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73장]

권정선재 2019. 3. 1. 00:01

73

좀 괜찮아요?”

.”

세인의 집에 와서 물을 마시고 나니 조금이나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 이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심하죠?”

뭐가요?”

.”

무슨.”

세인은 싱긋 웃으며 서울을 안았다.

이렇게 예쁜대.”

하여간 자꾸 이상한 소리는.”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이 하려는 일. 너무나도 유치할 수 있었다.

정말 그게 효과가 있을까?”

있을 겁니다.”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너무 어려워요.”

그러게.”

서울은 조심스럽게 세인에게 머리를 기댔다.

좋다.”

편하다.”

서로의 온기. 이 시간. 그냥 이것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 자체가 좋았다. 서로에게 모든 것을 바랄 수 있다는 것. 이게 누군가가 보기에는 별 것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큰 거였다. 스스로 버틸 수 있게 하는 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고 믿게 만드는 힘이었다.

 

팔라니까.”

아니.”

팔아.”

망설이는 서울과 다르게 부산은 단호했다.

그 짐 누나가 다 짊어질 이유 없다고 했잖아. 애초에 팔면 되는 건데. 왜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누나 고생하지 마.”

고생.”

이게 고생인 건가.

네가 돌아올 곳이 없으니까.”

그런 거 없어.”

서울의 말에 부산은 입을 내밀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그의 반응을 보니 정말 별 것 아닌 거 같았다.

은환이 있잖아.”

뭐래?”

진심이야.”

부산의 확신이 가득한 말에 서울은 싱긋 웃었다. 하여간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다니 신기한 녀석이었다.

다행이네.”

그 형도 좋은 사람이잖아.”

?”

갑작스러운 부산의 물음에 서울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의미야?”

누나에게 그 사람이 너무 좋은 거 같다고. 전에 만나던 그 인간이랑 있을 때랑 표정이 다르니까. 우리 두 사람 다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우리.”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부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서글펐다.

그러네.”

사실이었으니까.

신기하다.”

그렇지.”

부산은 물끄러미 서울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바로 이를 드러내며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진심이야. 누나 좋아 보여.”

.”

서울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말을 듣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 너 내일 시간 나니?”

나도 있어야 해?”

당연하지.”

부산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엄마도 오는 거지?”

.”

불편한 그의 표정에 서울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산은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였다.

볼 거야.”

부정할 거야.”

내가 나를 부정하지 않잖아.”

그래.”

서울이 힘을 주어 말하자 서울도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이 스스로만 잃지 않는다면 그걸로 되는 거였다.

한부산 다 컸네.”

그럼. 이제야 다 큰 거지만.”

부산의 대답에 서울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이러려고 보자고 한 거야?”

.”

서울의 덤덤한 대답에 춘자의 입술이 떨렸다.

너도 같은 생각이야?”

.”

!”

부산의 대답에 춘자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고함을 질렀다. 서울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희 엄마인데. 너희 두 망할 것들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할 수가 있어!”

서울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설명 해주세요.”

여기.”

은아도 하나 당황하지 않고 서울에게 보여준 것보다 더욱 자세한 서류를 내밀었다. 춘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게 뭡니까?”

기분을 넘는 대출입니다.”

내 집이니까요.”

아드님 집이죠.”

은아가 단정한 목소리로 지적하자 춘자는 멍한 표정이었다. 그제야 아들의 이름으로 된 집의 의미를 안 것 같았다.

그 동안 들어간 돈은 여기에서 냈고.”

아니.”

춘자는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그게.”

그러니 여기에서 정리해야 할 겁니다. 그 동안 아드님이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가 대신 빚을 얻은 것. 그게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지금 당장 상환해야 하는 금액도 이 정도고요.”

이게 다 망할 대통령 탓이야.”

아니죠.”

은아는 덤덤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머니 탓이죠.”

뭐라고?”

본인이 빚을 얻으신 거니까.”

춘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아마 은아가 누구인지 몰라서 더욱 이런 모양이었다.

그러니 파시는 게 지금 나을 겁니다. 혹시라도 집값이 ᄄᅠᆯ어지면 이거 수습하기 더욱 어려울 테니까요.”

아니 다른 집은 자식들에게 온갖 호강을 받으면서 산다는데 나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어 이렇게 살아!”

춘자의 눈이 붉어졌다.

내가 너희를 굶기길 했어 뭐했어?”

굶기는 거 보다 더했지.”

서울의 목소리는 얼음 같았다.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걸 몰라?”

뭐야?”

춘자가 바로 사납게 자신을 노려보자 서울은 싱긋 웃었다. 남은 연민마저 다 사라지게 하는 사람이었다.

일단 지금이라도 사겠다는 사람 있으면 바로 불러주세요. 더 이상 이 집에 대출금 못 갚아요.”

그래요.”

내가 동의 안 했잖아!”

춘자는 테이블을 세게 손으로 내리쳤다. 그런 그를 보면서 세 사람 모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저에게 하실 말씀이 아니라 자녀 분들에게 하셔야 할 겁니다. 이 두 분이 권리가 있으니까요.”

뭐야?”

춘자는 바로 서울과 부산을 응시했다.

무슨.”

여기에 천 더 줄게.”

서울의 제안에 춘자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대신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어차피 다시 나타날 것 같이 분명했지만 일단 이런 식으로 엄포라도 하는 것. 그게 중요할 거였다.

망할 것들.”

욕을 하면서도 살짝 누그러진 것이 보였다. 돈이면 다 되는 사람. 하여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었다.

 

고맙습니다.”

아니야.”

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 가지고.”

아는 분이야?”

. 세인 씨 어머니.”

?”

부산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냥 자신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다가 아는 사람의 어머니라니 놀란 모양이었다.

그게.”

반가워요.”

. 안녕하세요.”

부산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은아는 웃음을 터드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뭘 그렇게.”

죄송해요.”

부산은 입술을 다물었다.

왜 말을 안 했어?”

지금 하잖아.”

하여간.”

부산이 눈을 흘기자 서울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기지도 않아요.”

그러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공증은 안 받아도 되겠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게 중요한 건가요?”

중요하지.”

은아는 입술을 내밀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기들 엄마를 보니까 이 정도로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은데. 안 그래? 내가 보기에 그래?”

제가 보기에도 그래요.”

서울의 대답에 은아는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동정이 아닌 위로. 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해.”

알았어요.”

서울은 싱긋 웃었다.

그래도 되는 거지?”

마음대로.”

부산의 말에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이런 상황에서도 부산은 장난스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정말 그러다가 너 다 잃을 수도 있어.”

그게 겁이 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

하여간.”

부산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진심이야.”

뭐가?”

누나가 우선이라는 말.”

은아는 두 사람을 보면서 뭔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세인의 어머니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다소 부끄럽고 이상한 감정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나은 가정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 같아서 다행이었다.

알았어.”

서울은 그런 부산을 보며 더욱 밝게 웃었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