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괜찮은 거야?”
“응.”
“아니.”
“괜찮아.”
동선이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하지만.”
동선은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 말자.”
“어?”
“너 이러는 거 못 견뎌.”
“뭐래?”
동선의 말을 막으며 영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동선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마.”
“김영준.”
“네가 내가 사는 이유야.”
“나는?”
“어?”
“나는 그냥 이걸 보라고?”
“응.”
너무나도 잔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하는 것. 그리고 바라는 것은 이게 전부였다.
“미안해요.”
“왜 그쪽이 사과를 합니까?”
“그러게요.”
은수는 동선의 지적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친구니까.”
“친구.”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왜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겁니까? 그거 이상한 거잖아요.”
“그러게요.”
“아니 그러게가 아니라.”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가 있는 걸까? 그리고 뭘 해야 하는 걸까?
“그런데 그 식구는 뭘 하는 거죠?”
“네?”
“아니 치료라거나.”
“이미 못해요.”
“못 하는 게 어디에 있어요?”
동선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없다니?”
“아니.”
동선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왜 그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외국을 간다거나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거라면 조금 더 나앚리 수 있을 거라고 새각으 합니다.”
“그럼 그쪽에 직접 말을 하시죠.”
“네?”
“내가 뭐로 보여요?”
“그게.”
동선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가볍게 손을 문질렀다. 자신은 지금 은수를 뭐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
“미안합니다.”
“아니요.”
동선의 사과에 은수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무슨 사과를 해.”
“제가 그쪽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오해.”
은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동선을 응시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는 그 녀석에게 아무 것도 못 해줘요.”
“그러는 저는 해줍니까?”
“당연하죠.”
“뭘 하는 건데요?”
“그러게요.”
은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과연 뭘 할 수가 있는 건지. 너무 어려운 거였다.
“그래도 그쪽이 뭔가 의미가 있기는 해요.”
“네?”
“저것도 안 하려고 했거든요.”
“그거야.”
동선은 침을 삼켰다. 지금 하고 있는 카페.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상대가 바라는 것이 아닌데 도대체 그걸 가지고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잖아요.”
“네?”
“아니에요.”
“아닌 건 아니지만.”
동서는 말끝을 흐렸다. 은수는 그런 그를 보며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뿐 다른 말을 더 하지는 않았다.
“싫어요.”
“김영준,”
“제가 왜요?”
외국으로 나가라는 서혁의 제안에 영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도대체 왜 너 스스로 죽이려고 하는 거냐? 의사에 물어보니 네가 외국에 가면 다를 수 있을 거야.”
“제가요?”
영준은 자신을 가리키며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은 뭘 하라도 죽을 거였다.
“저 죽어요.”
“그런 말 하지 마라.”
서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왜요?”
“너는 내가 살린다.”
“아버지가요?”
영준은 그런 그를 잠시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의사도 못 하는 것을 어떻게 자신이 할 수가 있다는 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의사가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역시 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무슨 재주로요?”
“내 돈.”
“네?”
“그게 내 능력이다.”
“돈이요?”
영준은 턱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별다른 관심도 없는 일이었다.
“저도 돈 많아요.”
“누가 뭐라고 하더냐?”
“그런데 저는 그 돈을 쓰지 않아요.”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 가능성도 없는 일에 그 돈을 버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저에게 쓰시는 것 보다 더 중요하게 그 돈들을 사용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거 아시죠?”
“그게 뭐냐?”
“재단 같은 거요?”
“미친.”
서혁은 소리가 나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영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왜 그러세요?”
“그걸 지금 네 아버지 앞에서 농담이라고 하는 거야? 세상에 어떻게 아들이 죽는 것에 뭠덤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냐? 어떻게 그 일에 대해서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할 수가 있어?”
“제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세요?”
“뭐?”
영준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서운데.”
“무슨?”
“정말 무서워요.”
영준의 대답에 서혁은 멍한 표정이었다.
“저 돈 좀 주세요.”
“무슨 돈?”
“집 구하게요.”
“집?”
“그 녀석하고 살 거예요.”
서혁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영준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호텔?”
“응.”
“싫어.”
영준의 제안에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멀쩡한 집을 두고 호텔에 사는 건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너 돈 그렇게 많아?”
“응.”
영준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밝게 말하며 대답했다. 동선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싫어.”
“왜?”
“출근하기도 힘들고.”
“아니.”
“그냥 네가 내 집에 들어와.”
“어?”
동선의 말에 영준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곧바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내가 너에게 약속은 한 거니까. 우리가 같이 살기로. 그런데 나는 네가 말하는 곳들이 싫어.”
“나야 좋지.”
영준이 곧바로 팔짱을 끼려고 하자 동선은 그런 그를 밀어내며 조심스럽게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여기 호텔 로비야.”
“그런데?”
“시선은?”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
영준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도 이쪽에서 나름 신경을 쓴 거였는데 상대가 그렇게 나오지 않으니 어딘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같이 산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처음엔 싫다고 하더니?”
“너도 싫은 걸 한 거잖아. 나를 위해서 그런 걸 한 거 보면, 이게 너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거니까.”
“그렇지.”
동선은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똑똑해.”
“똑똑은.”
동선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이며 살짝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여기 목적은 없는 거지.”
“에 그냥 가게?”
“당연히 그냥 가야지.”
“여기.”
영준은 카드키를 보이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일단 오늘은 우리가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거거든. 지금 우리가 캔슬한다고 해도 돈 하나 안 돌려주고.”
“아니.”
“가자.”
영준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가리키자 동선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이상해?”
“뭐가?”
“우리 둘.”
“안 이상해.”
영준의 대답에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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