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왜 그래야 하는 거죠?”
“그 녀석 곧 죽어.”
어제 갑자기 데리고 간 것도 어이가 없는데. 서혁의 이런 말에 동선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요?”
“뭐?”
“그거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동선은 차분히 대답하며 서혁의 눈을 응시했다.
“전 제가 할 수 있는 거 kf 겁니다.”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
“네?”
“내 아들 내가 지키려는 거야.”
“그건.”
아버지와 아들.
“그래도 헤어질 수 없습니다. 저는 그 녀석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녀석 제가 지킬 수 있습니다.”
“자네가? 지금 그 회사에서 잘 다니는 것. 그거 자네 혼자서 다 하고 똑똑해서 가능한 건 아니라는 거 알고 있나?”
결국 자신들이 회사에 알려서 이 모든 문제를 만든 것을 시인하는 것을 자인하는 거였지만 서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제가 뭘 바라시는 거죠?”
“신약이 통증을 더디게 오고 하고 진행을 늦춘다고 하더군. 그래서 미국에 가서 치료를 하려 하네.”
“이미 다 퍼졌습니다.”
“아니.”
서혁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 일단 수술을 할 거야.”
“네?”
동선은 미간을 구겼다. 정말로 영준이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서혁 혼자서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무슨?”
“그 녀석을 위한 거야.”
“아니요.”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못 견딜 겁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야.”
“이해를 못 하시는군요.”
동선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그 녀석은 안 보이시는 건가요?”
“뭐?”
서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이 녀석이 자신보다 자기 아들을 더 잘 알고 있다고 하는 게 기분이 나빴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지금 그 녀석 뇌종양이 시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눈도 잘 안 보여요. 그런데 지금 수술을 한다고요?”
“아니.”
서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도 모르던 거였다. 그런 건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모르는 일이었다.
“정말로 그 녀석을 위한다면 그냥 두고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수술을 못 견딜 겁니다.”
동선은 흥분한 서혁과 다르게 차분한 목소리였다. 이미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거였다.
“지금 아버님보다 더 힘든 건 그 녀석이니까요.”
동선은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서혁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가 놓았다. 자신은 정말로 아버지 자격이 없었다.
“그 녀석은 왜 나에게 말을 하지 않는 거지.”
“저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냥 알았어요.”
동선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 잘 못 보더라고요.”
“그렇군.”
서혁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러니까.”
“그 녀석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응?”
“병원입니까?”
“그건.”
서혁은 물끄러미 동선을 응시했다. 자신보다 더 많은 사람. 서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집에 갈 거야.”
“고맙습니다.”
동선은 허리를 숙였다. 서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녀석이 왜?”
건강 검지능ㄹ 받고 나오던 영우가 멈칫했다.
“무슨 일이야?”
영우의 시선이 암 센터 팻말에 갔다.
“암?”
영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누구와 오래 일하실 거 같습니까?”
“저는 모르겠군요.”
주치의의 대답에 영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기요.”
“이러시는 거 회장님도 아십니까?”
“뭐라고요?”
“문제가 되실 겁니다.”
“문제요?”
영우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하다못해 의사 나부랭이도 결국 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거죠?”
영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저 이 회사 가질 겁니다.”
“최대 주주는 다른 분 아닙니까?”
“네?”
“그건 김영준 님이니까요.”
“아니.”
영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안 그래도 최근 회사에서 그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데 지금 이런 사람까지. 지금 회사의 돈을 후원 받는 회사의 의사까지도 그를 무시하는 말을 하는 거였다.
“방금 그 말씀 후회하실 겁니다.”
“그러시죠.”
영우는 세게 책상을 내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이 안 통하는군.”
“저도 마찬가지의 생각이군요.”
주치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영우가 나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토해내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고맙습니다.”
영준은 종료 버튼을 누르고 한숨을 토해냈다. 영우가 결국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중이란 거였다.
“무슨 일로?”
“영우.”
“네?”
“내가 본사에 있는 걸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내 뒤까지 밟을 줄이야. 의사를 만나고 왔다더군.”
“뒤요?”
영준의 말에 기민은 잠시 미간을 모았다.
“아.”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민은 영준을 보며 살짝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로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네?”
“오늘 아마 정기 검진일일 겁니다.”
“아.”
영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대충 들었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일부러 자신의 뒤를 밟은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을 거였다. 그러다가 놀라서 기민을 응시했다.
“그걸 다 기억을 해요?”
“네?”
“대단하네요.”
“당연한 겁니다.”
“안 다연해요.”
영준이 엄지를 들어 올리고, 가볍게 자신의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기민은 확실히 영특한 사람이었다.
“역시 영우가 왜 관심을 갖는지 알겠어요.”
“아닙니다.”
기민의 겸손한 대답에 영준은 싱긋 웃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무리 일부러 알아낸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영우가 대충 알게 된 것이니. 이제 이걸 가지고 다른 말을 하게 될 거였다. 그때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자 기민은 재빨리 생수를 따서 건넸다. 영준은 재빨리 진통제를 삼켰다.
“젠장.”
참으려고 했지만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괜찮으십니까?”
“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더 몸이 떨렸다. 기민은 재빨리 영준을 뒤에서 안았다. 그리고 가볍게 몸을 문질렀다. 그의 손길이 닿고 몸에 조금씩 진통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의 몸의 떨림이 멈췄다.
“괜찮으십니까?”
“네. 젠장.”
영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제 자신의 몸은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괜찮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니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제가 할 일입니다.”
기민의 얼굴도 살짝 굳은 것을 보고 영준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누군가가 지쳐가는 거였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동선의 인사에도 교대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기분이 상하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럼 저는 퇴근하겠습니다.”
잔업도 없었고 그 누구도 더 이상의 일을 주지 않았다. 모든 잔업은 다 서울에게로 가는 모양이었다.
“미안해요.”
“아니요.”
서울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동선은 싱긋 웃었다.
“어떻게 될 거 같아요?”
“모르겠습니다.”
영준의 물음에 기민은 미간을 모았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녀석.”
당연히 회사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그에게 돌아와서 따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러지 않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걸까요?”
“그러게요.”
기민도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아니요.”
영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요.”
“하지만.”
“만일 제가 기민 씨를 보내면 뭔가 제가 약점이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거니다.”
“아.”
그제야 기민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둘은 사촌이었다.
“그 녀석 어릴 적부터 그리 머리가 좋은 녀석은 아니었거든요. 기민 씨도 아는 것처럼 말이죠.”
“대신 추진력이 있으시죠.”
“영우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에요.”
“아닙니다.”
기민이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지만 영준은 가만히 웃었다. 이런 직원이 있는 영우가 부러운 마음이었다.
“내가 안 죽으면 나에게 없겠죠?”
“네?”
“불쌍해서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기민의 대답에 영준은 입술을 내밀고 싱긋 웃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정말 아닙니다.”
영준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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