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20장]

권정선재 2019. 1. 4. 23:31

20

글 좀 읽어줄래요?”

글이요?”

. 이거.”

.”

세인이 한다는 일이 글을 쓰는 일이었다. 일이라고 하기엔 좀 그럴 수도 있지만 그가 하는 거였다.

주세요.”

서울은 손을 내밀었다. 세인은 서울에게 출력물을 내밀었다. 부담스러울 줄 알았는데 그리 두껍지는 않았다.

지금 바로 읽어도 되는 거죠?”

그럼요.”

우리는 몸을 살짝 더 말고 글을 읽었다. 누군가의 눈앞에서 글을 읽는 것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뭔가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가만히 맞은편 의자에 앉은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가만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그를 보며 나도 모르게 긴장이 느껴졌다. 혼자서 느끼는 긴장이기는 하지만 묘한 느낌의 긴장이었다. 그는 무심한 듯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마주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고 이쪽을 보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어떤 것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집중하는 모습. 심장이 밖으로 나올 것처럼 뛰는 것이 느껴졌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저기.”

?“

그의 목소리. 낮은 목소리.

혹시 저를 아시나요?”

?”

자꾸 저를 보시기에.”

.”

당황스러운 순간.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기.”

그의 물음에 뒤도 보지 않고 돌아섰다. 주머니에서 안경 수건을 꺼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반한 거였다.]

그러니까.”

?”

.”

뭐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게. 이게. 성별이.”

굳이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

그런 거 제가 쓰고 싶은 글이라서요.”

그럴 수도 있죠.”

혹시 남자를 좋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에게 고백을 한 것을 생각하면 그런 건 아닐 거였다.

이런 거 불편하신가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편협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잘 모르겠어서요.”

그래요?”

.”

그렇구나.”

세인에게 글을 돌려주고서 서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평소에 자신이 읽던 글과 다른 거였으니까.

미안해요.”

아니요.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무슨.”

왜요?”

서울은 혀를 내밀었다.

그러니까.”

부담은 갖지 마요.”

?”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도 되는 건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도 되는 건가 하는 것을 세인이 아는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돼요.”

.”

제 말은.”

그러니까.”

세이의 미소에 서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너무 신기한 사람이었다.

미안해요.”

?”

거절이라서.”

.”

서울의 말에 세인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은 그런 그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세인 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여기에 해나도 있으니까. 그건 불편해요.”

세인은 별다른 말을 더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자신에게 고백한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기에서 살 거죠?”

그럼요.”

서울의 말에 세인은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서울은 혀를 내밀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같이 살래?”

미쳤어

부산의 제안에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

나는 싫어.”

?”

싫다고.”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부산과 같이 산다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미 알 것 같았다.

나도 친구에게 눈치가 좀 보이는데.”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지.”

누나.”

됐어.”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춘자까지 끼어들게 된다면. 정말로 그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 이제 서른이야.”

그래도.”

싫어.”

그래.”

부산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 그러지 마.”

?”

나 안 그래도 힘들어.”

아니.”

부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은 술을 마시고 한숨을 토해냈다. 부산은 다른 말을 더하지 않고 서울처럼 술을 들이켰다.

 

정말 돈이 없어.”

아니.”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 걸까?

너무한 거 아니야?”

?”

너는 정말.”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

지금 너무한 거 아니야? 두 달이야.”

그래서?”

내가 기다린 거잖아. 너는 준비도 하지 않고 지금 이런 식으로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거 너무한 거 아니야?”

무슨 준비?”

내가 기다린 거잖아.”

그건 다르지.”

철수의 뻔뻔한 대답.

네가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하고 돈을 달라고 하면. 내가 어디에서 그 돈을 만들어야 하는 건데?”

?”

안 그래?”

무슨.”

어이가 없었따.

너 정말 너무하네.”

뭐가?”

내가 한심해.”

뭐라고? 한서울 너 정말.”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인간하고 자신이 그 오랜 시간을 보낸 건지 답답했다.

너 같은 걸 만난 거 말도 안 되는 거네.”

너무하잖아.”

너무하다니?”

철수의 말에 서울은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걸까? 이런 사람이 자신의 연인이기는 한 걸까?

화는 내지 말고.”

화는 안 나.”

서울은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모았다.

나가.”

?”

네가 나가라고.”

차라리 이렇게 덤덤한 것.

네가 나가면 되는 거겠네. 내가 그 집에서 살게.”

무슨.”

철수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다른 방법은 없었다. 어차피 그 집에 들어간 돈은 자신의 것이었으니까.

내가 살 거야.”

뭐라고?”

당연하잖아.”

아니.”

철수의 당황한 표정에 서울은 그저 웃었다.

준비해.”

너무 차가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이 가진 선택지는 더 이상 없었다.

내가 들어갈 거야.”

뭐라고?”

철수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

아니.”

철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어떻게 그래?”

?”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뭐라고?”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니 철수는 지금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하는 거였다.

너 정말 자꾸만 이럴 거야?”

지금 이상하게 나오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 그런 식으로 갑자기 모든 걸 다 하라고 하면 나는?”

그걸 왜 내가 신경을 써야 하는 건데?”

?”

그건 네 일인 거잖아.”

아니.”

아니야?”

서울의 단호한 말에 철수는 침을 삼켰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물끄러미 철수를 응시했다.

너는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다 받아주지 않을 거야.”

무조건 다 받아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정말 최소한의 무언가. 그것에 대한 이야기잖아.”

최소한?”

그 어디에도 그런 건 없었다.

네가?”

?”

너 지금 아니잖아.”

무슨.”

됐어.”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나가.”

.”

아니면 다시 집에 들어가던가.”

한서울.”

내 말은 이게 끝이야.”

서울은 단호히 말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속이 조금은 후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