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21장]

권정선재 2019. 1. 7. 23:41

21

내가 너를 그리 안 봤는데.”

그러셨어요.”

철수 모친의 말에 서울은 그저 덤덤하게 대답했다. 이런 서울의 말에 철수 모친은 인상을 찌푸렸다.

너 정말 나쁜 아이였구나.”

.”

자신이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서울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철수 모친의 얼굴을 응시했다.

너 무슨.”

왜요?”

아니.”

서울의 말에 철수 모친은 인상을 구겼다.

아니 너도 들어보니까 그리 잘 하기만 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우리 아들에게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제가요?”

서울은 자신을 가리키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금 하시는 것인지.

제가 뭘 했다는 거죠?”

뭐라고?”

무슨 말을 들으신 거죠?”

당연히 철수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했을 거고. 지금 그런 말을 듣고 여기에 와서 이러는 걸 거였다.

철수가 먼저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한 거니까. 그런 거니까 제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은 건데요.”

뭐라고?”

이 나이 먹고 결혼도 안 하는 거. 그런 계획도 없는 거. 그거 자체가 헤어지자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집니다.”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이렇게 굴어도 되는 사람이었는데. 왜 그리 어렵게만 생각하고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건지.

그래도 두 사람 그렇게 시간을 보냈으면서. 너도 알다시피 철수처럼 괜찮은 애 구하기 힘들 거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해야죠.”

?”

모든 건 그 동안 제가 다 했으니까요.”

서울의 덤덤한 대답에 철수 모친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자신의 말에 대꾸하는 것 자체가 불쾌한 무양이었다.

너 왜 이렇게 된 거니?”

?”

어머니. 어머니. 그리 굴더니.”

제가 멍청했던 거죠.”

뭐라고?”

서울은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렇게 된 걸까? 자신이 도대체 무슨 일들을 한 걸가?

너 정말.”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시건. 저희는 이미 헤어진 거고. 그 집은 제가 들어가 살 겁니다. 제 돈이니까요.”

아주머니?”

이미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요.”

무슨.”

서울은 바로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이유도 없었다. 더 이상 어른이라고 생각을 할 이유도 없었고. 이 이야기는 철수와 둘이서 나누는 게 더 빠를 거였다.

어디를 도망가?”

그때 철수 모친이 그의 손을 잡았다.

이거 놓으세요!”

서울이 거칠게 손을 뿌리치는 순간 철수 모친이 그대로 뒤로 아구구. 하는 소리를 내면서 넘어졌다.

아니.”

여기 사람 좀. 아유.”

철수 모친의 외침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너 너무한 거 아니야?”

뭐가?”

철수의 물음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내가 뭘 너무했다는 건데?”

너 그렇게 무서운 애였어?”

?”

무서운 애라니? 철수의 말에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들어야 하는 걸까?

우리 엄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래도 조금 더. 다정하게. ? 그렇게 대해줘도 되는 거잖아.”

너 때문이야.”

?”

너 때문이라고.”

갑자기 무슨 말이야?”

아마 철수는 지금 이 일이 무슨 일인지. 그리고 왜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는 건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됐어.”

굳이 모르는데 말을 더 해줄 이유도 없었다.

정말.”

뭐가?”

아니.”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 걸까? 하지만 철수의 멍청한 표정.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말해야 하는 거였다.

이제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나이가 된 거 아니야? 아직도 네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 거야?”

무슨.”

이른 거잖아.”

서울의 말에 철수는 미간을 모았다.

뭐라는 거야?”

너 이거 웃겨.”

그래서?”

됐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더 왈가왈부할 이유도 없었다. 답답한 일이었고. 관심도 가질 것도 없는 거였다.

각자 알아서 하라고.”

무슨.”

너랑 일 더 엮이고 싶지 않아.”

서울의 차가운 말에 철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아프신 건?”

?”

