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9장]

권정선재 2018. 11. 27. 20:50

9

무슨 술을.”

마실 수도 있지.”

서울은 이리저리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때로는 친구들과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 그때 부산이 배를 벅벅 긁으면서 나타나기가 무섭게 춘자는 그에게만 북엇국을 내려놓았다.

뭐야?”

뭐가?”

아니.”

너는 여자애가.”

?”

갑자기 정신이 확 드는 기분이었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나는 괜찮아. 이거 누나 먹어.”

무슨? 그걸 왜 얘를 주니?”

부산이 서울에게 북엇국을 건네자 춘자가 바로 막았다.

이거 다야.”

그런데?”

네가 먹으라고.”

됐어.”

서울은 소리가 나게 수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갈게.”

뭐를?”

아니.”

서울은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도 딸인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대접을 할 수가 있는 건지. 춘자를 같은 여성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 투성이였다.

나 엄마 딸이야?”

그 나이에.”

뭐라고요?”

엄마 지나쳐.”

뭐가?”

부산까지도 끼어들자 춘자는 미간을 모았다.

너는 왜 끼어들어?”

?”

서울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지. 모든 것이 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이었다.

알았어.”

애초에 춘자와 다시 산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빨리 자신이 살 곳을 마련해야 하는 거였다.

 

그냥 나와.”

보증금은?”

그러네.”

해나는 혀를 내밀며 싱긋 웃었다.

너 돈 없어?”

내가 무슨?”

유정의 물음에 서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적금을 붓고 있기는 하지만 큰 돈도 아니었고 지금 깨면 손해가 컸다.

월세는 싫어.”

그러게. 그건 돈도 안 모이고.”

그러니까.”

지금 집은 위치가 좋기는 했다. 회사와 가까우니까. 출퇴근 시간이 멀어지는 것이 아니고서야 어려웠다.

우리 사는 게 왜 이러니?”

그러게.”

그때 휴대전화를 보던 해나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서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

여기 세인이 와도 돼?”

?”

서울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냈다는 사실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해나를 봤다.

아니 지금 집에 다녀오는 길인데 밥을 못 먹었다고 해서.”

오라고 해.”

유정도 시원하게 말햇다. 서울의 속도 모르는 채로 대답하는 것.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

너는 불편해?”

아니. 무슨.”

서울은 부러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라고 해.”

그럼 부른다.”

응 그렇게 해.”

해나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면서도 전화를 걸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해나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둘이 살면 되잖아.”

?”

?”

무슨

유정의 말에 나머지 세 사람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유정은 맥주를 마시며 그저 사람 좋은 표정이었다.

? 좋잖아. 지금 어차피 자리도 나는 거고. 그렇게 둘이 사는 거. 크게 문제는 안 될 거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해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이상하잖아.”

네 사촌이잖아.”

그건 다르지.”

해나는 서울의 눈치를 살피며 어깨를 으쓱했다.

세인이 말이 아니라.”

그럼 나?”

? 아니.”

서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자 해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것. 결국 자신의 이야기였다.

뭐라고 하려는 거 아니야.”

아니. 내가 무슨 부정한 거야? 내가 뭐 잘못이라도 한 거야? 세인 씨에게 뭐라도 할 거 같아?”

내가 지금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닌데 너는 왜 그래? 그런 말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야.”

지금 그런 거잖아.”

뭐가?”

너 그랬어.”

세인이 나서자 해나의 얼굴이 굳었다. 해나는 어이가 없어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서울의 편을 드는 거라니. 사촌이라고 해도 이런 식은 서운한 기분이었다.

네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래도 이건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야.”

?”

세인의 말에 해나는 미간을 모았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그런 말이 아니라.”

한서울 씨. 우리집 올래요? 전세. 지금 있는 거만 내요.”

.”

서울은 순간 당화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 그런데 그때 해나의 굳은 얼굴이 보였다. 그 미소에 괜히 비위가 상했다.

좋아요.”

!”

?”

아니.”

살죠. 같이.”

서울의 말에 세인은 싱긋 웃었다.

그럼 언제부터 올 겁니까?”

내일부터요.”

좋습니다. 내일. 만일 갈 곳이 없으면 오늘 당장 와도 됩니다. 어차피 손님 방이 있으니까요.”

좋네요.”

서울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비웠다. 뭐가 되었건 자신을 무시하는 것들은 다 제대로 보여줘야만 했다.

 

누나. 나 담배 가져간다.”

?”

부산에 방에 들어오면서 한 말에 서울의 눈이 커졌다.

그러니까.”

엄마는 몰라.”

부산은 능숙하게 서울의 서랍을 열어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한 개비만 가져가려다가 한 개비를 더 꺼내고 집어넣었다.

지난 번에도.”

?”

분명히 자신이 제대로 수를 샌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다음날 보니 그 수보다 적게 남아있었다. 자신이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보니까 부산의 일인 모양이었다.

언제부터 그런 거야?”

얼마 안 돼.”

!”

순간 서울의 눈이 커다래졌다. 서울은 놀라서 잘에서 일어났다. 그 안에는 그의 장난감이 있었다.

미쳤어!”

우리 어른이잖아.”

그거. 내 거 아니야.”

알았어.”

성인 기구글.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그걸 왜 봐?”

아니 머. 어차피 엄마는 누나 담배 피는 것도 모르고. 나도 그런 거 신경도 안 써. 누나 삶인데 말이야.”

엄마가 알아도 돼.”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산의 말처럼 자신은 이미 어른인 거였으니까.

나도 서른이야.”

그렇지.”

부산은 엄지를 들고 씩 웃었다.

응원해.”

너 담배 갚아.”

알았어.”

부산이 나가고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다가 잠시 멍해졌다. 이곳. 자신의 공간이 아니었다.

여기.”

자신의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오롯이 쓸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누구나 다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것. 부산이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에게 어떤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가자.”

뭐가 되건 이 집을 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나가지 않고서는 자신에게 제대로 된 무언가가 생기지 않을 거였다.

 

꽤 비쌀 거예요.”

?”

용준의 말에 서울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저도 이 근처에서 집을 좀 구해보려고 했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가격이 나오지 전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계속 부모님 댁에서 다니기로 했어요. 아니꼬와도 어쩔 수 없죠.”

.”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모든 마음을 그대로 다 들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냥 하는 말이에요.”

용준은 씩 웃었다.

훔쳐본 건 아니고.”

그런 말이 아니에요.”

미안해요.”

?”

용준의 사과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왜 사과를 해요?”

내가 몰래 본 거니까.”

아니요.”

애초에 사무실에서 이런 것을 본 것 자체가 다른 사람이 볼 수 있을 거라는 가정을 한 거니까.

그런데 역장님은 보여주지 마요. 또 옛날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거 재미있다고 하실 거니까요.”

. 그러네요.”

서울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용준도 그런 그를 보고 웃었다. 서울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방금 뭘 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