기가 치밀 것 같았지만 견뎠다. 일단 참는 것이 우선이었다. 뭐가 되었건 그곳은 자신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동선과 자신을 다시 이어줄 수 있는 곳이었다.
“본사 직원이라고요?”
“네.”
남자의 말에 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렇게 멀쩡한 사람을 보내면 때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무슨.”
“네?”
“아닙니다.”
보나마나 서혁이 언하는 거였다. 다른 이가 이에 대해서 뭔가 표현을 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본사 직원을 보낸 만큼 조금 더 이쪽에게도 움직일 여지가 있다는 건 다행일 수도 있었다.
“이름이?”
“이기민입니다.”
“기민하겠네.”
“네?”
“아닙니다.”
영준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토록 아재 개그를 싫어했으면서 결국 자신이 이런 말을 하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김영준이에요.”
“아. 네 저는 이기민입니다.”
“방금 했잖아요.”
“아.”
기민을 보며 영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다행히 나쁜 사람 같지 않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거였다.
“잘 생겼네.”
“그렇지?”
은수를 보며 여준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소개라도 해줄까?”
“무슨.”
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뭐라는 거야?”
“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미친 거니?”
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가 바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기민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감시 아니야?”
“감시?”
“응. 아무래도.”
“뭐.”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자신이 뭘 하는지 아버지는 늘 보고 있을 텐데. 차라리 저런 편이라면 더 나을 거였다. 저렇게 대놓고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게 오히려 편하다고 해야 할까?
“저기 간다.”
“그러게.”
동선이 이쪽을 보다가 그대로 돌아서려고 하자 영준은 씩 웃었다.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시선을 돌리는 그를 보니 신기했다.
“한심하지?”
“가지 마.”
영준이 일어나자 stn는 고개를 저었다.
“가면 안 돼.”
“왜?”
“왜라니?”
은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기민을 턱으로 가리켰다. 자신의 일에 바쁘기는 하지만 모를 일이었다.
“저쪽이 알면?”
“아무 것도 못 해.”
“하지만.”
“뭐.”
은수의 손을 뿌리치고 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쩔 수 없지.”
“하여간.”
은수는 멀어지는 영준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행동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나오는 거야?”
“불편해?”
“당연하지.”
동선의 대답에 영준은 입을 내밀었다.
“나는 안 그런데?”
“뭐?”
영준의 대답에 동선은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구겼다. 도대체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그쪽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지금 저 안에서 네가 뽑은 아르바이트가 이쪽을 이상하게 볼 거라는 생각은 안 해?”
“저쪽은 내 취향 아니야.”
영준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아버지 취향.”
“무슨?”
순간 동선의 얼굴이 굳었다.
“감시야?”
“똑같은 소리.”
영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은수와 동선은 서로 안 맞을 거 같으면서도 묘하게 맞을 것 같았다.
“같은 말을 한다니까.”
“아니.”
“그럼 너희 집으로 가자.”
“뭐?”
“응?”
그리고 동선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다시 카페로 향했다. 동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나 기숙사에 돌아가야 해.”
“부탁이야.”
영준이 양손을 모으면서 말을 하자 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자신은 그저 지금 카페에 손님으로 온 것인데 마감을 해달라니.
“돈은 제대로 줄게.”
“돈을 달라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네가 얼마를 줄지 몰라도. 나 그렇게 돈이 없는 사람은 아니거든?”
“그러게.”
영준의 말에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기민이 있는 쪽을 한 번 보더니 한숨을 토해냈다.
“저쪽은?”
“나 신경도 안 쓰는데?”
“아니.”
“응?”
“몰라.”
은수의 이 말에 영준의 표정이 밝아졌다. 영준이 돌아서는 것을 보며 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미친년이네.”
저런 새끼가 좋다고. 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과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하나도 없는 남자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게 너무 우스웠다. 그러면서도 결국 자신이 이 일을 한다는 것도 이상한 거였다.
“여긴 왜 왔어?”
“왜?”
“아니.”
익숙하게 집으로 들어오는 영준을 보며 동선은 미간을 구겼다. 어쩌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하는 건지.
“미친 거 아니야?”
“뭐가?”
“아니.”
“좀 들어가자.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그 편이 더 낫지 않아?”
영준의 지적에 동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옆으로 비켜났다. 영준은 집으로 들어와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힘들어.”
“뭐가?”
“손님이 늘어서.”
영준은 그리고 그대로 동선의 매트리스에 누웠다.
“좋다.”
“뭐하는 짓이야?”
“왜?”
“아니.”
흥분한 동선과 다르게 영준은 꽤나 덤덤한 태도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영준은 다시 바로 누워서 싱긋 웃었다.
“나 아파.”
“뭐?”
“정말로.”
동선은 그제야 영준의 곁에 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영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가 미간을 구겼다.
“너 열 나.”
“알아.”
영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쉴 수 있는 곳이 그 어디에도 없더라고. 이제 손님이 좀 늘었다고 하는데 바로 K.O 선언을 할 수도 없고.”
“네가 사장이잖아.”
“그래도.”
동선은 침을 삼켰다. 지금 이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에게 와서 도대체 뭘 해달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거야?”
“그냥 있어줘.”
“뭐?”
“응?”
“아니.”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암에 걸려서 죽는다는 인간이 열까지 와서 여기에서 뭐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
“하지 마.”
동선이 휴대전화를 꺼내자 영준은 그 손을 잡았다.
“응?”
“왜?”
“나 자유롭고 싶어.”
“뭐?”
동선은 침을 삼켰다. 영준은 눈을 감고 씩 웃었다.
“내가 병원에 가는 순간 바로 내가 아프다는 거 아버지라는 인간이 알 거야. 그럼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나를 치료하려고 할 거고. 나는 단 한 번도 더 이상 밖에 나오지 못한 채로 그 안에서 죽을 거야.”
“무슨.”
“정말로.”
동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건 자신과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뭐가 되었건 지금 영준을 치우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영준은 그의 집을 나설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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