사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서울은 어이가 없어서 열이 났다. 그렇게 소매를 걷다가 철수 모친의 손자국이 그대로 남은 것이 보였다. 얼마나 우악스럽게 잡은 것인지. 그가 잡은 손가락 모양 그대로 서울의 팔에 멍이 들었다.

이거 안 보이니?”

뭐가:”

네 엄마.”

증거 있어?”

이 와중에 증거라니.

가게에 카메라 있겠지.”

너 진짜 독하네.”

독하다고?”

애초에 이런 일이 있을 것이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이런 말을 더 섞고 있다니. 자신이 미친년이었다.

부동산 갈 거야.”

명의는 나야.”

. 내가 낸 증거 있어.”

서울의 단호한 말에 철수는 멍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왜 저렇게 한심하게 구는 것인지. 일을 하지 않아서. 사회 경험을 하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저런 인간이었던 거였다. 저런 인간에게 콩깍지가 씌인 거였고. 그 업보를 말도 안 되게 지금까지도 받고 있어야 하는 거였다.

 

한서울!”

버스에 내리기가 무섭게 갑자기 춘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게 어디에서 들리는 건지도 모르느네 우악스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미친 년!”

엄마.”

서울은 춘자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뒤에서 세게 잡은 춘자의 힘에 그의 힘은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이 보는 것이 느껴져서 다시 밀어내려고 하지만. 춘자는 그럴수록 더욱 세게 서울을 붙잡았다.

내가 너를 어ᄄᅠᇂ게 키웠는데?”

뭐라고요?”

자신을 어떻게 키웠다는 말을 춘자가 스스로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춘자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늘 나랑 부산이를 그렇게 차별하면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딸의 체면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사실이니까!”

서울이 고함을 지르자, 자신의 예상과 달랐던 것인지 춘자는 손에 힘을 풀었다. 서울은 심호흡을 하고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만 일어나는 것인지 너무나도 답답했다.

도대체.”

이렇게 거칠게 무리하게 자신에게 행동을 해도 되는 걸까? 자신이 정말로 그렇게 잘못 산 것일까?

엄마는 자격 없어.”

자격?”

춘자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왜 내가 자격이 없어?”

?”

너를 키우고. ? 내가 지금까지!”

아니.”

서울은 춘자의 말을 끊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신을 키우지 않았다. 자신은 혼자 자라났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내 과거를 모두 다 잊고 싶어. 그렇게 끔찍하고. 내 모든 것을 아프게 한 거야.”

웃기지도 않는 소리!”

춘자의 사나운 모습에 서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순간 춘자가 서울을 때리기 위해서 손을 들었지만 서울은 그 손을 잡았다.

나 고등학생 아니야.”

?”

춘자는 당황한 모양새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만 두시라고요.”

서울은 춘자를 뒤로 밀어냈다. 오늘 이렇게 불편한 일들만 일어나는 것.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자꾸 이런 일들만 일어나는 것인지. 서울은 가방 어깨 끈을 고쳐 맸다.

다시는 나를 찾지 마요.”

무슨.”

춘자의 놀란 얼굴에 서울은 조금이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이 세게 나가니 춘자가 다른 말을 더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이것은 다행이었다.

 

글 좀 읽어줘요.”

? .”

세인이 내민 인쇄물.

나중에 읽을 게요.”

지금 읽어줄 수 없어요?”

.”

세인의 부탁에 서울은 단호히 대답했다.

지금 막 퇴근을 했으니까요.”

.”

그럼 전 들어갈게요.”

. 미안해요.”

세인의 멋쩍어 하는 표정을 뒤로 하고 서울은 방으로 들어왔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왜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 같은지. 모든 압박 같은 것이 오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너무 싫다.”

그저 자신의 일만 하고 그렇게 사는 것. 다른 것에 대해서 하나도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었고. 자신에게 모두 다 오게 되는 그런 거였다.

정말 싫다.”

너무나도 괴로웠다.

한서울.”

잘 사는 것. 그저 어른이 되어서 이 나이가 된다면 너무나도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좋은 어른이 되는 것. 그저 잘 사는 것. 이건 정말 버거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