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23장]

권정선재 2019. 1. 8. 23:37

23

그럼 고소라도 하는 건 어때요?”

아니요.”

그럼 일이 더욱 복잡해질 거였다.

그 녀석 정말로 돈이 한 푼도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저 저를 괴롭히려고 하는 거니까요.”

아니.”

괜찮아요.”

용준은 서울을 보며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용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미간을 모았다.

그럼 내가 돈을 빌려줄까요?”

?”

급한 거라면.”

아니요.”

도대체 자신이 어떻게 보인 걸까? 지금 자신의 이야기는 공감을 해달란 거지 돈을 달란 게 아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자신의 말에 돈을 빌려달라는 뉘앙스가 들어간 건가?

용준 씨가 선의로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식의 말을 들으려고 한 말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용준이 무슨 말이든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가 변명을 하거나 해야 할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한심하게 보여서 그런 것이니까.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너 너무 뻔뻔한 거 아니니?”

그래.”

해나의 지적에 서울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해나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네가 봐도 그렇지?”

아니.”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

내가 갈 곳도 없어.”

사실이었으니까. 더 이상 자신이 가진 선택지도 없는 거였고. 해나에게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었다.

철수는 나에게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하고 있고. 엄마는 너도 아는 것처럼 나에게 돈만 가지고 가려고 해.”

아니.”

서울의 빠른 말에 해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의 입장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해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 나에게 너무해.”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해나 너도.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아무리 우리가 같이 산다고 해도 나랑 세인 씨. 그런 일 안 생겨.”

그래도 이건 아니야.”

뭐가 아닌 건데?”

서울의 덤덤한 말에 해나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도대체 뭐가 아니라는 건데?”

그러니까 이건. 당연한 거잖아.”

당연하다고?”

그 무엇도 당연한 것은 업성. 세상에 당연한 게 있을까? 그런 것은 없었고. 적어도 이건 아니었다.

네가 뭐라고 하건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

나 갈 곳이 없으니까.”

너무 당당하잖아.”

그래.”

해나의 지적에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가 생각을 해도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뻔뻔하고 당당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밀려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우선이었다.

이제 남은 게 없다.”

?”

이제 잃을 게 없어.”

. . 이거 하나. 이 나이가 되어서 이런 것만 믿고 살 줄 몰랐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다.

유해나. 이건 내 일이야.”

내 일이기도 해.”

?”

?”

그저 사촌이잖아.”

그때 세인이 집으로 들어오며 한 말에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세인까지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는 고마운 사람이기는 하지만 자꾸 자신이 복잡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세인 씨. 이건 내가 해나랑 이야기를 할게요.”

아니요.”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송해나 일어나.”

.”

일어나라고.”

무슨.”

세인은 해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건 내가 결정을 한 일이야. 이걸 가지고 네가 한서울 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 없어.”

왜 없어? 나는 친구이고. 애초에 두 사람을 소개를 하게 해준 거. 그게 바로 나인데. 안 그래?”

그래도. 이건 아니야. 소개를 해줬으면 거기에서 끝인 거야. 우리 두 사람의 지금 상황이 맞는 거니까.”

아니.”

여기 관리비 서울 씨가 내.”

해나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돈을 낸다고?”

?”

그럼 지금 해나는 돈도 내지 않고 서울이 여기에 무조건 얹혀서 산다고 생각을 했던 것일까?

송해나. 너 어떻게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할 수가 있어? 내가 그런 거지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해나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 순간 세인이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서울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머리가 왕왕 울리고 집이 뱅글뱅글 도는 기분이었다. 자신은 결국 이런 취급이었다.

 

미안해요. 해나 못 오게 할게요.”

아니요.”

그건 세인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인 거니까요.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자꾸 집에 오는 거. 저도 불편합니다. 저만 있을 때는 그렇지 않아으니까요.”

그래요?”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가슴에 답답함이 느껴졌다. 자신이 모든 관계를 다 망치는 것 같았다.

사과는 내가 해야 해요.”

?”

내가 괜히?”

아니요.”

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이건 자신이 사과를 해야 하는 거였고. 무조건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거였다.

그런데 정말 미안한데 나 더 있어야 할 거 같아요.”

?”

돈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괜찮아요.”

아니요.”

이건 괜찮은 게 아니었다. 괜찮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 서른이 되어서 이런 일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어른이 되어서 이런 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도 돼요.”

세인 씨는 어떻게 그래요?”

?”

서울의 말에 세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왜 그리 여유로워요.”

.”

서울이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에도 세인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게요

그러게라니.”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봐도 세인과 자신은 너무나도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었다.

나 흔들지 마요.”

하지만.”

아니.”

서울은 검지를 들었다.

그러지 말아줘요.”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세인 씨 같은 사람 멋있으니까.”

?”

그런데 누구에게나 다정하잖아.”

서울은 혀로 입술을 살짝 축이고 한숨을 토해낸 후 방으로 들어갔다. 세인은 그런 서울의 방문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미쳤어.”

그걸 가지고 세인에게 따져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건 세인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왜 그런 걸까?

한서울.”

유치했다.

이게 뭐야?”

엄마랑 다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은 그와 마찬가지의 행동이었다.

한서울 유치해.”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밖으로 나간 서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무슨.”

이 상황에서도 밥을 하고 나갔다.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신기한. 그리고 무조건의 선을 가진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의 인사에도 역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무슨.”

제대로 무시를 당한 거였다. 서울은 답답했다. 도대체 왜 모두 다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일까?

정말.”

그러하고 기가 죽을 수는 없었다.

 

그럼 들어 가보겠습니다.”

서울이 퇴근을 한다는 인사를 해도 그 누구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거였지만 자신이 견뎌야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너무나도 화가 나고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니ᄁᆞ.

지금 가는 거예요?”

.”

그때 들어오던 용준의 말에 서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와 말을 한다는 것.

.”

아니요.”

그때 주머니에서 한 가득 캔디를 내밀자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거. 마음을 자꾸 약하게 하는 거였다.

그러지 마요.”

?”

나 흔들려.”

아니.”

용준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한서울 씨.”

미안해요.”

유치하고 이상한 거였다.

그럼.”

서울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용준은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서울은 그런 그를 한 번 더 보고 사무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