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14장]

권정선재 2018. 12. 26. 22:43

14

그래서?”

돈 달라고.”

내가 왜?”

?”

철수의 반응에 서울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뻔한 소리를 하는 건지. 서울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래도 우리 아주 나쁜 사이는 아니잖아. 그런데 네가 지금 이렇게 돈. . 돈 이야기만 하니까 우리 사이가 정말로 나빠지는 거 같아. 너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너무 서운할 수밖에 없어.”

뭐라고?”

서운이라니.

누가 할 말인데?”

?”

서울의 반응에 철수는 날을 세웠다.

사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어?”

뭐라는 거야?”

아니. 애초에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먼저 한 건 너였어. 그런데 내가 네 형편을 모두 다 보면서 바로 보증금을 줘야 해?”

당연한 거 아니야?”

?”

좋아.”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 집의 명의는 이쪽으로 되어 있었으니까 그냥 빼면 되는 거였다.

그 집 뺄게.”

?”

내가 계약했어.”

아니.”

철수의 표정은 곧바로 비굴해졌다. 서울은 자신이 좋아한 남자가 이 모양이었다는 사실에 머리가 울리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그래?”

뭐가?”

우리 사랑하던 사이 아니니?”

그런데 거기에 그 후배를 데리고 와?”

그건 다르지.”

뭐가?”

그러니까.”

서울이 반문하자 철수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너를 직접 찾아오지 않을 거야. 다음부터는 경찰이나 변호사를 데리고 올 거야.”

무슨 자격으로?”

무단 가택 침입.”

?”

그 집 내 집이라니까?”

서울의 미소에 철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가지실래요?”

?”

멍하니 있던 서울은 고개를 돌렸다.

뭔데요?”

. 우유에 들어있는 피겨요.”

?”

귀엽죠?”

.”

용준이 내민 피겨는 아주 작은 꼬마 같이 보였다. 내 말을 모두 다 이해를 해준다는 그런 생김새였다.

원래 이런 거 좋아하지 않으세요?”

이미 있거든요.”

.”

그냥 중복이라서 주는 건가?

고맙습니다.”

그냥 거절을 해도 될 거였는데 이상하게 이건 받고 싶었다.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는 미안했습니다.”

아니요.”

세인의 사과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세인이 사과를 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

제가 해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하다고 해서 생긴 일이니까. 이건 제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죠.”

아니요.”

서울의 대답에 세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해나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오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거였어요.”

어떻게 그래요? 가족인데.”

아니요. 그랬어야 했습니다.”

세인의 대답에 서울은 그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세인이 왜 이리 자신을 위해서 뭐든 다 해주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식은 아니었다.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곧 나갈게요.”

?”

그러니까 동거하던 그 녀석. 그 녀석에게 일단 돈을 달라고는 해놨어요. 줄지. 안 줄지. 그건 모르지만.”

주지 않으면요?”

그러게요.”

서울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게.”

그냥 있어요.”

아니요.”

더 이상 세인에게 선의로 있어서도 안 되는 거였다. 해나와 자꾸만 부딪치는 문제. 이런 건 싫었다.

어제 하루는 어떻게 겨우 잘 넘어갔다고 해도. 결국에는 해나가 우리 두 사람 같이 사는 거 알 거예요.”

그럼 그걸 처음부터 말을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어제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아니요.”

사람들은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였다. 애초에 남자와 여자. 둘이 같이 사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내 생각이 짧았어요.”

?”

세인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서울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한서울 씨.”

서울이 왜 이러는 건지 그의 머리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쪽에서는 정말로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혹시나 한서울 씨가 나로 인해서 불편한 상황이 있었다면. 그건 내가 고칠게요.”

사실 이해가 안 돼요.”

?”

나에게 왜 이리 잘 해주죠?”

무슨?”

세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잘 해준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어떤 의문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였다.

고마워요.”

아니.”

암튼 나갈 거예요. .”

알겠습니다.”

세인은 별다른 말을 더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편할 때 말해줘요.”

고마워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서울.”

도대체 왜 그렇게 유치하게 구는 걸까?

정말 싫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는데 누군가 그의 손을 잡았다.

한서울!”

엄마?”

도대체 아침부터 뭐 하는 건지. 사람들의 시선.

이 망할 년이. 너 도대체 어디에서 지내는 거야? 어디에서 지내는 건데 지금 이 시간에 버스를 타?”

아니.”

평소처럼 한 정거장 위로 가서 탔으면 될 일이었다. 춘자가 자신을 볼 거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왜 이래?”

?”

나도 어른이야.”

누가 아니래?”

됐어.”

서울은 춘자를 밀어내고 오는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금방이라도 토할 거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내가 이걸 왜 보여줘?”

확인 해주시죠.”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대용 카드 불빛이 들어와서 그렇습니다.”

증거 있어?”

?”

증거도 없으면서!”

막무가내로 고함을 지르는 중년 남성을 보며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걸까?

그럼 지금 카드를 주시면 확인해드리겠습니다.”

안 준다고.”

고객님.”

어디 계집이.”

중년 남성은 그대로 서울을 지나서 가려고 했다. 서울은 다급히 그 앞을 막았다. 중년 남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하자는 거야?”

지금 부정승차 하셨습니다.”

뭐라고?”

카드 주시죠.”

어디서 건방지게.”

중년 남성은 서울을 거칠게 밀어냈다. 서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넘어졌지만 중년 남성은 달아나기만 할 뿐이었다.

괜찮아요?”

아유. 어째.”

괜찮습니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어나서 구두를 벗었다. 저런 인간은 놓칠 수 없었다.

저기요. 카드 좀 주세요.”

저 미친 년이.”

계단을 오르는 그를 보며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놓쳤다 하는 순간 그 앞에 갑자기 용준이 나타났다.

부정승차자에요?”

? .”

뭐라는 거야?”

서울의 말과 동시에 용준이 그를 잡았다.

카드 주시죠.”

뭐라고?”

카드요.”

뭐라는 거야?”

중년 남성은 눈에 띄게 누그러진 반응이었다.

내가 그걸 왜 줘?”

지금 저희 직원이 고객님이 부정 승차를 하신 것을 봤다고 하니 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확인은 무슨 확인.”

중년 남성은 비굴해보일 정도였다.

내가 아니라니까?”

만일 아니라면 정중히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아니.”

카메라도 다 있어요.”

용준이 천장을 검지로 가리키고 나서야 겨우 중년 남성은 카드를 내밀었다. 붉은 카드. 노인용 카드였다.

이거 본인 것 아니시죠?”

우리 어머니 건데.”

사무실로 가시죠.”

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준은 중년 남성이 달아나지 못하게 막아서며 그를 따라갔다. 서울은 머리를 다시 만졌다.

잘 한 거야.”

저런 거지 같은 인간도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거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가 죽지 않을 거였다. 무조건 해야 하는 거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잘 하는 일을 보여줘야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