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8장

권정선재 2018. 11. 20. 23:38

8

그 남자 뭐니?”

?”

집에 들어가기 무섭게 들리는 춘자의 다그침에 이미 부산이 그에게 모두 다 말했음을 느꼈다.

해나 사촌이야.”

그런데 나는 왜 몰라?”

?”

다 말하면서.”

내가 애도 아니고.”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한테는 내가 뭐니?”

뭐가?”

대체 넌 왜.”

?”

서울은 미간을 찌푸렸다. 춘자가 왜 이렇게 유난스럽게 구는 것인지 그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남의 집 딸들은 다 자기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한다는데. 너는 무슨 애가 그 모양이야? 다들 돈도 많이 준다는데.”

나도 생활비 내잖아.”

무슨 생활비?”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물끄러미 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꽤 많이 주잖아.”

그게 돈이니? 어디에서 너 혼자 밥을 먹고 나면 그거 아무 것도 아니야. 그거 한 달 식비로도 못 쓴다고.”

엄마. 나 한 달에 세전 200도 안 돼요. 그런데 거기에서 50을 엄마에게 주는 거야. 그게 적은 거라고 생각을 해요? 내가 생각을 하기에 이 정도면 엄마에게 많이 주는 거 같은데. 아니야?”

그래도 적어.”

아니.”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부산이는?”

뭐가?”

걔는 돈 안 내잖아.”

걘 다르지.”

달라? 뭐가?”

서울은 어이가 없어서 입술을 꾹 물었다.

걔는 뭐가 달라?”

나중에 장가들면 나를 모시고 살 거잖아.”

뭐라고요?”

그거 아니야.”

그때 집에 들어오는 부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서울의 앞에 섰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엄마. 전에도 말씀으 드린 거 같은데? 나는 비혼주의자에요. 나 혼자 겨우 살고 그럴 거라고요. 그런데 무슨 장가를 들어서 엄마를 모시고 살아?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결혼해도 따로 살 거야. 엄마랑 왜 살아?”

엄마랑 왜 살아?”

춘자는 단 한 번도 예상도 하지 못한 것처럼 멍한 표정이었다. 엄청난 충격이라도 받은 거 같았다.

네가 어떻게 그래?”

어떻게라니?”

부산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

엄마도 이제 좀 자기 삶을 살아요.”

아니.”

부산은 놀란 춘자를 두고 그대로 집을 나갔다. 서울도 그런 춘자를 보고 한숨을 토해내고 부산을 따라 나갔다.

 

누나 미안해.”

왜 네가 미안해?”

평생 미안했어.”

부산은 멍하니 술잔을 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 동안 엄마가 누나랑 나를 차별하는 것을 알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거. 그거 너무나도 미안해.”

내가 누나니까.”

아니.”

부산은 술잔을 입에 털어 넣고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막았어야 했어.”

에이.”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평소와 다른 부산의 모습에 서울은 물끄러미 그런 부산을 보다가 씩 웃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뭐가? 아니야.”

부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 형 정말로 좋은 사람이더라.”

? 아니야. 그 사람.”

순간 서울은 당황해서 멈칫하고 나서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자신과 세인은 어떤 관계도 될 수 없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왜 말이 안 되는 소리야?”

부산은 그런 서울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서울은 짧게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래?”

그럼.”

서울이 힘을 주어 말하자 부산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남매는 서로의 술잔을 채웠다.

 

선이요?”

내 조카인데 괜찮아.”

싫습니다.”

?”

역장이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꺼내려던 휴대전화를 어쩌지도 못한 채 서울을 쳐다봤다.

지금 싱글인 거 아니었어?”

맞습니다.”

그런데 왜?”

싫으니까요.”

서울의 대답에 부장은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한서울 씨가 사회 생활을 못 하네.”

제가요?”

부장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고 있는데, 그 말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순간 대리가 먼저 나서서 서울을 일으켰다. 동선을 대신해서 온 사람이었는데 아직 제대로 대화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죄송합니다.”

서울이 제대로 따지기도 전에 대리는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밝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제 소개도 안 했죠?”

두 사람의 대화에 부장은 역장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대리는 싱긋 웃으면서 서울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최용준입니다.”

. 저는 한서울이에요.”

내 알고 있습니다.”

서울은 멍했다. 용준은 싱긋 웃었다. 악수도 가볍게 하고 나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

이미 역장도 없었고 용준이 왜 그런 것인지도 알고 있기에 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마냥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그럼 천천히 나오세요.”

먼저 다 챙겨서 부스로 나가는 그를 보며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오지랖도 넓은 사람이었다.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무슨.”

유정의 말에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화장실에서 나오던 해나가 지퍼를 마저 올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유정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 누구 보고는 게이라고 했잖아. 슈퍼 이성애자에게. 아주 슈퍼 카사노바더라. 늘 여자가 바뀌어.”

그거야.”

서울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건 좀 그랫다.

아무튼 좋은 사람인 거 같기는 한데 싫어.”

너 아직 철수에게 미련이 있는 건 아니지?”

무슨.”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 인간에게 미련이라니.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그런데?”

?”

왜 그렇게 철벽이야?”

아니.”

단호하고 그럴 문제도 아니었다. 애초에 용준과 자신은 그저 동료인 거고. 이런 이야기도 우스운 거였다.

그냥 나 혼자 살기도 바빠.”

아 맞네. 그거 신고하지.”

이제 은퇴한대.”

은퇴?”

유정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해나도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모두 다 이미 알고 있는 거였다. 직장에서 여성이 당한 일을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고민이 있어야 하는 건지. 게다가 이제 곧 그만 둘 사람이라면 말을 하지 않는 게 나았다.

술이나 마시자.”

여필종부.”

여자는 필히 종부세를 내야 한다.”

셋은 웃음을 터뜨리며 잔을 부딪쳤다.

여자들이 시끄럽게.”

그때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해나가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요?”

.”

?”

유정이 말려도 해나는 미간을 모았다.

지금 그 말 다시 해요.”

아니 여자들이 말이야. 지금 이 시간에 술이나 마시면서.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잘나서 목소리를 높여?”

무슨.”

술이 꽤나 취한 것 같은 중년 남성들이었다.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서나 저러는 건지.

각자 좋은 자리인 거 같은데 그만 하시죠.”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서로서로.”

뭐래?”

어디에서 끼어들어?”

서울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이런 인간들만 세상에 있는 건지.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냥 조용히 하자고요.”

아유. 왜 이래?”

그때 식당 이모가 나타났다.

자기들이 그만해.”

?”

이모가 갑자기 자신들에게 뭐라고 하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술을 잘 마시다가 한소리를 들은 것은 이쪽인데. 도대체 어떻게 이쪽에게 그만 하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가 있는 건지.

삼촌들. 내가 서비스 줄게. 그만해.”

하여간 내가 이모 덕에 참는다.”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술집은 시끄러워졌다. 서울과 해나. 그리고 유정은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에 현금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셋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씨발.”

씨팔!”

아주 엿 먹어라.”

그렇게 욕을 하고 셋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마 속이 아주 조금이나마 풀리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