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18장]

권정선재 2018. 10. 26. 23:44

18

일어났어?”

.”

영준의 목소리에 동선은 팔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저었다. 영준은 살짝 그의 겨드랑이 털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좋아.”

변태 같아.”

?”

남의 겨드랑이를.”

영준은 입을 내밀었다. 동선은 몸을 옆으로 누워서 조심스럽게 그런 영준을 품에 안았다. 영준은 씩 웃었다.

좋지?”

.”

다행이네.”

그러게.”

동선은 여전히 눈을 뜨지 못했다.

많이 힘들어?”

.”

그럼 그만 둬.”

?”

동선은 살짝 탁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가만히 영준의 등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이 사람이 정말 고생을 한 번도 안 해보더니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네.”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남은 시간에 너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필요하다는 거야.”

아니.”

동선은 살짝 작게 하품을 하면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눈을 떠서 영준을 보며 웃었다.

누구 굶어 죽는 꼴 보려고 그래.”

내가 먹이면 되지.”

싫어.”

동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지 마.”

동선이 일어나려고 하자 영준이 손을 잡았다.

?”

김영준.”

가지 마.”

영준이 팔을 끌자 동선은 씩 웃었다. 그리고 영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멀어졌다. 영준은 씩 웃었다.

 

왜 비밀로 하라는 거냐?”

그게 옳으니까요.”

무슨.”

영준의 말에 서혁은 끙 하는 소리를 냈다. 영우가 그가 아픈 것을 몰라야 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네가 그 아이를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은 동기 간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안 되는 거야.”

그건 아니죠.”

영준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다른 거잖아.”

그거야.”

이복동생.”

영준의 대답에 서혁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도대체 내가 너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는 거냐? 너를 그냥 이대로 포기하기를 바라는 거냐? 그런 거야?”

.”

도대체 왜?”

왜라뇨?”

영준은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술을 내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 녀석 저를 안 좋아하니까요.”

아니.”

아버지.”

영준의 말에 서혁은 인상을 구겼다.

망할 자식.”

왜요?”

나에게 시간도 안 주고.”

지금 드린 거잖아요.”

?”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아니.”

서혁이 다른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영준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서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걸 다 살 거라고?”

.”

미쳤어.”

영준이 고른 것들을 보며 은수는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다 들고 가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하려는 거야?”

뭐가?”

아니.”

같이 살기로 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같이 살기로 한 것을 넘어선 것 같았다. 영준의 반응에 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너 이거 오버야.”

뭐가?”

이러는 거.”

하고 싶어.”

?”

나는 죽으니까.”

아니.”

영준의 덤덤한 고배에 은수는 순간 멍한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또 잘못 건드린 거였다.

마음에 안 들어.”

?”

자꾸만 불리하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네가 그런 말 하는 거. 나는 하나도 원하지 않아.”

그래?”

은수의 투정에도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은수가 뭐라고 생각을 하건. 이건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였으니까.

어쩔 수 없어.”

아니. 어쩔 수 있으라는 게 아니잖아. 정말 아주 조금이라도 상대의 기분을 배려를 하면 안 되는 거야?”

.”

영준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혀로 이를 훑었다.

나는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러네.”

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이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숨이 콱 막히는 답답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모든 기분을 다 드러낼 수도 없는 거였다. 결국 그들의 시선은 흔들리는 거였다.

그래.”

미안해.”

아니야.”

은수는 영준의 사과에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가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자신이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거였으니까.

잘 되길 바라.”

고마워.”

은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영준을 보며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으세요?”

? .”

잠시 정신을 잃었던 영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무슨.”

기민의 놀란 얼굴이 그제야 보였다. 영준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민은 진지했다.

사장님 어디 아프신 겁니까?”

아니요.”

아니.”

정말 아니에요.”

영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굳이 다른 사람들을 더 걱정하게 만들 이유도 없었고 그런 필요도 없었다.

진짜 괜찮아.”

아니요.”

자신이 괜찮다고 하는데 기민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사장님께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고 있어야 제가 그것에 대해서 대처를 할 수 있으니까요. 알려주세요.”

아니.”

주위 사람들이 보였다. 영준은 어색하게 웃었다.

마감하고 말해줄게요.”

알겠습니다.”

기민을 보며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췌장암이요?”

.”

말을 하면 할수록 별 것 아닌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도 되는 건가? 하는 기분이었다.

신기하네.”

무슨.”

그냥 별 거 아닌 거 같아서요?”

이게요?”

기민의 진지한 표정에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상하게 자신보다 주위 사람들이 더 흥분하는 모양새였다.

뭐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약간 연극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어서요. 그렇게 봐도 어쩔 수 없지만.”

연극이라니.”

기민은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느끼니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이제 영우도 알겠네.”

?”

가서 말을 할 거잖아.”

아닙니다.”

기민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않아요.”

왜요?”

?”

왜 안 해요?”

그러게요.”

기민의 대답에 영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서혁이 아니라 영우가 보낸 사람이라면 당연히 모두 다 가서 말을 해야 하는 거였다. 영우는 지금 이 순간도 그를 경계하고 미워하는 중이었으니까.

가서 이야기해요.”

싫습니다.”

싫다고요?”

.”

기민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일 지금 사장님의 상태를 알게 된다면. 더욱 말도 안 되는 짓들을 하실 겁니다. 안 그래도 추해지고 있는 상황인데. 더 이상 그렇게 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렇군요.”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기엔 힘든 순간들이었다.

모르겠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요?”

그래서 이 카페를 저에게 주신다고 하신 겁니까?”

. 맞네.”

영준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당연하죠.”

그런 거라면 싫습니다.”

?”

정말 오랜 시간 배우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장님은 다른 분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대기업. 그러니까 재벌의 사람들과 다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마찬가지로 비겁하신 거 아닙니까?”

비겁.”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이건 사실이었으니까. 영준은 가볍게 어개를 으쓱하고 별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다가 입을 다물었다. 기민 역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그런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