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22장]

권정선재 2019. 1. 8. 23:33

22

네가 왜 거기에서 나와?”

?”

집을 나서던 서울이 멈칫했다. 해나였다.

그게.”

너 뭐야?”

해나의 고함.

네가 왜?”

아니.”

한서울 씨 얼른 출근해요.”

방에 있던 세인도 이 소리를 들은 것인지. 드로즈 차림으로 와서 재빨리 막아섰다. 누가 보더라도 오해를 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그저 이 상황을 피하는 것. 이것 이 우선이었다. 서울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

해나가 뒤에서 고함을 질렀지만 돌아도 보지 않았다. 아마도 세인이 잡고 있는지 그는 오지 않았다.

정말.”

어제부터 일진이 너무나도 사나웠다.

 

안 된다고 하더군.”

안 된다고요?”

그래.”

부장의 단호한 말에 서울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자신 정도 업무 점수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죠?”

왜라니?”

그 동안 저 꽤나 일을 잘 했다고 생각을 해요. 이 정도라면 보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건 좀 다르지.”

다르다고요?”

역장의 떨떠름한 표정. 그러니까 그가 잘 되는 것을 보기 싫다는 의미도 저기에 담겨 있을 거였다.

내시기는 한 거죠?”

당연하지.”

정말인가요?”

지금 나를 뭐로 보는 거야!”

결국 역장이 역정을 냈다.

나를 뭐로 보고?”

저를 싫어하시잖아요.”

그러니 내야지.”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너무 답답하지만 지금 역장의 반응을 보니 그런 짓까지 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다시 내주세요.”

회사가 지금 다 한서울 씨 생각처럼 그렇게 장난으로 구는 거야? 그런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해?”

서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속상하지만 이건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이건 그의 말이 옳았다.

 

한서울.”

이럴 거라고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해나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니 그다지 편한 기분은 아니었다.

너 뭐야?”

뭐가?”

세인이랑 아무 사이 아니라면서?”

아무 사이도 아니야.”

너무 잔인한 말이기는 하지만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여기에 있어?”

해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네가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 왜 안 되는 건데?”

왜라니?”

서울의 대답에 해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서울은 침을 삼켰다. 자신은 정말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세인 씨 네 사촌이야.”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뭐라고?”

됐어.”

이런 식으로 더 이상 대화를 나눌 것도 없었다. 서울이 그런 해나를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해나가 그 앞을 막았다.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내 애기 안 끝났어.”

나는 끝났어.”

해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가는 거야?”

이러지 마.”

뭘 이러지 마.”

서울은 침을 삼켰다. 이대로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지만, 이대로 간다면 결국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

송해나.”

너 정말.”

해나는 혀로 입술을 추이며 서울을 노려봤다. 아마 지금 이 상황에서 서울에게 정말 제대로 한 방을 먹이려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적절한 말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는 그러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이세인 너는 할 말 없니?”

무슨 말?”

아니.”

해나는 지금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집에 들어오던 세인은 미간을 모았다.

두 사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남녀가. 지금 다 커서. 이렇게 같이 살 수 있는 거야?”

아무 사이 아니니까.”

세인의 덤덤한 대답.“

그런 건.”

아니.”

난 그저 세입자야.”

서울은 해나를 밀치고 밖으로 나갔다. 너무나도 속상했지만. 이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 상황에서 다시 갈 곳이 없었다. 평소라면 해나와 술잔이라도 기울이겠지만. 이제 자신에게 그럴 사람이 없었다.

 

미안합니다.”

아니요.”

세인의 사과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해나의 일을 가지고 세인이 사과를 할 것도 없었다. 이건 해나와의 문제였고. 여기에 세인이 끼어서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거였으니까.

일단 나갈 거예요.”

그러지 마요.”

?”

세인의 말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지금 이런 상황이 있는 건데. 해나가 언제라도 다시 여기에 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건데. 여전히 자신이 살기 바란다는 말이 다소 모순처럼 느껴졌다.

해나 계속 저럴 거예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아니요.”

일단 더 이상 해나와 다투지 않는 것. 그게 우선이었다. 자신도 문제지만, 결국 해나와 세인의 문제이기도 했다.

저 안 그래도 이세인 씨의 고백에 대해서 너무 미안하고. 그걸 거절해서 같이 못 살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건 다릅니다.”

세인의 단호함에 서울은 웃었다.

안 달라요.”

다릅니다.”

세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저는 그저 한서울 씨가 거절을 하더라도. 우리 두 사람 관계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한 겁니다.”

그럴 수 없어요.”

당연히 거절을 하는 거라면 나가야 하는 거였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당연한 규칙이었다.

이세인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상냥하고.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데 그 상냥이라는 게 버거워요.”

아니.”

내 상황 봐주지 않을래요?”

그건.”

서울의 지적에 세인은 순간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도 이제 자신의 고백이 어떤 의미인지 안 모양이었다.

일단 살던 집 들어가려고요.”

?”

그리로 가려고요.”

.”

고마웠어요.”

.”

세인의 입장에서 다른 말을 더 하는 것은 없을 거였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로 고마워요.”

저기.”

다른 말 안 해도 돼요.”

사과이 이유도 없었다. 그저 각자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것에 대해서 건조하게 나누는 대화. 이게 전부니까.

 

제가 돈을 낸 거잖아요.”

그건 다르죠.”

뭐가 달라요?”

공인중개사의 말에 서울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인지.

여기 기록도 있잖아요.”

그래도 계약 당사자가 김철수 씨인 건데. 이걸 가지고 나에게 우긴다고 내가 뭐라고 해줘요?”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지금 여기에 자신의 입장은 없는 건지.

그럼 제 돈은요?”

김철수 씨에게 받아야죠.”

?”

상황이 그래.”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누구 하나 자신의 편이 아닌 거 같은 상황. 여기에서 자신이 빠져 나갈 구멍 같은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과는 안 할 거야?”

뭐라고?”

철수의 말에 서울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사과?”

우리 엄마.”

무슨.”

도대체 어떻게 뇌 구조가 문제가 있으면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뻔뻔하게 할 수가 있는 걸까?

사과는 내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멍든 거 다 보여줬는데. 도대체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는 건데?”

지금은 없잖아.”

?”

이제 다 사라졌잖아.”

아니.”

이제 더 이상 멍 자국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되는 걸까?

너 너무 뻔뻔하네.”

몰아세운 건 너잖아.”

?”

부모는 안 건드려야 하는 거야.”

무슨.”

서울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애초에 그런 부모를 끌어들인 것은 자신이면서도 철수는 무조건 서울의 탓만 하는 거였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저런 말을 듣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괴로웠다.

너는 네가 무슨 af을 하는지 아니?”

사실을 말하는 거야.”

아니.”

서울은 가만히 철수의 눈을 봤다.

그 증거 있어.”

?”

네 어머니.”

무슨.”

너무 유치했다. 그런데 이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서울은 자신의 팔에 들어있던 멍 사진. 그리고 진료기록을 내밀었다. 그리고 휴대전화 동영상을 틀어서 철수 모친이 먼저 자신을 우악스럽게 끌어당긴 것을 보여주었다. 서울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챙겼다. 굳이 철수에게 무슨 말을 더 할 것도 없었으니까. 이런 인간과 그 동안 같이 살았다는 자신을 저주하고 싶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