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저기 한서울 씨.”
“네?”
서울은 젓가락을 물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나 때문에 그래요?”
“네?”
“내가 고백해서.”
“아. 아니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세인의 일까지 하나하나 다 생각을 할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미안해요.”
“한서울 씨가 왜 사과를 해요?”
“사실 바빠서 그쪽이 한 고백.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을 할 여유 같은 것을 갖고 있지 못했어요.”
“아니요.”
세인은 양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요.”
“그래도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혀를 살짝 내밀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좀 잘게요.”
“네?”
“머리가 아파서.”
“약이라도 줄까요?”
“아니요. 그냥 쉬면 될 거 같아요.”
“네.”
세인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며 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답답하지만 그래도 이런 공간이 있는 거 다행이었다.
“아.”
아침에 나가니 세인은 나가있었다.
“나 때문인가?”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본사요?”
“그래.”
“고맙습니다.”
역장은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서울은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아주 조금 다행인 것 같았다.
“그거 무조건 가는 건 아닌 거 알죠?”
“그럼요.”
용준의 말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추천을 받은 게 다행이었다.
“그 동안 제가 뭐라고 하더라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던 거니까요. 그저 제가 하는 말은 헛소리로 들었던 거니까. 일단 여기까지 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설마 그랬겠어요?”
“그랬네요.”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설마.”
“말도 안 돼.”
“네?”
“공사잖아요.”
“그래서요?”
“아니.”
서울의 간단한 대답에 용준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들어오고 싶던 공사는 이런 곳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양성 차별을 철폐한다고 그렇게 말을 하던 상황인데.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겁니까?”
“그러게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네?”
“왜 안 싸운 거죠?”
“무슨.”
“미안합니다.”
서울의 혼란스러운 표정에 용준은 바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요.”
“네?”
“왜 그랬을까?”
“아니.”
“나도 내가 한심해요.”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다. 자신이 조금 더 또렷하게 행동했으면 되었던 거였으니까.
“그런데 바보처럼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그러는 건 안 된다고. 그렇게 살았으니까요.”
“미안해요.”
“아니요.”
용준의 잘못이 아니라도.
“누구라도 그런 걸요?”
그나마 용준처럼 이런 식으로라도 사과를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몰랐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
“네?”
“멍청하게.”
“무슨.”
“사실이잖아요.”
“아니요.”
용준의 말에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한서울 씨는 안 그래요?”
“네?”
“그렇게 안 보이나?”
“당연하죠.”
때로는 약간 낯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렇게 느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여기는 좋아요?”
“네?”
“일하는 거.”
“뭐.”
서울은 살짝 입을 내밀었다.
“좋아요.”
“그렇구나.”
“사람 만나는 거니까.”
“아.”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서울의 미소에 용준도 따라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열차를 좋아해서 여기에서 일을 하는 게 좋아요. 그런데 지하로 들어가는 건 무서워서 운행은 못 하겠더라고요.”
“아.”
그럴 수도 있는 거였으니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였죠?”
“아니요.”
누군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좋았다. 조금이나마 사람과 일을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래가 없으니까.”
“그렇죠.”
용준도 미소를 지으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다 어른이고.”
“말도 안 통하죠.”
“그러니까.”
용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한서울 씨는 특이해요.”
“네?”
“아. 특별?”
“특별이요?”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세상에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없는데. 용준 씨는 가만히 보면 사람 보는 눈이 되게 없는 거 같아요.”
“안 그런데?”
용준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안 그래요.”
“무슨.”
“정말로.”
“그래요.”
서울이 힘을 주어 말하자 용준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풀고 서울을 쳐다봤다.
“사무실에서도 그래요.”
“네?”
“그렇게 당당하게.”
“아니요.”
그럴 수 없었다. 회사에서는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다가는 꽤나 귀찮은 일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분들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여기에서 생활? 같은 걸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네요.”
용준은 손가락을 튕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식사도 하시고.”
“그렇죠?”
유난히 용준이 껴있는 파트의 직원들이 그랬다.
“힘들지 않아요?”
“뭐가요?”
“일단 남직원들만 야간을 하니까.”
“그래서 좋습니다.”
용준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당직을 서는 것도 좋고. 한서울 씨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역장이 없는데 근무일수가 채워지는 거라고요.”
“그러네.”
서울이 정말로 부럽다는 표정을 짓자 용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신기한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비로운 매력이었다.
“연애는 안 해요?”
“네?”
“아 미안해요.”
서울은 입을 막았다.
“이런 거.”
“궁금할 수도 있죠.”
용준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요.”
“네?”
“못 하네.”
“못 하는 거예요?”
“네.”
“그렇구나.”
서울은 입술을 내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불편한데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우스웠다.
“저도 좀 그래요.”
“뭐가요?”
“그냥 기성세대.”
“에이.”
용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한서울 씨 같은 사람이 좋은데요.”
“네?”
“한서울 씨 같은 사람이 좋다고요.”
“아.”
이게 도대체 말인 건지. 그냥 가볍게 예의로 하는 말인 건가.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용준 씨 같은 사람이 좋아요.”
“그럼 사귈래요?”
“네?”
“뭐. 긍정적으로.”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인 건지.
“그러니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다소 낯선 거기는 한데. 한서울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시간이 된다면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직.”
서울은 일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복잡해서요.”
“아. 네.”
서울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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