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11장]

권정선재 2018. 11. 27. 21:02

11

그 상황에서 끼어들어서 미안합니다.”

아니.”

서울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용준이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넸다.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제가 말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쪽은 그런 게 더 간단할 테니까요.”

아니요.”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미안합니다.”

내가 해결을 해야죠.”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제가 해야죠. 그래야 다른 말을 안 하죠.”

미안합니다.”

서울은 그런 용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신을 본 채로 계속 사과의 말만 남기는 그가 신기했다.

저기.”

미안합니다.”

자존시미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용준이 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고 그는 자신을 도우려고 하는 거였다.

아니에요.”

그의 말이 사실이니까.

도와줘서 고마워요.”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여성으로 사회를 살아간다는 게 결국 이런 의미일 거였다.

만일 용준 씨가 아니었으면. 그러니까 김 대리님이 아니었다면 이거 해결을 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김최 대리요.”

?”

김최 대리.”

.”

그제야 그가 자신에게 처음 인사를 할 때 김용준이 아니라 김최용준이라고 한 것이 기억이 났다.

. 김최 대리님.”

고맙습니다.”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아니요.”

용준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한서울 씨가 지금 기분이 나쁜 일을 가지고 괜히 나를 배려하면서 고맙다고 말을 할 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 파일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건 한서울 씨에게 그냥 주면 되는 거였어요. 그 상황에서의 문제점은 그것대로 지적을 하는 거고요. 그래야 하는 건데. 정말로 미안합니다.”

아니.”

이런 사과를 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서 당황했다. 용준의 미소에 서울은 그저 어색하게 웃을 따름이었다.

 

요즘에도 그런 새끼가 있어?”

미친 거네.”

그러게.”

서울은 술을 들이켜며 미간을 모았다.

세상이 어떤 때인데.”

확신고해.”

. 미쳤어?”

유정의 말에 해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신고가 쉬운 일도 아니고. 괜히 그러다가 한서울 일자리라도 잃으면? 네가 그때 책임을 질 거야?”

그런 건 아니.”

일단은.”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크게 숨을 내뱉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견디려고.”

너 그거 병 돼.”

그러게.”

서울은 혀를 내밀고 싱긋 웃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러게.”

그래도 다행이네.”

? 뭐가?”

유정의 말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지금 뭘 듣고 그래도 다행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좋은 남자도 있는 거 아니야?”

?”

너 좋아하는 거 같은데.”

무슨.”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숨을 토해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저 동료로 도운 게 전부였다.

너 내 친구 맞아?”

?”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아니.”

유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 그래도 평소에도 쉽게 말을 하는 성격인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회사에서 너를 도와주는 거. 그거 조금 문제가 되는 거니까. 그런데 너를 편을 드니까.”

얘가 무슨 햄스터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네 말이 그래.”

아니.”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술잔을 세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의 말이 무슨 말인지도 알고. 그도 자신을 걱정해서 한 말이라는 것은 알았으니까.

무슨 말인지 아는데 그러지 마.”

아니.”

서울은 미리 준비한 자신의 몫을 ᅟᅦᇀ이블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나 갈게.”

.”

유정이 말렸지만 서울은 그대로 멀어졌다. 그가 술집을 나서자 유정은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쟤 왜 저래?”

너도.”

뭐가?”

안 그래도 힘든 애한테.”

아무리 그래도.”

유정은 볼을 부풀렸다.

저거 이상한 거야.”

너도 이상해.”

아니.”

해나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자 유정은 울상을 지었다. 약간 서울이 이상한데 무조건 자신의 탓이었다.

해나 너는 쟤가 안 이상해? 철수랑 하루이틀 싸운 것도 아니고 갑자기 그런 것도 그러고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다른 거지.”

좀 이상하다니까.”

그런가?”

해나는 유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서울을 위로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미안했다.

 

아침에는 고마웠어요.”

.”

거실에서 책을 읽던 세인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빠 같아요.”

?”

술 마시고 들어오고. 간식.”

.”

서울은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세인을 위해서 사온 간식을 내밀었다. 세인은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러네. 지금.”

고맙습니다.”

세인은 정말 기쁜 표정이었다.

같이 먹어요.”

늦었어요.”

어차피 내일 쉬는 거 아니에요?”

.”

거실 알림판에 쓴 것도 다 확인을 한 모양이었다.

저거 놀라운 동물백과인데. 같이 봐요. 이번에 다음 편이 나온다고 해서 다시 보고 있었거든요.”

그럼 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였다. 초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보면서 컸는데, 이제 그 외전까지 나오니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더 할 거죠? 맥주?”

? .”

전 할 거거든요.”

그럼 저도 줘요.”

그래요.”

세인은 작은 맥주 하나를 건넸다.

. 애기 맥주.”

뭐라고요?”

서울의 말에 세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큰 소리로 웃으믕터뜨렸다. 서울은 씩 웃고 그의 옆에 앉았다.

잘 마실게요.”

나도 같이 마실 사람이 있어서 고마워요.”

어색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시간. 세인이 꽤나 배려가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때 손이 닿고 서울은 움찔거렸지만 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영화에만 시선을 가져갔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저 나갔다가 올게요.”

그냥 받아도 되는데요.”

아니요. 그럼 방에만.”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서울은 발신자를 확인하고 한숨을 토해냈다. 부산이었다.

?”

누나 어디야?’

왜 그러는데?”

한서울!’

갑자기 춘자의 고함이 들렸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건지.

다 큰 게 왜 집에 안 들어와?’

독립한 거야.”

독립은 무슨!’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이러는 건지. 받지 않았어야 하는 거였다.

일단 집에 와.’

부산이었다.

?’

싫어.”

?’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미간을 모았다. 아마 부산은 모를 거였다. 아무리 그를 이해한다고 해도 모를 거였다.

안 가.”

전화를 끊었다.

정말 싫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온 세상이 뱅글뱅글 도는 기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서울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 말이 들리지 않자 엷은 미소를 지었다.

.”

안 나와요?”

. 나갈게요.”

서울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이니까. 조금 더 아무렇지 않게. 그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단 한 가지 분명한 것. 세인에게는 부끄럽거나 꿀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자존심. 말도 안 되는 것.

한서울 한심해.”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러는 게 너무나도 이상했다. 이 와중에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행동을 한다는 것. 그때 다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거절을 누르기가 무섭게 다시 걸려왔다.

정말.”

서울은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그리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 자신이 잘 하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 그걸 하는 게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