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장
“같이 일을 해도 되겠어요?”
“네?”
“그 녀석 성격.”
“아.”
은수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자 동선은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게 걱정이 되는 거였다.
“어쩔 수 없는 거죠.”
“많이 지랄을 할 거야.”
“지랄이라니.”
사과를 먹으며 다가오던 영준은 입을 내밀었다.
“너무하네.”
“그거 맛있지?”
“말 돌리기는.”
영준은 가볍게 은수의 어깨를 때렸다.
“괜히 이상한 말 하지 마.”
“뭐?”
영준의 짜증에도 은수는 그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영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녀석 말 듣지 마.”
“왜?”
“어?”
“왜 들으면 안 되는 건데?”
“아니.”
“은수 씨 말 맞는 거 같은데?”
“그렇죠?”
“그러게요.”
두 사람이 쿵짝이 잘 맞는 모습을 보며 영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러다가 이내 싱긋 웃었다.
“그래도 둘이 사이가 좋아 다행이다.”
“뭐래?”
“그러니까요.”
셋은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해.”
“어?”
씻고 나오던 동선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네가 힘들게 그곳에 들어간 거 알고 있어. 그래서 내가 마음대로 너를 이렇게 끌고 다니는 거.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을 해.”
“아니.”
동선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이게 불편한 거였다면 동의하고 같이 하고자 하지도 않았을 거였다.
“이 정도는 나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일이야. 도대체 나를 뭐로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
“나도 그래.”
동선은 가볍게 허리를 숙여 영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니 하는 거야.”
“고마워.”
“아니.”
동선은 고개를 저었다.
“너도 내 자존감이야.”
“어?”
“누군가가 나에게 무례하게 구하는 순간. 그걸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이 바로 너야.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순간 네가 나를 지켜줄 거라고. 나를 도와줄 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당연한 거지.”
“그렇지?”
동선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영준도 그런 그를 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싫어.”
“왜?”
“왜라니?”
영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무조건 네 말을 들어야 하는 거야? 나는 네가 바라는 그런 사람을 회사에 들이기가 싫어.”
“그거 이유가 되나?”
“뭐?”
“너 그럴 권한 없잖아.”
“무슨.”
영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한 영우와 다르게 영준은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네가 앉아있는 그 자리도 너 혼자 힘으로는 제대로 지키기 버거운 거 아닌가? 그런데 나에게 부딪치자는 거야?”
“무슨?”
“아니.”
영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볍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입술을 살짝 내밀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준의 행동에 영우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미간을 모았다.
“뭘 바라는 거야?”
“꽤 괜찮은 자리?”
“뭐?”
“영구적인.”
“미쳤어.”
영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자리는 없어.”
“왜?”
“왜라니?”
영우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무리 영준이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네가 바라는 그런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마. 그거 아버지도 못 해.”
“그래?”
영준은 입술을 내밀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우는 그런 그를 보며 미간을 모은 채 인상을 찌푸렸다.
“부끄럽지도 않아?”
“뭐가?”
“그따위로 사는 거.”
“어?”
영우의 지적에 영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부끄러운 거잖아?”
“뭐가?”
“남자랑.”
영우의 얼굴에 떠오른 순간의 경멸. 영준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그럼 너는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
“뭐?”
“나랑 내 주식은 다르게 생각을 하니까.”
“아니.”
“이게 내 유일한 무기야.”
영준의 말에 영우는 침을 삼켰다. 그저 약간이라도 상대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거였는데. 영우는 그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멍청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영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부탁해.”
“다들 뭐라고 할거야.”
“그럼 내가 더 높이 올라가야지.”
“뭐?”
“그게 답이야.”
영준의 말에 영우의 얼굴이 굳었다.
“안 된다고 했다.”
“부탁드립니다.”
“아니.”
아무리 그저 직함만이라고 하더라도 부회장이라니. 서혁이 뭔가를 해주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네가 우리 그룹의 아들이라는 거. 그거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모두 알아요.”
“영준아.”
“부탁이에요.”
서혁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영준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하기로 결심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하다 보면 결국 영준도 다칠 거였고. 그건 바라지 않는 거였다.
“부회장. 주세요.”
“좋다.”
서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그렇게 하마.”
“저 사람은 누구야?”
“낙하산.”
“낙하산?”
동선은 모든 말이 들리지만 굳이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내색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누구?”
“부회장 애인.”
“애인? 저 사람 남자 아니야?”
“그러니까.”
“그럼?”
목소리가 커지다가 이쪽을 살피는 눈치. 동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럴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부담이었다.
“여기 이건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ᄁᆞ?”
“아 그건.”
다행히 대놓고 뭐라고 하는 분위기는 아닌 모양이었다. 동선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물었다.
“그래도 우리 회사 직원들 착해.”
“아무렇지도 않아?”
“그럼.”
“미친.”
영준의 대답에 동선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냥 넘어가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영준도 느낄 정도로 하는 건 문제였다. 이럴 거라는 걸 알았지만 불편했다.
“그래도 네가 이씅니 다행이야.”
“뭐래? 기민 씨도 있는데.”
“그래도 다르지.”
영준도 나름대로 힘들었을 거였다.
“두 사람으로 이걸 버틴 거야?”
“그럼.”
“대단한데?”
영준 탓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자료도 주지 않는 것을 안 이상 자신이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해.”
“왜?”
“그냥?
동선의 말에 영준은 씩 웃었다.
“이리 와.”
“미쳤어.”
“왜?”
“싫어. 여기 회사야.”
동선이 기민이 있는 족을 보면서 눈치를 살피자 영준은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이건 같이 일을 하는 게 아니었다.
“기민 씨?”
“네? 네.”
“동선이에게 뭐라고 했어요?”
“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제 하시라고 했습니다.”
“기민 씨! 굳이.”
동선은 난처한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을 모두 다 말을 하는 건지. 기민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기 회사입니다.”
“내 사무실이에요.”
“저도 있습니다.”
“그래서요?”
“불편합니다.”
기민의 말에 순간 영준의 얼굴이 굳었다.
“기민 씨 그러지 말고.”
“그럼 그만 두시죠.”
“야. 기명준.”
“기민 씨. 그만 두시면 되는 겁니다.”
영준의 동선은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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