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장
“미친 거 아니야?”
“왜?”
영우가 건들거리면서 카페에 나타나자 영준은 미간을 구겼다. 이쪽에서 먼저 나서기도 전에 나타난 거였다.
“뭐 하자는 거야?”
“이제라도 회사에서 관리 좀 하려고.”
“뭐?”
영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제대로 계열에 넣는다는 것. 영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어이가 없네.”
“뭐?”
“좋아.”
영준은 곧바로 표정을 바꾸어 씩 웃었다.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가만히 못 있지.”
“가만 안 있으면?”
“어? 그러게.”
“네가 할 수 있는 게 있어?”
“음.”
영준은 잠시 고민을 하는 시늉을 했다. 아마 이 카페를 빼앗으면 자신이 움츠리기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럴 것은 없었다. 이 카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엇다.
“더러운 새끼. 네 애인이랑 너 매장이야.”
“아. 그거.”
순간 영준의 눈이 서늘하게 변했다. 자신을 건드리는 것은 좋았지만 동선까지 건드릴 것은 아니었다.
“그 녀석 건드리지 마.”
“네 약점이야?”
“아니.”
영우의 자극에 영준은 씩 웃었다.
“널 없앨 내 무기.”
영우는 침을 삼켰다. 영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쪽이군.”
“죄송합니다.”
“아니야.”
동선의 사과에 서혁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쪽이 아니었다면 그 녀석은 지금 그 정도도 살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포기했을 거야.”
“그건.”
“그럴 거야.”
서혁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런데 호텔에는 정말 안 들어갈 건가?”
“네?”
그런 것도 다 알고 있던 거였다. 결국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서 이쪽이 아는 것은 결국 사실일 거였다.
“부담이 되어서요.”
“갔으면 좋겠군.”
“네?”
“병원이 가깝네.”
“아. 그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였다. 서혁의 말에 동선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런 것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건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같이 지내주게.”
“그거야.”
동선은 혀로 이를 훑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이었다. 자신에게 있어서 영준은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 그 동안 떨어져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기 우스울 정도로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럼 그 근처에 가니 아버님께서도 치료를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니까요.”
“일단은 아무 것도 못 한다더군.”
“네?”
서혁의 말에 동선은 입술을 세게 물었다. 서혁까지도 이렇게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방법이 없을 수도 있었다.
“나라고 해서 그런 생각이 안 들 거라고 생각을 하나?”
“죄송합니다.”
서혁의 표정은 꽤나 진지했다. 아마 그 나름대로 나름의 생각 같은 것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지금 당장 죽어도 안 이상하다고 하더군.”
동선은 뭔가 머리를 세게 때린 기분이었다. 영준의 입에서 나온 것보다 더 큰 충격을 주는 말이었다.
“나도 그 녀석이 필요해.”
“네?”
“그러니 도와주게.”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 자신이 편하게 느끼던 것 이상의 문제였다.
“근육도 좋아.”
“왜 이래?”
“단단해.”
퇴근한 동선을 영준은 바로 안았다. 영준은 씩 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영준을 보고 가볍게 입을 맞추고 욕실로 들어갔다. 동선이 씻는 소리를 들으며 영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동선을 지킬 거였다.
“젠장.”
동선은 벽에 머리를 박았다.
“무슨.”
영준은 죽어가고 있었다. 정말.
“고마워.”
“아니야.”
영준은 동선의 품을 파고들었다. 서로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동선은 영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가늘어진 머리.
“여긴 왜 있는 거지?”
“왜라니?”
이사회에 자리를 잡은 영준을 보며 영우는 미간을 모았다.
“여기 아무나 오는 곳 아니야.”
“내가 아무나는 아니지.”
영준은 싱긋 웃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내가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꽤나 많은 주식을 갖고 있더라고. 그런 거라면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거잖아.”
“주식?”
영우는 침을 삼켰다. 할아버지가 준 유산. 자신에게는 없었고 모두 다 영준에게 준 채로 돌아가셨다.
“그걸 쓴다고?”
“응.”
“그거 그렇게 쓰라고 준 거 아니잖아.”
“그래?”
영우의 짜증이 섞인 말에 영준은 하품을 크게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영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뭐하자는 거야?”
“뭐가?”
“너 정말.”
“뭐.”
그 주식. 처음에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보니까 꽤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거였다.
“웃기지도 않는군.”
“그래? 나는 재밌는데 말이야.”
영우와 다르게 영준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싱긋 웃었다.
“그거 내가 해보려고.”
“뭐?”
“그 웃기지도 않는 거 말이야.”
영준의 말에 영우의 얼굴이 서서히 질려갔다.
“괜찮으십니까?”
“네.”
영준이 가쁜 숨을 몰아쉬자 기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바로 병원을.”
“아니.”
영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지금 병원에 간다면 영우에게 또 다른 무기를 쥐어주는 게 되는 거였다.
“어차피 병원에 간다고 해서 치료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녀석에게 좋은 먹잇감만 될 겁니다.”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그래요?”
영준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영우에게 말려들 수 없었다. 동선을 지키고 기민을 돕고 싶었다.
“죽어가는 거니까 다연하죠.”
“약점이 되실 겁니다. 오히려.”
“약점이 아닐 수도 있죠.”
영준은 혀로 입술을 훑으면서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이 우선이니까.
“그러니 가면 안 되는 겁니다.”
영준은 살짝 넥타이를 풀었다. 숨을 쉬기가 한결 편안해져서 그나마 약간의 통증이 사라지는 거 같았다.
“이미 이곳을 보고 있을 테니까. 이곳에서 내가 몇 번 나가는지도 볼 겁니다. 그럴 이유 없습니다.”
기민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아버지 제가 이번에 승진하는 게 막혔다고요?”
“이사회에서 정한 거야.”
“이사회라니.”
그 동안 회사에서 이사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영준이 한 거였다.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가 더 잘 하면 되는 거다.”
“그건.”
당연한 말도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 그에게 기회가 없는데 뭘 더 잘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거였다.
“아버지는 뭐 하시는 거죠? 저를 지키셔야죠”
“내가?”
“저 아들이에요.”
“그래.”
서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네?”
“너만 아들이 아니다.”
서혁의 경고와도 같은 말에 영우는 미간을 구겼다. 서혁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대단하구나.”
“아니요.”
서혁의 칭찬에 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래도.”
안 그래도 지금 고통이 큰데 여기에서 왜 이러는 건지.
“그만 가시죠.”
“왜 그러냐?”
“영우가 안 좋아할 겁니다.”
“그 녀석이 할 건 없다.”
서혁의 대답에 잠시 멈칫한 영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서혁은 왜 둘의 싸움을 붙이려는 걸까?
“그만 두시죠.”
“왜 그러는 거냐? 아프기라도 한 거냐?”
“저는 괜찮으니까요.”
이런 걸로 그의 도움을 받을 거라면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서혁이 도울 일은 없었다.
“정말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이런 거 못 해요.”
“그래도.”
“됐어요.”
서혁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그래요?”
“미련하구나.”
자신의 도움이 있으면 편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너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다.”
“그건 저를 그냥 두는 겁니다.”
서혁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영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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