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24장]

24장

“왔어요?”

“아. 네.”

세인의 인사에 가볍게 미소만 짓고 서울은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다시 세인을 돌아봤다.

“아침 고마워요.”

“별 것도 아닌 걸요.”

“아니요.”

이건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이런 것을 해준다는 것. 무작정 한다는 것. 이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자꾸만 그런 식으로 나의 감정을 모두 다 세인 씨에게 풀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정말 미안해요.”

“그러지 마요. 나는 괜찮아요.”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불편해요?”

“하지만.”

“한서울 씨. 나는 괜찮습니다.”

서울이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그러면서도 단호하게 서울의 눈을 응시했다.

“한서울 씨가 지금 무슨 상황인 건지 대충은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한서울 씨가 이렇게라도 자시의 모든 감정을 다 드러낼 수 있고 투정을 할 수 있다는 거. 이쪽에서는 꽤나 반가운 일인 걸요?”

“그래도.”

이런 사람.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 정말로 좋아하게 되어 버릴 것만 같은. 하지만 이건 저말로 그를 좋아하는 게 아닐 테니까. 조금은 거리. 이런 것들이 두 사람 사이에서는 더욱 중요할 거였다.

“세인 씨. 나에게 잘 해주지 마요.”

“하지만.”

“나 흔들리니까. 정말.”

“한서울 씨.”

세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건가요?”

“네?”

“안 되는 거냐고요.”

“그러지 마요.”

“한서울 씨. 정말.”

정말로 신기한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이토록 마음으로부터 흔드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는 걸까? 서울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엄마 많이 놀랐어.”

“그래?”

부산의 말에 서울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어?”

“왜?”

“아니.”

서울의 반응에 부산은 놀란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래?”

“어?”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아니.”

부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서울은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나 나나 이제 알아서 살기로 한 거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여기에 와서 이러는 거야? 이상한 거잖아.”

“아무리 그래도 엄마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엄마를 위해서 조금은 다정해질 수 없는 거야. 응?”

“다정이라고?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내가 엄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을 당한 건지 너는 알고 있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아무리 그래도 엄마인 거잖아. 누나가 아무리 싫어해도 그걸 부정할 수는 없는 거 아니야? 안 그래?”

“나는 부정하고 싶어.”

“뭐라고? 누나 지금 무슨.”

부산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럼 누나는 지금 나도 부정하는 거야?”

부산의 말에 서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은 그러고 싶었다. 모두 다 잊고 싶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부산은 정말로 놀란 모양이었다.

“알아. 엄마가 나를 더 특별하게 키운 거. 그런 만큼 누나가 소외를 당한 것도 알고 있다고.”

“그래.”

이걸 가지고 부산의 탓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부산이 이 정도만 아는 것도 다행이었다.

“너를 원망하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한부산.”

서울의 차분한 목소리에 부산은 입을 다물었다. 서울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내 뒷덜미를 잡았어. 그리고 우악스럽게. 그게 네 생각에 옳은 거 같은 거니?”

“어?”

모르는 거였다.

“그런 일이 있었어?”

“응.”

아마 춘자의 말만 듣고 왔을 거다.“

“나는 너랑은 볼 거야.”

“응.”

“하지만 엄마 이야기는 하지 마.”

“그래.”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부산을 보며 가만히 엷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매만졌다.

 

“저기.”

“해나군요?”

“네.”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자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세인도 그런 그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왜 저러는 걸까요?”

“뭐가요?”

“그래도 이상하니까.”

세인은 아랫입수를 세게 물었다.

“애초에 우리 일에 대해서 해나가 그렇게 신경을 쓸 이유가 없는 건데.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해나 씨는 가족이잖아.”

“그래도요.”

“나는 어차피 여기에 잠시 온 거니까. 해나 봐요. 우리는 해나를 제대로 봐야 하는 거니까요. 안 그래요?”

서울의 말에 세인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해나가 얼굴이 붉어진 채 두 사람을 쳐다봤다.

 

“미친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고.”

“갈 곳이 없다니까?”

“아니.”

서울의 말에 해나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해나는 혀로 이를 훑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네가 돈 좀 빌려줄래?”

“어?”

서울의 물음에 해나는 순간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며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싫지?”

“싫은 건 아니지!”

해나는 바로 대답했다.

“이건 달라.”

“뭐가?”

“아니.”

해나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어떻게 이걸 다르다고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럼 나도 여기에서 살래.”

“어?”

“나는 그래야 하겠어.”

“내가 싫어.”

세인은 인상을 구겼다. 서울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관계였다.

“왜?”

해나는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같이 살면 되는 거잖아.”

“너는 나를 감시하려는 거 잖아.”

“감시는 무슨.”

“안 그래?”

“그건.”

해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세인의 말을 바로 반박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다소 이상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그럼 안 되는 거야?”

“뭐?”

“그래도 되는 거잖아.”

“아니.”

세인은 침을 꿀꺽 삼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순간이고 갑갑한 모든 것들이었다.

“너는 모르지?”

“어?”

해나가 갑자기 자신을 보며 반문하자 서울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자신이 뭘 알아야 한다는 건지.

“무슨 말인데?”

“모르는구나.”

해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같이 살지.”

“송해나.”

“얘도 알아야지.”

해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우울증이야.”

“송해나!”

“그거 괜찮아.”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자신이 관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문제였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거야?”

“이모 부탁이야.”

“아니.”

세인의 얼굴은 굳었다.

“송해나. 너는 내가 너무나도 한ㅅ미하다고 생각을 하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잖아.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러는 거야?”

“무슨 말이야?”

“아니야?”

“아니야.”

해나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 답답한 기분이었다.

“내가 너를 걱정하는 걸 몰라?”

“걱정? 그럼 그냥 나를 봐줘.”

“아니.”

“그럼 되는 거잖아.”

해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모께 말씀을 드려.”

“왜?”

세인은 인상을 구겼다.

“내가 왜 해야 하는 건데?”

“그럼 내가 할게.”

“뭐라고?”

“너 너무하네.”

“어?”

서울의 말에 세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송해나 너 너무해.”

“내가?”

“그럼 누가 있니?”

“무슨.”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토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