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12장]

권정선재 2018. 12. 18. 01:08

12

그거 미친 거 아니야?”

누나.”

아니.”

철수가 집에 다녀갔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는 것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뭐래?”

누나가 바람을 피워서 그런 거라고.”

?”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한 건지 모르는 채로 이런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하는 거였다.

너는 뭐라고 했어? 가만히 있었어?”

웃었지.”

그래서?”

엄마가 사과를 하더라고.”

?”

도대체 왜 사과를 하는 건지. 자신이 무슨 자격이 있어서. 춘자가 무슨 힘이 있어서 사과를 하는 건지.

엄마가 왜 사과를 해?”

딸이 그렇다고.”

아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온 몸에 더러운 벌레가 기어가는 기분이었다.

보증금은 그쪽에서 돈이 생기면 주라고 하더라고.”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그는 평생 여유가 생기지 않을 인간이었다. 뻔한 일이었다.

나는 그래도 그 사람이랑 누나랑 있었던 일을 아니까 나가라고 하는데. 안 듣더라고. 그 사람.”

말도 안 되는 거야.”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는 걸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내가 말할게.”

우선 어디에서 지내?”

?”

누나.”

너는 몰라도 돼.”

부산이라면 말을 해도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거꾸로 이게 춘자에게 갈 수도 있는 거였다. 자신을 위한다는 핑계로.

내가 알아서 할게.”

나도 알아야지.”

내가 너에 대해서 다 아니?”

? 갑자기 왜?”

우리 두 사람 어른이야.”

서울의 단호한 말에 부산은 다른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무렁.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 녀석은 내가 만날게.”

같이 가.”

?”

위험해.”

괜찮아.”

서울은 부러 더 씩씩한 표정을 지으면서 밝게 웃었다. 무슨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이런 자리에 부산을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다. 그건 오히려 철수에게 다른 빌미 같은 것이 될 거였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너에게 바로 말할 거야.”

정말이지?”

그럼.”

진짜로?”

그래.”

서울이 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자 부산은 그제야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걱정이 가득한 것 같지만 다른 말을 더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좋은 동생인 모양이었다.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 역시 이해를 할 수 없지만 동생이라서 이해해주는 부산이 고마웠다.

 

그러니까.”

신고하기 전에 돈 내놔.”

?”

서울의 단호한 말에 철수의 미간이 굳었다.

무슨 말이야?”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거. 그게 문제가 되는 걸 몰라? 그렇게 무례하게 굴면 안 되는 거지.”

아니.”

너 공무원 시험 보는 거잖아. 아니야?”

서울의 지적에 철수는 뜨끔하며 침을 삼켰다.

지금 너 시험 못 볼 수도 있어.”

협박이라도 하는 거야?”

협박은 네가 한 거지.”

내가 언제?”

네가 내 공간에 들어온 거. 내 회사에 들어온 거. 그런 거 범죄가 되는 거 알아야 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안 그래?”

서울의 말에 철수는 멍한 표정이었다. 설마 이런 것도 생각을 하지 않고 이런 짓을 저질렀던 건가? 서울은 가늘게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철수를 보며 미간을 모았다.

한 번만 더 나타나봐.”

아니.”

그럼 진짜 너 끝이야.”

철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디 안 나가요?”

내가 있어서 불편해요?”

아니요.”

집주인이 세인인데 어딜 나가라고 하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거고 이상한 거였다. 서울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빨래나 할까 해서요.”

그냥 해요.”

?”

건조기도 있어요.”

. .”

아무리 그래도 속옷도 있고 그런데. 세인은 자신이 뭐가 하거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서울은 입을 내밀었다.

에라 모르겠다.

서울은 방에 들어가서 모든 옷을 챙겼다. 커다란 수건으로 그것을 감싸고 나오는데 정말 세인은 이쪽을 보지도 않고 있었다. 일단 세탁기에 모두 다 넣고 나서 버튼을 누르다가 멈칫했다. 세제가 없었다.

건조기 옆에 시트 세제랑 섬유유연제 있어요.”

?”

그거 쓰면 됩니다.”

아 고맙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이는 건지. 그래도 고마운 사람이었다. 이쪽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다 보이는 모양이었다.

고마워요. 정말.”

아니에요.”

세인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서울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방에 들어갔다.

 

. 맞다.”

한참 온라인 쇼핑을 하다가 서울은 아차 시펑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완벽하게 잊고 있었다. 얼른 정리해야 하는 건데.

미쳤어. 한서울.”

빠르게 거실로 나가니 세인은 없었다. 어디를 간 건가? 그때 건조기에서 소리가 들리고 세인이 나타났다.

제가 넣었어요.”

?”

바쁘신 거 같아서요.”

.”

서울은 옆으로 한 발 비켜났다. 그러다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이건 무례한 거였던 건가? 서울은 어색한 표정이었다.

미안해요. 금방 저도 나가야 해서.”

다정한 건지. 뭔지.

아니에요.”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이렇게 말하는데 자신의 실수도 있으니 더 말을 할 것도 없었다.

 

미치겠다.”

춘자에게서 계속 전화가 오는 중이었다. 무시하고 싶지만 이건 쉬운 것도 아니었다. 다른 것도 할 수 없도록 계속 전화가 오는 중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집요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다시 전화가 와서 짜증을 내려고 하는데 해나였다.

. 해나야.”

너 지금 집이야?’

? .”

여길 지금 집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랬지만.

다행이다.’

다행?”

나 지금 세인이 집 가거든.’

?”

서울은 너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지금?”

? . 지금. 지금 세인이 집에서 뭐 먹으려고 하는데. 어차피 같은 동네이니까 봐도 좋을 거 같아서.’

아니.”

도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거지.

사실 유정이가 뭐라고 해서 그렇지. 너랑 내가 더 친한 거잖아. 그래서 간만에 뭉칠까 해서.’

그래야지.”

대충 넘기려고 했지만 그래도 여기에 오는 거였으니까. 일단 뭔가 여기에 대해서 수습을 해야 했다.

너 언제 올 건데?”

나는 지금 세인이 집 바로 앞이야.’

?”

너도 올 거지? 그럼 얼른 와.’

알았어.”

해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세인을 쳐다봤다.

지금 해나 온대요.”

?”

여기.”

.”

그렇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갑자기 벨소리가 들렸다. 서울은 놀라서 세인을 쳐다봤다.

어떻게 하죠?”

일단 방에 가요.”

? 그러니까.”

일단 내 방에 가요. 내가 수습할게요. 거기 해나 안 들어가거든요.”

하지만.”

전화기는 들고 있죠?”

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는 순간.

. 세인아. 문 열어.”

서울은 고개를 끄덕이고 세인의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닫히고 세인이 현관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너 여기 왜 와?”

뭐래?”

세인은 어깨를 으쓱하고 입을 내밀었다. 해나는 그런 세인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입을 내밀었다.

너 지금 이상해.”

뭐가?”

뭐 누구 있어?”

있기는.”

해나의 말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게.”

해나는 소파에 앉아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 여기 서울이 오라고 했어.”

? 나는 불편한데.”

?”

해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불편해?”

당연하지. 내 친구가 아니라 네 친구니까.”

. 그러네.”

해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앞에 고기 잘 하는데 있어. 그러니까 우리 여기에 가서 먹자. 나도 고기 먹고 싶은데 혼자 가서 먹기 어려우니까 못 가고 있었어.”

그래?”

해나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나가는 소리를 듣고 나서 서울은 방에서 주저앉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