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75장. 여름 방학 3]

권정선재 2018. 10. 1. 11:09

75. 여름 방학 3

나는 왜 줘?”

그래도요.”

에이.”

선재는 원희가 건넨 연탄빵을 보고 미간을 모았다. 그러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아니요.”

선재의 인사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이 해주는 게 얼마나 큰데요.”

내가 해주는 게 뭐가 있나?”

많아요.”

그래?”

선재는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원희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이걸 왜 줘?”

왜라니?”

지수의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당연히 줘야지.”

됐어.”

지수는 가볍게 아정이 내민 연탄빵을 밀어냈다.

그런 걸 내가 먹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거 이원희가 사준 거라면서. 내가 왜 먹어야 하는 건데?”

?”

아정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이런 거 하나도 필요가 없다고. 이런 과자 같은 것 가지고 나를 설득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마.”

아니.”

도대체 지수가 왜 이렇게 삐뚠 것인지.

그런 거 아니야. 원희는 그저 너를 걱정해서 이걸 준 거야. 그래서 나는 너에게 이걸 주는 거고.”

그런 거 바란 적 없어.”

그래도.”

나는 여행 준비가 바빠서.”

여행?”

아정은 혀로 이를 훑었다.

무슨 말이야?”

일본.”

가는 거야?”

. 당연하지.”

당연하구나.”

아정은 입을 꾹 다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는 걸까? 자신이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그러니까.”

됐어.”

아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된 건데?”

나에게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지 마. 나는 이원희가 싫어. 지금 너랑 나랑 왜 다투는 건데?”

네가 못돼서.”

?”

네가 나빠서.”

아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말을 더 할 것은 없었다.

 

여행도 다니고 좋네.”

?”

창현의 말에 원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아니야.”

창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냥 학원 다니지 말 걸 그랬어. 정말 학원을 다니니까 내 시간은 하나도 없어. 힘들어.”

그렇구나.”

원희는 어색하게 웃었다. 창현은 원희가 준 빵을 한 개 먹고 아무 의미도 없는 소리들을 지껄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보내고 원희는 머리가 멍했다. 자신도 공부에 우선해야 하는 거였다.

 

네 등록금 못 내줘.”

?”

갑작스러운 엄마의 말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무슨.”

이런 거 사오지 마.”

엄마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돈 없어.”

엄마.”

알아.”

엄마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다가 물끄러미 원희의 눈을 보며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는 거야. 너를 위해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네가 우리 형편을 알아야 하니까.”

이미 알아요.”

아니.”

안다고요.”

원희가 다시 말하자 엄마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래.”

정말.”

원희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저는 도서관 갈게요.”

그래.”

원희는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일을 늘리려고?”

.”

안 돼.”

선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하지만.”

내가 빌려줄게.”

싫어요.”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미간을 가늘게 모았다. 지금 원희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 무조건 고집을 부린다고 전부 다 해결이 될 상황이 아니라서 나에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사장님에게 도움을 받으면 앞으로도 계속 도와달라는 말을 할 거니까. 그런 거 싫어요.”

선재는 잠시 멈칫하다가 물끄러미 원희를 응시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

그래도.”

너 잘 하고 있어.”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말을 듣는 것. 선재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자신에게 해주지 않을 거였다.

사장님이 계셔서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알아.”

그러니까.”

아니.”

원희가 다시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선재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빌려주는 게 옳은 거 같아.”

사장님.”

지금 너에게 정말 중요한 순간이야. 너 올해 수능을 봐야 해. 그리고 여름. 이거 정말 중요해.”

저도 알아요.”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원희야.”

그런데 안 되면요?”

?”

사장님이 도와주셨는데 안 되면?”

될 거야.”

하지만.”

될 거야.”

선재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도 저런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을 가질 수 있기 바랐다.

왜 그렇게 불안한 건데?”

모든 게 불안해요.”

?”

그러게요.”

선재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고개를 저었다.

너 네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걱정을 하고 있어. 그거 너무 과하다는 거 알고 있지?”

과하다.”

자신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피할 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외면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원희야.”

선재의 다정한 물음에 원희는 고개를 숙였다.

싫어요.”

안 돼.”

하지만.”

내 부탁이야.”

선재의 미소에 원희는 입을 다물었다. 신기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도대체 뭐를 믿고 이러는 걸까?

저에게 왜 이러세요?”

?”

제가 뭐라고?”

그러게.”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너를 믿고 싶어.”

?”

지금까지 내가 본 건 안 틀렸거든.”

선재는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그리고 여태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너처럼 그렇게 제 시간에 늘 오는 사람. 그리 많지 않아.”

그거야.”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다른 약속 같은 것이 없으니까. 여기에 오는 게 제 시간인 게 당연한 거였다.

그러니까.”

잘 한 거야.”

선재의 미소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왜 그러지?”

?”

왜 그러는 거지?”

그게.”

너 지금 너무 잘 해.”

선재의 말에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너무 잘 하고 있다는 그 말. 그 말 자체가 너무 지치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 겁을 내고 망설이는 거. 그 모든 순간에 대해서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럴 이유 없다는 것도 네가 알기 바라. 원희 너 너무 잘 하고 있고. 지금 네가 하는 그 모든 일들은 바른 일이야.”

자신이 늘 듣고 싶던 말.

사장님이 부러워요.”

뭐가?”

그런 능력.”

?”

뭔가 자신이 넘쳐.”

?”

선재는 자신을 가리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아니야.”

?”

나도 지금 불안해.”

불안해요?”

.”

왜요?”

그러게.”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원희의 눈을 보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지금 너무 잘 하고 있다고. 그냥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네가 하는 말. 이거 바른 거야. 잘 하는 거야.”

선재의 말에 원희는 겨우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