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왜 끼어들어?”
“그럼 그냥 가?”
“그냥 가야지.”
“무슨.”
서울의 말에 부산은 미간을 모았다.
“누나.”
“안 다쳤습니까?”
“네.”
세인의 물음에 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속상했다. 여성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답답했다.
“무슨.”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런데 누구?”
“네?”
“아니야. 아무도.”
서울의 말에 세인은 살짝 표정이 굳었다. 그러다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해나 사촌이에요.”
“아. 해나 누나.”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세인은 입술을 한 번 꾹 다물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가볼게요.”
“네. 가세요.”
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뭐야?”
“뭐가?”
“저 형.”
“뭐가?”
서울은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넘기려고 했지만 부산의 반응은 달랐다. 서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별 것 아닌 사람이야.”
일부러 스스로에게 더 단호히 말하는 거였다. 다행히 부산은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더럽게 튕기네.”
순간 서울의 얼굴이 굳었다. 혹시라도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상대의 표정을 보니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지금 자신이 들은 말의 의미가 뒤늦게 겨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였다.
“얼굴 좀 반반하다고.”
술 냄새. 위협. 평소에는 그렇게 잘 나오던 말들이. 남의 상황에서 막 나올 것 같은 말들이 입 안에서만 맴돌았다.
“그거 성희롱입니다.”
그때 나타난 목소리. 남자는 세인을 보고 바닥에 침을 한 번 뱉고 물끄러미 세인을 보다가 돌아섰다.
“괜찮습니까?”
“네? 네.”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그리고 왜 자꾸만 도움을 받기만 하는 건지.
“안 도와줘도 됐어요.”
“압니다.”
세인의 미소에 서울은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한서울 씨.”
서울이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세인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의 말을 끊은 채로 검지를 들고 좌우로 흔들었다.
“이상한 인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한서울 씨가 그런 인간들에게 제대로 응대할 수 있는 것도 알지만. 그런 것 보다는 그런 미친 새끼들에게는 남자가 먼저 들이대는 것이 더 간단하니까요.”
“그래도 남자가 구해주는 건.”
“내가 남자에요?”
“네? 그러니까 그런 말이 아니라.”
도대체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튀는 건지. 성루이 당황해서 입을 다물자 세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말은 아니니까요.”
“아. 네.”
“그저 해나 친구니까?”
“아. 그렇죠.”
이렇게 말이 많이 많았던 사람이었던가? 아무튼 어쩌면 자신은 별 것 아닌 것에도 오해를 하는 것이었다.
“미안해요.”
“왜 한서울 씨가 사과를 하는 겁니까?”
“네?”
“안 그래도 된다고요.”
“아.”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세인은 가볍게 주위를 살피더니 손을 흔들고 멀어졌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한서울.”
스스로 생각해도 멍청한 말들만 늘어놓은 셈이었다. 서울은 애써 생각을 지우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서울 씨는 결혼 안 하나?”
“네?”
회식 중에 갑자기 나온 말에 서울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갑자기 모든 시선이 다 자신에게 향하는 기분이었다.
“더 늙으면 애도 못 나아.”
“애도 안 좋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애국을 안 해.”
“문제야. 문제.”
다행히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서 떠났지만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아니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해야 하나? 모두 자신에 짝짓기를 바라는 기분.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미친 인간들 아니야?”
“어쩔 수 없지.”
“아무리 그래도.”
마치 자신이 당한 일인 것처럼 대신 화를 내주는 해나를 보며 서울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여성들이 우선 공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그래?”
“말만 그러는 거니까.”
서울의 말에 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얼마 전엔 동네에서 헌팅을 당했는데 거절을 하니까 욕을 하는 거야. 막 위혀보 하고. 엄청 사납게 말이야.”
“어머.”
“세인 씨 아니었으면 큰일이었어.”
“세인이?”
해나의 표정에 서울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말을 했을 줄 알았는데 세인이 전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왜?”
“아니 그런 말을 못 들어서.”
“아 미안해.”
“미안은 무슨.”
서울의 사과에 해나는 손을 흥들며 싱긋 웃었다.
“그래도 네가 내 친구라고 이것저것 챙기는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이야. 그 녀석 생각보다 괜찮네.”
“그러니까 고마워.”
“걔가 원래 세심해.”
“그런 거 같더라고.”
서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이나 철수에게는 느낄 수 없는. 어떤 편안함 같은 것이 있었다.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해나는 잠시 그런 서울을 물끄러미 보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술을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토해냈다.
“혹시라도 세인이에게.”
“아니야.”
해나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에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게다가 세인은 해나와 사촌이었다. 이건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렇지?”
“그럼.”
서울은 부러 더 웃음을 터뜨렸다. 스스로도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은 게 우선이었다.
“무슨.”
“그래?”
“그래.”
서울이 힘을 주어 말하자 그제야 해나도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미안은 무슨?”
“아니. 네가 별로라는 게 아니라. 괜히 두 사람이 그러면 어색하고. 그런 관계가 될 거 같아서.”
“알아.”
서울은 술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스운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네 마음 다 알아.”
“고맙다.”
“고맙긴.”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한 거야.”
“그렇지?”
“그럼.”
해나는 여전히 그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러니까.”
“아닙니다.”
서울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했다. 서울의 반응에 해나도 겨우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에이.”
해나의 거듭된 인사에 서울은 일부러 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말을 한다는 게 더 우스운 거였다. 그리고 정말 해나의 말처럼 세인은 그저 좋은 사람일 따름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걱정이기도 해.”
“뭐가?”
“너무 모두에게 다 잘 해주고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막 오해를 하고.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더라고.”
“아.”
“아니 너는 아니고.”
“알아.”
분명히 자신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괜히 혼자서 오해를 하고 이상한 생각을 하지 말라고. 너무나도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고 저렇게 아니라고 하는 모습이 너무 이상했다. 웃겼다.
“그런데 내가 이상해?”
“어?”
“많이?”
“아니. 무슨.”
서울의 물음에 해나는 손을 흔들었다.
“안 그래.”
“그런데 왜?”
“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뭐가?”
“아니야.”
서울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부산의 일이라면 다를 거였다.
“생각을 해보니까 나도 부산이가 너희랑 만난다고 하면 이상한 기분이 들 거 같아. 너희가 이상하고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가족이랑 그런 식으로 만나게 된다는 게 이상한 거 같다.”
“그렇지?”
해나는 겨우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런 거야.”
“알았어. 그래도 오다가다 인사는 해도 되는 거지?”
“당연하지.”
서울에게 먼저 공격을 당한 해나는 얼굴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입으로는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고마웠다는 이야기였어.”
“그래.”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뭔가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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