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13장]

권정선재 2018. 12. 24. 23:29

13

너도 여기 알아?”

아니.”

해나의 말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밖에서 잘 안 먹으니까.”

얘는 대단해.”

대단은.”

세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유정이 걔는 말이야.”

너 취했어.”

취하기는.”

서울이 말리려고 하자 유정은 손을 내저었다. 서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세인을 쳐다봤다.

얘 지금 집에 전화를 해서 보내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연락을 해도 될까요?”

일단 내가 해볼게요.”

세인은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더니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다들 연락을 안 받는데요?”

그럼 어떻게 하죠?”

일단 집에 가죠.”

집이요?”

이 와중에 해나의 걱정이 먼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디에 가야 하는 건지 그게 걱정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보낼 겁니다.”

알겠어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아니요.”

세인이 사과의 말을 건네자 서울은 양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해나를 제대로 말리지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도 있었다. 자신도 해나가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실 거라는 것을 알면 말렸어야 했다.

그럼 해나 가면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서울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땅히 갈 곳은 없었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비굴하게. 그리고 없어 보이게 굴고 싶지 않았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해나는 아직도 집에 가지 않았나?”

영화를 두 편이나 봤지만 세인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한서울.”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것. 이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영화를 더 보려고 했지만 허리가 너무 아팠다.

만화나 볼까?”

서울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있어요?”

미안합니다.’

아니요.”

세인의 사과에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를 통해서 이 표정이 보일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모든 감정을 전부 다 얼굴에 드러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어디 아픈 건 아니죠?”

. 그저 술을 많이 마신 거 같아요. 그리고 집에 연락을 해보니까 다들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고 하더라고요.’

. 여행.”

그럼 굳이 갈 이유가 없으려나.

미안해서 어쩌죠?’

아니에요. 내가 먼저 해나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한 거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요. 세인 씨 고마워요.”

. 밤에라도 보내면 연락할게요.“

알았어요.”

서울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자 혼자요?”

? .”

모텔에 혼자 들어가려니 영 이상한 기분이었다.

혹시 뭐.”

?”

이상한 생각이라도 하는 건 아니죠?”

아니요.”

이상한 생각이라는 말에 순간 멍하니 있던 서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살을 생각을 하기라도 한 건가?

집에 보일러가 터졌어요.”

아이고.”

바로 모텔 주인의 표정이 다르게 변했다. 서울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런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게 슬펐다.

 

그래도 좋네.”

서울은 모텔에 털썩 누우며 한숨을 토해냈다.

한서울.”

이렇게 자기 암시라도 걸어야 하는 건가? 서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내밀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

다른 모텔은 다들 예약이 가득이라고 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도대체 자신이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서울은 눈을 감았다.

 

미안.”

아니야.”

해나의 사과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과는.”

너 서울이 좋아해?”

?”

순간 해나의 물음에 세인의 미간이 모아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해나는 가만히 세인의 눈을 응시했다.

아까 같이 밥을 먹을 때 보니까. 너 서울이 보면서 뭔가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거 같아서 말이야.”

그래?”

세인은 부정의 말을 하지 않은 채 해나에게 물을 건넸다. 해나는 그 물을 마시곤 고개를 흔들었다.

너 그러지 마.”

?”

내 친구야.”

알아.”

세인은 물끄러미 해나를 응시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네가 나에게 이렇게 무례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 이유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뭐라고?”

해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머리를 뒤로 넘겼다.

너 걔 누구인지 몰라서 그래.”

?”

몇 년이나 동거를 했어.”

그런데?”

그런데라니.”

해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네가 하는 그 행동. 고모네가 알면 뭐라고 할 거 같은데? 너에게 그런 애를 소개했다고 나에게 뭐라고 하실 걸?”

안 그러셔.”

.”

그리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건 내가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야. 왜 거기에 네가 끼어서 이러는 거지?”

세인은 가만히 해나의 눈을 응시했다.

동거가 죄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거 아무렇지도 않아.”

대단하네.”

해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너 정말로 걔 좋아해?”

좋아하면 안 돼?”

?”

안 될 이유 없잖아.”

아니.”

세인의 말에 해나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헝클었다.

네가 그런 애랑 만난다고 하면 내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을 거라고. 나 정말로 싫어. 시달리는 거 싫어.”

너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는 네가 친구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이건 친구랑 다른 거지.”

뭐가 다른 건데?”

?”

나보다는 그쪽이 우선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친구라며?”

어떻게 그래? 가족이 우선이지.”

가족?”

세인은 턱을 긁적이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물끄러미 해나의 눈을 응시하면서 가볍게 입을 내밀었다.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안 그래도 힘든 사람 너는 흔들지 마.”

뭐라고?”

그 날. 나에게 잘 해주라고 했잖아. 안 그래?”

그건 다르지.”

뭐가 다른 건데?”

아니.”

해나는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너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해?”

지금 우리 서로 안 통하는 거 아니야?”

너 때문이야.”

?”

세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돌아가.”

?”

이런 식으로 갑자기 찾아오는 거 나 불편해.”

불편이라니?”

해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쪽에서는 상대를 걱정해서 말을 해준 거였는데 이런 반응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

그래.”

해나는 재킷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인은 그가 나가고 나서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도대체.”

세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왜.”

언제까지 자신을 보호하려는 건지. 세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서울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폰을 내려뒀다.

한서울 씨.”

자신의 배려.

내가 잘 하는 걸까?”

해나와의 문제가 복잡할 수도 있었다. 세인은 눈을 감았다.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가 더욱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진짜.”

서울은 귀를 막았다.

미쳤어.”

그냥 잠을 자러 온 사람은 없는 걸까?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다시 눈을 감았다. 다행히 옆방의 소리는 잦아들었다.

모텔.”

방이라도 구해야 하는 걸까?

한서울 뭐 하고 산 거니?”

그 동안 돈 한 푼 제대로 모아두지 못했다는 거. 이것 자체가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게 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김철수.”

당장이라도 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해야 할 거였다. 부끄러워도. 아니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서울은 그대로 다시 눈을 감았다.

한서울. 자자. 자자.”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