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77장. 여름 방학 5]

권정선재 2018. 10. 2. 13:58

77. 여름 방학 5

그래서 그냥 기다리는 거야?”

.”

걱정이네.”

그러게.”

원희의 말에 아정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머리가 아팠다.

다들 그저 잘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도대체 뭐가 잘 되는 건지. 아무 것도 모르겠어.”

네가 생각을 한 건 있어?”

아니.”

원희의 물음에 아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생각을 하는 것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모든 건 그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기 바랄 뿐. 그 이상, 그 이하. 어떤 것도 해결이 될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뭐든.”

뭐래?”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아무 것도 못 해.”

왜 이럴까?”

뭐가?”

갑자기 약한 소리.”

사실이니까.”

아정의 대답에 원희는 미간을 살짝 모았다.

내가 지금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바로 너인데. 도대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걸까?”

내가?”

당연하지.”

무슨.”

아정은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지금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바라고 있어. 그게 지금 내가 하는 거니까. 이거 우스운 거잖아.”

혼자서 사는 사람은 없어.”

그래도.”

아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혼자서 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끌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정말 모르겠어.”

아정아.”

미안.”

원희가 슬픈 목소리로 말하자 아정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희에게 이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나는 그냥 지금 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괜히 너까지 더 불편하게 만든 것만 같아서 미안해.”

아니.”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정이 자신을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 건 원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늘 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제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고.”

너 충분히 그래.”

아니.”

맞아.”

원희는 조심스럽게 아정의 손을 잡았다.

미안.”

미안은 무슨.”

그래도 미안.”

아정은 싱긋 웃었다. 이건 원희의 잘못도 아니었으니까. 모든 건 결국 자신이 선택을 한 일이었다.

 

정말 그렇게 할 거니?”

.”

그렇구나.”

미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그 모든 것을 터뜨리면 아정이는 원하는 것을 얻는 동시에 원하는 것을 잃게 될 거야.”

알아요.”

서정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엷은 미소를 지었다. 모든 건 아정이 다 견딜 수 있을 거였다.

게다가 지금 아정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니까. 러니까 지금은 믿어도 된다고 생각을 해요. 어느 정도는.”

그 아이?”

? . .”

서정의 대답에 미선은 순간 얼굴을 구겼다.

그건 안 돼.”

?”

그 아이 부족해.”

아니.”

그 아이는 아마 아무 것도 모를 거다.”

미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가 될 거였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아이가 가난한 집안의 아이라서 그런 건 아니야. 그건 돈과 상관이 없이 그냥 그렇게 되는 거야.”

어머니.”

어쩔 수 없어.”

미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원래 그런 거야.”

둘 억지로 그러지 마세요.”

안 그래.”

미선은 미소를 머금었다.

저절로 그렇게 될 거야.”

?”

그 아이들.”

미선의 대답에 서정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미선은 그런 서정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고 싱긋 웃었다.

네가 그렇게 되지 않게 해주렴.”

제가 한다고 되는 걸까요?”

너는 늘 나의 상식을 벗어나게 하니까.”

서정은 침을 삼켰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유미선 씨의 말씀은 모든 게 다 남편 분이 하신 일이다. 그런 말씀인 거죠?”

전남편.”

. .”

앵커는 미간을 살짝 모았다.

그래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요?”

그 동안 가만히 계시다가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하시는 거. 이혼 하고 나서 조금 이상한 건데요.”

그 전에도 따졌습니다.”

미선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내 말을 듣지 않는데 나라고 해서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요? 그래서 이혼을 하기로 했어요. 내가 믿는 올바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죠.”

이렇게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가 뭐죠? 따님 때문인가요?”

아니요.”

미선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나도 학교 이사에요.”

. 그렇군요.”

모르셨나요?”

확인이 다소 늦은 거 같습니다.”

미선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연기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앵커를 속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비리 교수들을 감싸기 위해서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족보에만 의존하는 그 교수들. 제가 다 잘라야죠.”

가능할 거라 생각을 하세요?”

글쎄요?”

미선은 잠시 입술을 내밀고 고민하는 것처럼 하다가 시선을 카메라로 돌려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미선은 잠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웃었다.

 

우리 엄마 대단하다.”

그러네.”

원희는 비꼬는 것에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네가 생각을 하는 대로 될 거야.”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

아정아.”

결국.”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을 한 일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은 관련이 없었다.

너무 싫다.”

뭘 그렇게까지.”

그럼?”

아정은 곧바로 원희를 응시했다.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이건 내가 바란 게 아니야.”

처음부터 엄마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거였다면 부탁을 했을 거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어른들의 싸움이 될 거였고. 문제의 근본에 갈 수 없는 거였다. 아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네가 걱정이 되시니까.”

걱정?”

아정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선은 단 한 번도 그를 걱정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당신 안위가 늘 우선인 사람이었어. 거기에 내 자리 같은 것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야.”

안 그럴 수도 있지.”

아니.”

원희의 말에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못 그래.”

아니 왜?”

그만.”

원희의 말이 길어지자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그래?”

?”

아정은 고개를 푹 숙였다.

원희 너는 내가 바라는 게 뭔지 모르는 거 같아서.”

그게 뭔데?”

원희는 살짝 미간을 모았다.

지금 너야 말로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 같아. 지금 너.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더 안 해도 돼.”

아니. 안 그래.”

아정은 원희의 눈을 보며 입을 내밀었다.

내가 뭘 잘 하고 있어? 지금 내가 속해 있는 그 작은 학교 하나도 제대로 바꾸지 못하고 있는 건데.”

뭘 하려는 거야?”

?”

원희의 덤덤한 말은 아정의 마음을 세게 때렸다.

너 지금 이상해.”

그러니까.”

이상하지 않았다. 그저 이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저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 이게 전부였다.

너는 지금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해가 가지 않는 거지? 그냥 이상하다고 믿는 거지?”

그러니까.”

그런 거구나.”

원희는 쉽게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의 말에 대해서 다른 것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으니까.

미안해.”

아니야.”

아정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 너랑 나랑 다르니까.”

?”

그러니까.”

뭐가 다른 건데?”

원희의 물음에 아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다른 말을 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정은 잠시 그런 원희를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묘한 균열 같은 것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