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6장]

권정선재 2018. 11. 12. 23:51

6

고마워.”

?”

해나의 말에 서울의 눈이 커다래졌다.

뭐가?”

그 집.”

아니.”

우리 걱정이거든.”

?”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뭐가 걱정인 건데?”

그 녀석. 거의 히키코모리 같아. 매일 한 번. 도서관에 가는 게 전부란 말이야. 어디 멀리 가지도 않고. 도서관 건너편에 마트도 가지 않아. 빵집들도 건너편에 있다고 가지도 않고 있어.”

그럼?”

근처에 편의점들 다 있잖아. GS도 있고, CU도 있고, 거기에 이번에 세븐도 생기고. 그래서 거기 세 곳에서 다 해결을 해. 그리고 아직도 서른인데 집에서 주마다 10만원씩 용돈도 주고.”

.”

뭔가 부러운 집이라고 해야 할까? 여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거였다.

그런데?”

본가에도 안 가.”

?”

글을 그만 쓰라고 하니까.”

.”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일 거였다. 집에서 무조건적인 응원을 하지 않는다면 지치는 일이 될 거였다.

그런데 그렇게 있네?”

그래도 뭐 어떻게 하겠어? 그래도 글을 쓰고 싶다고 하니까. 그래도 집에 가면 자꾸만 교육 대학원에 가라고 하거든. 그런데 그게 쉬운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무틴 네가 있다니 다행이다.”

그래?”

서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는 왜?”

?”

왜 거기 가려고?”

엄마.”

어머니? ?”

철수에게 가래.”

?”

해나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져서 입을 막았다. 서울은 어깨를 으쓱하고 빨대를 씹었다.

그러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데 내가 도대체 어떻게 집에 있을 수가 있어. 안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 망할 자식이 다른 여자가 있다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실 수가 있어?”

나이.”

나이는 무슨.”

해나는 물을 들이켜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말이 돼?”

그렇지?”

그러니까.”

그렇게 둘이 목소리를 높이는데 유정이 들어왔다. 유정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커피를 모두 마셨다.

왜 그래?”

미친 새끼 있었어.”

?”

나보고 차나 마시재.”

뭐야?”

그러니까.”

유정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서울의 커피까지도 모두 마시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겨우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

매일 같이 오는 새끼라서 내가 조금 친절하게 대해주기는 했단 말이야.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나보고 번호를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왜 그러느냐고 하니까 우리 사귄 거 아니냐고 하는 거 있지?”

?”

미친 거 아니야?”

미친 거지.”

유정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대체 미친 거 아니야?”

그래서 뭐래?”

뭘 뭐래?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했지. 그런데 우리 카페에 와서 커피를 마신 게 도대체 얼마인지 아느냐고. 내가 그럼 아무런 노력도 없이. 지금 이 커피 산 거. 이거 어떻게 할 거냐고 길길이 날 뛰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안 사귈 거면 모두 다 환불을 해달라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경찰이라도 부르지.”

불렀지!”

그런데?”

그냥 가.”

?”

그냥 가다니. 이건 무슨 말인가?

?”

아무 일도 없었다고.”

?”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런 제정신도 아닌 인간이 있는데 어떻게 그냥 갈 수가 있는 걸까?

무슨 협박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말을 한 거니까. 그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점장님이 다 해줬어.”

?”

환불을 해주다니. 그러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였다. 제대로 처벌도 할 수도 없는 거였고.

그리고 별 말은 안 해?”

.”

다행이다.”

그러니까.”

해나는 미간을 모으며 가볍게 유정의 팔을 문질렀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남의 일이 아니었다.

 

한서울.”

골목에 접어든 서울은 멈칫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철수였다.

얘기 좀 해.”

싫어.”

서울은 단호히 말하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그냥 가.”

한서울.”

가라고.”

어떻게 가?”

?”

우리 시간은?”

무슨.”

자신은 그 순간 바로 바람을 피운 주제에. 도대체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어서 여기에 있는 걸까?

지금 내가 네 얼굴이 보고 싶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거기에 있는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네가 헤어지자고 했잖아.”

그래.”

서울은 화를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헤어져.”

그런데 왜 내가 나쁜 놈이야.”

?”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네가 헤어지자고 한 건데.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러는 거야? 지금 이상한 거 아니야? 내가 뭘 한 건데?”

아니.”

지금 이 와중에서도 누구의 잘못이 더 많은 것인지. 그 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너 정말 한심하다.”

?”

그래서 나에게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아니.”

내 탓이라고?”

그래.”

그래?”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이런 녀석하고 연애를 한 것인지. 스스로 생각을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 미련한 일이었다. 이런 녀석과 이런 관계 자체가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

내가 미친 거지.”

?”

너 같은 걸.”

. 한서울.”

?”

서울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자 철수는 괜히 자신이 긴장해서 뒤로 물러났다. 서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그대로 철수를 지나서 가려고 하는데 철수가 그의 손을 잡았다.

이거 놔.”

못 놔.”

놓으라고.”

서울이 악을 써도 철수는 손에 준 힘을 풀지 않았다. 서울은 있는 힘을 다 해서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철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사과해.”

?”

너 그런 거.”

무슨.”

지금 자신에게 사과를 하라고?

네가 먼저 이렇게 행동을 한 거잖아. 그러고 왜 너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건데? 헤어지자고 말을 한 것도 너면서. 도대체 왜 나만? 도대체 왜 나를 이런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건데?”

그거 놓으시죠.”

당신 뭐야?”

세인이었다.

세인 씨.”

아는 사이야?”

해나 사촌이야.”

철수가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서울은 먼저 끼어들었다. 철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이건 연인 사이의 일이에요.”

폭력입니다.”

뭐라고요?”

지금 그쪽이 하는 거 폭력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철수는 눈치를 살피다가 슬그머니 손을 놓았다. 서울은 손목을 문질렀다.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

보증금이나 내놔.”

?”

그 집 나랑 관련 없잖아.”

무슨?”

안 그러면 해약할 거야.”

서울의 말에 철수가 다시 나서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철수를 발로 찼다. 보니 부산이었다.

!”

미친 새끼!”

부산의 어깨가 거칠게 들썩였다.

네가 감히 누구한테 이래?”

, 처남. 나 누구인지 몰라?”

처남?”

부산이 나서려고 하자 서울이 그의 손을 잡았다.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철수는 미간을 모았다.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

?”

저 새끼가 먼저 나 때렸어.”

그럼 나는 가만히 있을 줄 알아?”

?”

이 손목.”

서울이 손목을 보이자 철수의 얼굴이 굳었다. 누가 보더라도 심각할 거라고 생각을 할 정도로 붉은 상태였다. 철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멀어졌다.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