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75장]

권정선재 2019. 3. 6. 00:47

75

여긴 계집만 있어?”

뭐라고요?”

취객의 어이가 없는 말에 서울이 나섰다.

도대체 뭐라는 겁니까?”

건방진 년이.”

건방지다니!”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는 건가? 혹시라도 승객들에게 해코지를 할까 싶어 앞으로 나서는 서울과 다르게 아진은 뒤로 물러났다.

여기 경찰 좀 불러줘요.”

그냥 보내죠.”

?”

그 순간 취객이 서울을 거칠게 밀치고 달아났다. 서울은 뒤로 넘어지면서도 그를 응시했지만 아진은 가만히 있었다.

저 사람 좀 잡아요.”

하지만 아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저기요.”

서울은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떠는 아진을 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무서워도 이건 아니었다.

뭐하는 거예요?”

어떻게 그래요?”

?”

아니.”

아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니까.”

그리고 자리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보고 있기에 일단 아진을 달래는 게 우선이었다. 부디 승객들과 부딪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었다.

 

그런 게 당연히 야간에 있는 거 아니야?”

이럴 줄 몰랐어요.”

뭐라고?”

아진의 대답에 부장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말이 돼?”

그러니까.”

이아진 씨!”

부장의 목소리에 아진은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여기 장난하러 온 거야?”

장난이 아니라. 너무하시네요.”

뭐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했다고 말하는데 너무했다고 말을 하는 거였다.

너무 무서웠다고요.”

뭐라는 건지.

어떻게 그래요?”

이아진 씨.”

결국 서울은 참지 못하고 나섰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뭐하러 있는 건데요? 역무원으로 있는 거잖아요. 혹시라도 아까 그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어떤 문제라도 생겼다면. 그 사람이 승객들에게 해코지 했다면 어떻게 할 건데요?”

그러니까.”

아까 그 사람 못 봤어요?”

그건.”

승객들이 다쳤을 거예요.”

알아들은 건지 모른 건지 아진은 이 말을 듣고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부장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지금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한서울 씨의 말이 맞아. 혹시라도 승객들이 다쳤다면 어떻게 할 거야?”

아진은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하여간.”

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아진 씨.”

아진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복잡해진 기분이었다.

 

어떻게 할 거 같아?”

모르겠어요.”

부장의 물음에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부장은 입에 담배를 물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내가 뭔가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까 너무 머리가 아프네.”

부장님하고 상관이 없는 거잖아요.”

무슨.”

부장은 멀리 연기를 뿜었다.

나도 관련이 있는 거야.”

무슨.”

다른 곳으로 갈 거야.”

?”

그렇겠지.”

아닐 거예요.”

서ᅟᅮᆯ의 단호한 말에 부장은 고개를 돌려 물끄러미 서울을 응시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두가 다 한서울 씨랑 같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저랑 같아서 그런 게 아니라. 그래도 이런 식으로 야간을 하겠다고 한 사람이라면 다를 거라고 믿어요.”

그래?”

제가 설득할게요.”

설득.”

부장은 연기를 멀리 뿜고 잠시 고민에 빠진 듯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목을 뒤로 젖혔다가 다시 하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

?‘

그럴 거 아니야.”

그렇다고 보내요?”

그래야지.”

아니요.”

서울의 단호한 대답에 부장은 눈썹을 움직였다. 서울은 지금 자신의 어디에 이런 용기가 있었던 건가 싶었다. 하지만 다소 무모하게 부장을 들이 받는 거라고 하더라도 이건 해야 하는 거였다.

해야만 해요.”

그게 될 거 같아.”

.”

서울의 대답에 부장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무모해.”

그런 게 제 매력이죠.”

매력이라니.”

부장은 웃음을 띈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듯 입술을 꾹 다물었다.

좋아.”

고맙습니다.”

대신 만일 여기에 남기로 한다면 나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거야. 알지?”

?”

이건 또 무슨 말인 건지. 아진 하나만 하는 것도 너무나도 복잡한 건데 부장까지 제대로 만족을 해야 한다는 것. 이건 아진을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할 거였다.

하지만.”

나 없는 날도 이쌎ㄴㅎ.”

.”

휴무.”

그러네요.”

돌아가면서 쉬는 거였으니까. 부장의 말이 옳았다. 정말로 아진이 제대로 마주할지. 그게 중요한 거였다.

제가 할게요.”

좋아.”

부장의 미소에 서울은 괜히 긴장이 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물러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좀 괜찮아요?”

? .”

아진은 서울의 눈치를 살폈다.

괜히 왔나봐요.”

?”

야간.”

무슨.”

제대로 설득을 하기도 전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였다.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죠.”

너무 힘들어요.”

아니.”

아직 힘든 건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건 남자 직원들이라면 예외가 없이 누구라도 해야 하는 거였다.

여기 들어오는 거 힘들었잖아요.”

그래도.”

그런데 이대로 그냥 여자로만 남는다고요?”

서울의 물음에 아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게 사실이니까.”

그건 안 되죠.”

생각과 너무나도 달라요.”

그래도.”

그런 일이 또 생기면요?”

경찰을 불러야죠.”

서울의 간단한 대답에 아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서울을 응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좋아요. 그렇게 불러요. 그럼 그 경찰은 언제 오는데요?”

“10분 안에 와요.”

그렇게 길게요?”

안 길어요.”

서울의 대답에 아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기에 어떤 공포 같은 것이 느껴졌다.

저는 싫어요.”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여기요.”

이게 도대체 무슨 어린 아이와도 같은 투정인 건지. 직장인이라면. 역무원이라면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역무원이잖아.”

그래도 이건 달라요.”

뭐라고요?”

이런 거 불편해요.”

불편하다니. 자신은 아까 그 상황이 더욱 불편했다. 믿고 있던 동료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거니까.

본인이 누군가의 기회를 가지고 이 자리에 온 거라는 거 몰라요? 다른 사람들이 오고 싶은 자리였어요.”

그래서요?”

책임을 져야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건데요? 다른 남자 직원들이 이제 여자 직원들을 무시하면 뭐라고 할 건데요?”

그건 달라요.”

아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 서울을 응시했다.

그만 두세요.”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옆에 부장이 온 것이 들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본인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더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거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파악하고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것들 아니에요.”

그런 적 없어요. 나는 진지해요. 애초에 여성이 남성을 이길 수 없는 거. 체력으로 안 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이건 체력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저 자신이 겁을 냈던 거면서.

그걸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죠?”

더 듣고 싶지 않아요.”

이아진 씨.”

왜 이러세요?”

아진의 목소리가 거꾸로 날카로워졌다.

본인이니 잘 하면 되지.”

무슨?”

앞에 남지 꼬셔서 그 사람 보낸 거고. 그리고 부장도 몰아내고. 이제는 여자라는 이유로 저를 이렇게 압박하는 건가요?”

압박이라니.”

잘 거예요.”

서울은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자신이 설 것이기는 하지만 웃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른 말을 더 섞고 싶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