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장. 개강을 앞두고
“수업이 없을 수도 있다고요?”
“그래.”
태훈의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정말 한 두 교수만 그랬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네?”
결국 모든 교수들도 다 족보에 기대고 있었고 새로운 연구 가튼 것을 하지 않았던 거였다. 모두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
“네가 쉬기 바란다.”
“그게 무슨.”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요?”
“네가 아니면 이 학교는 무너질 거다.”
“그래도.”
“다른 학우들은?”
“네?”
“네 룸메이트라는 그 아이도 다칠 거다. 모두 다.”
아정은 침을 삼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더 무서운 것은 태훈의 말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할 수 없다는 거였다.
“밖에도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 지금 고쳐야죠.”
“그 어떤 교수도 우리 학교에 오지 않아.”
“네?”
“강사들도.”
“아니.”
아정은 멍해졌다.
“아니요.”
“뭐라고?”
“그럴 리 없어요.”
누구 하나 정의로운 사람이 있을 거였다.
“누구라도 부르면 오겠죠.”
“그 사람들이 가르친 학생들이 밖에 나가서 제대로 취업을 하거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냐?”
“그건.”
결국 더 큰 문제. 모든 것들이 결국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까지 이어지는. 자신의 방향은 거기에 없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뭐라고?”
지수의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이야?”
“네가 나 말을 듣지 않아서 그런 거지.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라고. 너만 지금 그걸 이상하게 생각을 하는 거야.”
“그게 이상한 거잖아.”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어떻게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다 이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까?
“다들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그저 그것만 보고. 그거 과에서 제대로 생활하지 않는 사람들은 받지도 못해.”
“그 사람들 잘못이지.”
“뭐?”
지수의 간단한 말에 아정은 당황스러웠다. 결국 아정 자신도 그런 족보를 제대로 받지 못했었다.
“그럼 내 잘못도 있는 거야?”
“어느 정도는?”
“뭐?”
“그만 둬.”
지석은 미간을 모았다.
“뭐라는 거야?”
“너야 말로 그만 둬.”
“뭐?”
“너도 아정이 친구잖아. 그런 거라면 당연히 이런 순간에 제대로 된 말을 해줘야 하는 거잖아. 아정이가 학교에 다녀야 하는 거. 그거 너도 부정할 수 없는 건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그거야 다르지.”
지석의 약한 대답에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아정의 눈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너 정말 그러면 안 돼.”
“뭐가 안 되는 건데?”
“지금 네가 하는 거. 그게 결국 너를 흔들 수 있고. 너의 모든 걸 망칠 수 있다는 거. 네 삶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거. 그거 알야아 하는 거야. 너 그거 제대로 해야 하는 거야. 잘 해야 한다고.”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그냥 무너지지 않을 거였다. 그냥 물러서거나 한심한 소리를 하지 않을 거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말 윤아정 너 몰라?”
“뭐가?”
“네가 이원희 말을 따르는 게 잘못이라고.”
갑자기 자리에 있지도 않은 원희의 말이 나오자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따. 이건 원희의 잘못이 아니었다.
“결국 내가 정한 거야. 여기에 원희가 한 것 아무 것도 없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너에게 계속 주의해야 한다고. 너 그런 식으로만 행동하면 안 되는 거라고. 그렇게 말을 하는데 너는 내 말을 듣지 않았잖아. 무조건 이원희가 해주는 말. 그것만 들어주는 거였잖아.”
“아니.”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 결정한 거였고 원희의 잘못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을 하기에 이게 문제라고 생각이 되어서 행동을 한 거야. 이건 원희 때문도 아니고 원희의 잘못도 아니야.”
“웃기지도 않는 소리.”
“뭐라고?”
“정말 아니라고?”
“아니야.”
아정의 대답에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둬.”
“뭘 그만 둬?”
“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을 거잖아. 무조건 이원희만 감쌀 거잖아.”
“그건 당연한 거잖아.”
“당연?”
“그래. 지금 이 자리에 원희도 없고.”
지수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찌푸린 채로 아정을 응시했다.
“그런 거 아니잖아.”
“뭐?”
“너 지금 그런 거 아니야.”
“맞아.”
“아니야.”
“맞다고.”
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에게 이원희가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너의 삶을 망칠 수 있는 것까지 무조건 지지하지는 마. 그거 아니니까. 결국에는 네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안 다쳐.”
“너 지금 이미 다쳤어.”
지수는 이 말을 남기고 나갔다. 아정은 고개를 푹 숙였다.
“공장이요?”
“그래.”
“아니.”
원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엄마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그럼 어떻게 해?”
“아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엄마가 그런 일을 하는 것. 공장 일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일을 한 번 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걸 엄마가 어떻게 그래요?”
“지금 네 아빠 어려워.”
“또요?”
“응.”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우습게.”
“그럼 이혼해요.”
“뭐?”
“그럼 엄마는 문제가 없으니까.”
“어떻게 그러니?”
엄마의 대답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나도 답답했다. 자신이 도대체 뭘 하라고 하는 걸까?
“그래서 제가 뭘 하기 바라는 건데요?”
“일을 했으면 해.”
“네?”
“지금 너 공부. 어려워.”
“아니요.”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지금 겨우 공부가 하고 싶었다.
“그러기 싫어요.”
“뭐?”
“엄마.”
“미안해.”
엄마의 사과에 원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이 집 파세요.”
“뭐라고?”
“전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아니.”
“그리고 공장을 다니시건 마음대로 하세요. 저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제가 할 수 있는 거 제가 할게요.”
“아니.”
엄마는 다급히 원희의 손을 잡았다.
“나중에 돈이 생기고 나면 우리가 다시 너를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줄게. 이거 문제가 되는 거 아니잖아.”
“문제가 돼요.”
“뭐?”
“저 너무 초라해요.”
원희의 대답에 엄마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아들.”
“정말 싫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이게 전부였다.
“제가 지금 많은 것을 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 지금 학원도 관두고 혼자서 공부를 하잖아요.”
“네가 나중에 대학을 다니고 그런 것을 생각을 하면. 그게 엄마가 보기에는 너무 버겁게 보인다는 거야.”
“달라고 안 해요.”
“아들.”
“그러니까 나갈게요.”
원희는 가만히 엄마의 눈을 응시했다.
“제가 지금 하고 싶은 거. 이거 정말로 공부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여기에 어머니꼐서 해주실 건 없어요.”
“어떻게 그렇게 모질게 말을 할 수가 있니? 엄마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거잖아.”
“그러니까요.”
원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다는 것. 결국 너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그래서 제가 이제 혼자서 하려는 거예요. 운동을 관두는 것처럼 그냥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포기라니.”
“그럼 포기 아니에요?”
“아니야.”
엄마는 다급히 대답했다.
“미루는 거야.”
“그게 포기에요.”
원희는 싱긋 웃었다.
“저는 더 이상 뒤로 물러나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제가 하는 거. 이대로 끊고 싶지 않으니까요.”
엄마는 다른 말을 더 하지 못했다.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더 이상 물러나지 않을 거였다. 물러날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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