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22장]

권정선재 2018. 11. 1. 18:38

22

괜찮겠어요?”

.”

동선의 물음에 서울은 싱긋 웃었다.

왜요?”

아니.”

동선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아니요.”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이리저리 목을 풀다가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몸을 뒤로 젖히고 의자를 한 바퀴 돌았다.

백 대리님이 너무 착해서 그래요.”

.”

그런 사람들. 그렇게 나오면 다들 그냥 바보처럼 상대를 한다고요. 그렇게 잘 대해줄 이유 없어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서울이 손가락까지 툉기며 흥분한 모습을 보며 동선은 가만히 웃었다. 서울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백 대리님 좀 잘 버텨요.”

.”

그리고 나는 진짜 본사 갈 거야.”

?”

동선은 고개를 갸웃했다.

?”

저는 역장이 되고 싶거든요.”

.”

여성 역장은 적어도 동선이 아는 바에는 없었다. 아무래도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쪽이다 보니까 빼는 모양새였다.

아니 자는 곳이 없어서 제가 할 수 없다는 거. 그거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이상해.”

그렇죠.”

당연히 여성 직원들도 있으면 여성의 숙직실도 있어야 하는 거였다. 그런 걸 준비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였다.

우리 같이 힘내요.”

.”

동선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은 더욱 장난스럽게 웃었고 결국 동선도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불편하게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고마웠다.

 

안 보내.”

?”

영우의 대답에 기민은 살짝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지금 자신이 영우에게 보고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영우에게 묶인 사람이 아니었다.

뭔가 있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없습니다.”

?”

영우는 가만히 기민을 응시했다.

지금 조금 이상해.”

만일 제가 단순히 카페 사장님만을 위한 거라면 이렇게 보고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장님에게 피해가 안 가니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래?”

영우는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뭘 하려는 걸까?”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와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뭐지?”

그래도 제 원래 상사시니까요.”

영우는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원래 상사라는 말. 그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답답한 거였다.

그럼 하지 마.”

그건 싫습니다.”

싫다고?”

영우는 혀로 이를 훑으면서도 어이가 없다는 듯 쓰게 웃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이지?”

뭐가 이해가 안 되시는 겁니까?”

건방지군.”

.”

기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갑자기 영우가 명패를 기민에게 던졌다. 꽤나 큰 소리가 들렸지만 기민은 피하지 않았다. 기민의 여유로운 태도를 보며 영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얼굴이 굳었다.

미친 새끼.”

기민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미친.”

영우는 전화를 눌렀다.

밖에 누구 없나? 있으면 좀 들어와.”

영우의 호출에 사람들이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영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저거 병원에 데려가.”

기민은 사람들의 부축을 밀어냈다. 그리고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영우는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거 미친 거 아니야?”

차라리 잘 된 겁니다.”

?”

기민의 대답에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초에 제가 이러지 않았으면 놔주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상할 정도로 요즘 저에게 기대시는 거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영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한숨을 토해냈다.

젠장.”

자신의 말의 의미가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신은 영우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건 사장님이 그러신 것이 아니라 제가 정한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

이건 간단한 겁니다.”

영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민 씨.”

이제 제가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영준은 침을 삼키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서 하루 만에 생각을 바꾼 거야?”

.”

동선은 가볍게 영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했어.”

그래?”

당연하지.”

동선은 싱긋 웃으며 영준의 머리를 살짝 품에 안았다.

우리 영준이 잘 하네.”

당연히 잘 하지.”

영준은 살짝 고개를 들어 동선의 얼굴을 확인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뭐든.”

잘 될 거야.”

영준은 씩 웃었다. 동선도 그런 그를 보며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꺠를 으쓱하고 더욱 꼭 안았다. 서로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순간은 오롯이 두 사람이 전부였다. 둘이 세상의 전부였다.

 

괜찮습니까?”

.”

기민은 이마를 만지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게 심각한 문제가 될 거라면 제가 먼저 나서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김영우 사장님도 제가 그리 크게 다치는 걸 바라시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영준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술을 내밀었다.

정말.”

왜요?”

이해가 안 되어서요.”

영준의 말에 기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회사에 다시 돌아가실 생각을 하시는 거 같은데. 방법이 있으십니까?”

.”

영준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주식이 있으니까요.”

주식이요?”

. 내가 꽤나 많거든요.”

영준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이걸 제대로 써야 하는 거였다. 자신의 무기를 다른 이에게 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 이걸 무조건 사용할 거였다.

그것도 복수를 해주죠.”

그러실 건 없는데.”

그래도요.”

기민도 그런 영준을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역장님도 안 나오시는 건가요?”

그렇다네요.”

서울은 기지개를 켜며 싱긋 웃었다.

그래도 좋죠.”

하지만.”

에이.”

부역장, 그러니까 부장은 안에 있기는 했지만 다른 두 직원은 출근하지도 않았다. 주간 근무가 두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자리를 비우면 안 될 터인데,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대단해요.”

?”

백 대리님 잘 버티니까.”

.”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지금 잘 버티는 게 아니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그저 이대로 있는 것. 이것이 전부였다. 이건 잘 버틴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제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으니 말입니다. 지금 제가 하려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래도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단해.”

무슨.”

.”

서울은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백 대리님은 모르시죠?”

?”

.”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다른 사람들은 불편해요.”

?”

그냥 가벼운 말인 것처럼 성희롱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도 있고. 배려도 없으니까요.”

서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서울의 표정은 꽤나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마 본인들은 모르겠지만요.”

저도 몰랐습니다.”

백 대리님이 왜요?”

미안합니다.”

아니요.”

동선의 사과에 서울은 손을 흔들었다.

무슨.”

미안합니다.”

동선은 다시 사과의 말을 건넸다.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아닙니다.”

굳이 치료를 받는데 따라와서 영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김영우 망할 새끼.”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

아닙니다.”

순간 기민의 얼굴이 스친 표정에 영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그건 좀 안 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준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민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짧게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