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개판이군.”
“그렇군요.”
영준의 지적에 기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엉망이었다.
“어떻게 그 동안 이걸 그 누구도 따지지 않고 있을 수가 있는 거지? 이건 법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잖아.”
“경쟁자가 없으니까요.”
“네?”
기민의 대답에 영준은 미간을 구겼다.
“그러니까.”
“지금 사장님이 계시기 전에 이 회사의 유일한 후계자는 김영우 사장님이셨습니다. 그래서 그런 겁니다.”
“그렇군요.”
영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테이블을 검지로 두드렸다. 그저 카페만 따로 독립을 시키는 게 자신의 목적이었다. 그래서 기민의 앞에 두고 은수에게도 아주 약간의 도움. 그 정도만 주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간이 충분하신 겁니까?”
“시간.”
그 말이 옳았다.
“그러네.”
“그럼 지진을 일으키셔야 합니다.”
“지진.”
기민의 지적에 영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건드려야 하는 거였다.
“이걸요?”
“네.”
경제지 기자는 미간을 모았다.
“아니요.”
“네?”
“지금 얼마나 많은 광고가 집행이 도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 신문보고 이걸 터뜨리라고요?”
“아.”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어떤 확신 같은 것이 필요했다.
“뭘 해주기를 바라는 겁니까?”
“회장이 되실 겁니까?”
“회장.”
결국 자신에게 모든 힘이 다 올 것인지. 이것에 대해서 묻는 거였다. 자신에게 힘이 온다면 되는 거였다.
“그런 거군요.”
“그게 아니라면 기사는 안 됩니다.”
“그럼 다른 곳에 주죠.”
영준은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승계는 반대하거든요.”
기자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고?”
“응.”
은수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한심해.”
“왜?”
“기자라는 것들이.”
은수의 짜증이 섞인 말에 영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별 것 아닌 것처럼 하면서도 재미있는 친구였다.
“고마워.”
“뭐가?”
“내 편.”
“뭐래?”
은수는 주위를 살피며 살짝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너는 데이트 같은 거 안 해?”
“어?”
“그래도 연인인데.”
“아.”
그러고 보니 자신과 동선은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제대로 한 기억이 없었다. 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그러네라니.”
은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구는 독수공방이라 날마다 허벅지를 찌르는데. 누구는 동거까지 하면서 그런 것도 안 즐기니?”
“아 그건 해.”
“뭐?”
“다.”
영준의 음흉한 표정에 은수는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쳤다. 영준은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부럽니?”
“안 부러워.”
은수의 대답에 영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은수는 가볍게 그의 팔을 때렸다.
“환자를.”
“환자 같은 소리. 할 거 다 하면서.”
“그건 그렇지.”
영준의 대답에 은수는 몸을 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준은 그런 그를 보며 가만히 웃었다. 정말 고마웠다.
“영화?”
“싫어?”
“뭐.”
동선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안 싫어.”
“그래?”
“응.”
영준의 미소에 동선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너는 좀 괜찮아?”
“어?”
“몸.”
“당연하지.”
영준은 자신의 가슴을 때리고 씩 웃었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가자.”
“좋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야?”
“어?”
“갑자기.”
“아.”
영준은 혀를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은수가 뭐라고 하더라고.”
“어?”
“연인인데.”
“아.”
동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은수의 지적이 옳을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은 다른 연인들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데 은수 씨는 자신은 연애도 하지 못하면서 뭐 우리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거야? 이상한 거잖아.”
“그렇지?”
영준은 손가락을 튕기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뭐래?”
갑작스러운 영준의 반응에 동선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뭐하고 싶어?”
“영화.”
“정말?”
“응.”
동선은 가볍게 눈썹을 올렸다.
“고작?”
“고작이라니.”
영준은 볼을 잔뜩 부풀리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 두 사람 고작 그런 거 한 번도 한 적 없어. 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거 못 했다고.”
“뭐.”
동선이 가볍게 말을 흐리자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그러다가 아차했다. 그는 계속 살아야 했다.
“다른 사람들 시선이 불편하니까.”
“아니야.”
영준이 다른 생각을 하기 전에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어싿. 영준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싫었다.
“그런 거 아니야. 가자.”
“진짜지?”
“그럼.”
동선은 부러 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영준은 그런 그를 보고 따라 웃었다. 뭐가 되었건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사람이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두 사람은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젠장.”
잠시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에 온 영준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미친.”
왜 약을 가지고 오지 않은 걸까? 온 몸에 통증이 퍼졌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동선에게 연락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이 데리고 온 건데.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했다.
“구급차는 안 돼.”
영준은 눈을 감았다.
“젠장.”
영준은 서혁에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미련한 놈.”
“뭐가요?”
통증을 참으면서까지 데이트를 하고. 동선에게 이야기도 하지 못하는 영준을 보며 서혁은 고개를 저었다.
“약은 왜 안 가지고 다니는 거냐?”
“그러게.”
“김영준.”
“네. 네.”
영준은 대충 대답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왜 안 가지고 간 것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럴 때는 아버지가 좋군요.”
“뭐?”
“아무도 모르게.”
“망할 자식.”
영준은 싱긋 웃었다.
“고마워요.”
“그 녀석이랑은 헤어져라.”
“네?”
순간 영준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말씀이죠?”
“너 그 녀석에게 계속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지금 네 몸. 그거 못 숨길 거야.”
“아니요.”
영준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진통제를 먹을 때는 동선은 전혀 알지 못했다. 동선에게 숨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였다. 이 정도를 가지고 그에게 모두 다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시는 건데요? 제가 이렇게 살아있는 거 모두 그 녀석 덕이에요.”
“그래 알아.”
서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아들은 이미 모든 것을 다 포기했을 거였다.
“그 녀석 덕에 네가 지금까지 산 것은 알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너는 결국 죽게 될 거다.”
“괜찮아요.”
“뭐?”
“어차피 죽는 거.”
“망할 자식.”
영준은 싱긋 웃었다. 지금 서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기에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저는 잠시 잘게요.”
“그래라.”
서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맙습니다.”
“망할 자식.”
서혁은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나갔다. 영준은 가만히 웃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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