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69장]

권정선재 2019. 1. 9. 23:43

69

많이도 해드셨네.”

그러게.”

영준의 보고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대단하시군.”

실망이지?”

?”

내가 이런 사람의 아들이라는 게.”

뭐래?”

동선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영준을 뒤에서 안았다. 영준은 그런 동선의 팔을 가만히 문지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왜 나는 그 동안 이런 일에 관심을 갖지 않았나 몰라. 내가 그 동안 할아버지에 힘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신 거야.”

?”

그러니 그 주식을 다 준 거지.”

그래도 미워.”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랑 나의 사이 끊은 거. 그거 할아버지야.”

너도 마찬가지야.”

?”

동선은 영준의 앞으로 가서 눈을 보며 입을 내밀었다.

너도 겁을 내고 망설였으니까.”

그거야.”

그냥 하는 말이야.”

동선이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영준은 가볍게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런 거 아니면서.”

?”

아직도 서운해?”

.”

영준의 물음에 동선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서운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의 상황이 달랐던 거니까. 무조건 내 입장에 대해서 너에게 무조건 말하면 안 되는 거니까.”

그래도 나도 더 용기를 내도 됐던 거야. 그런데 나는 나로 인해서 네가 다칠 거라고 생각했어.”

?”

.”

그럴 수도 있겠네.”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랬을 거야.”

지금 영준이 대놓고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상황에서도 여러 곳에서 견제가 오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너를 원망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어.”

이미 하고 있으면서.”

이건 달라.”

다르긴.”

영준은 가볍게 동선에게 입을 맞췄다.

미안해.”

하여간.”

동선은 그런 영준의 목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부드럽게 혀로 그의 입속을 헤집었다. 조금이라도 더 깊숙이 그의 안으로 닿고 싶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냐?”

왜요?”

화를 내는 서혁과 다르게 영준은 여유로웠다.

어차피 제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제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 이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상속?”

서혁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다들 뭐라고 볼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이슈가 되겠죠.”

이슈만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그럼 뭐가 더 필요한 거죠?”

뭐라고?”

전 뉴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준은 서혁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서혁은 그런 그를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물끄러미 보다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뉴스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걸까?

네가 그런 짓을 하면 네 옆에 있는 그 녀석에게도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걸 정말로 모르고 하는 말이냐?”

압니다.”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간단한 것도 모르는 채로 행동하지 않을 거였다.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요.”

뭐라고?”

제가 죽는 그 순간. 아버지께서 바로 그 녀석을 괴롭힐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 하면 그 녀석을 괴롭히지 못할까? 그런 것을 우선 고민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무슨.”

서혁은 혀로 입술을 훑었다.

나 때문이라는 거냐?”

당연하죠.”

미친.”

서혁의 욕설에 영준은 싱긋 웃었다. 서혁은 이렇게 바로바로 반응을 하는 것이 꽤나 흥미로웠다.

한 회사를 이끌어갈 분으로 그다지 보이시지 않아요.”

내가 말이냐?”

그럼 여기 또 누가 있나요?”

무슨?”

아무튼.”

영준은 숨을 크게 쉬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더 이상 뭔가를 했다가는 쓰러질 거였다.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그렇게 할 겁니다.”

내가 막을 거다.”

막으세요.”

뭐라고?”

각자 바라는 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영준은 순간 비틀거리고 그대로 나무토막처럼 넘어졌다. 서혁은 그대로 굳었다.

, 뭐야?”

저 좀 일으키시죠.”

뭐라고?”

백동선!”

그때 문이 열리고 동선이 들어왔다. 동선은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영준을 안았다. 서혁은 그때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게 심각한가?”

.”

젠장.”

동선의 간단한 대답에 서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말도 안 될 정도로 상태가 최악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도대체 그 망할 녀석은 왜 나에게 자신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 건가?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모르는 거야?”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 동안 말한 거 아닙니까?”

뭐라고?”

계속 말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거야.”

서혁은 머리가 왕왕 울리느 기분이었다. 영준은 늘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곧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뭘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 녀석이 바라는 것. 그걸 그대로 해주시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회장님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그 녀석은 선대 회장님의 뜻을 모두 다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걸 응원해주십시오.”

아니.”

서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이 모든 걸 다 잃게 될 거였다. 자신의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는 것. 이런 것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내가 도대체 왜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

그런 거 웃기지 않은가?”

웃기다.”

동선은 혀를 살짝 낼름거리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물끄러미 서혁을 응시했다.

왜 자꾸 저를 부르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달라지실 생각이 없지 않으십니까?”

무슨?”

달라지셔야 합니다.”

동선의 단호한 말에 서혁은 혀로 이를 훑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명확한 결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꼰대가 뭐래?”

아무 말 없어.”

거짓말.”

진짜로.”

동선은 영준의 손을 잡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너 정말.”

없어서 그래.”

.”

영준은 가볍게 동선을 밀었다.

그러지 마.”

?”

나 알아.”

?”

잔소리 하지.”

아니.”

동선은 고개를 흔들고 영준의 침대에 앉았다. 영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정말.”

옆으로 좀 가 봐.”

영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옆으로 비켜났다.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영준의 허리를 가만히 안았다.

사랑해.”

그렇게 대충 넘기려고?”

.”

정말.”

?”

아니야.”

동선은 영준을 목에 입을 묻었다.

사랑해.”

미워.”

내가 미워?”

.”

그래서 안 사랑해?”

아니.”

영준은 몸을 돌려서 동선의 허리를 안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하면서 싱긋 웃었다.

나 이제 못 일어날 거야.”

그래.”

영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정말.”

?”

나 너무 무능해?”

아니.”

동선은 다시 영준의 턱을 들어서 싱긋 웃었다.

그러지 마.”

뭐가?”

너 안 무능해.”

?”

여기까지 온 거잖아.”

동선은 힘을 주어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은 그런 그의 눈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 가슴에 고개를 묻었다.

좋아.”

내가 좀 멋지지.”

그걸 알아서 재수는 좀 없어.”

사실인 걸 어떻게 해?”

동선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영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동선은 살짝 고개를 숙여서 입술 가까이 왔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두 사람은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