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장
“알바를 왜 늘려? 돈 없어?”
“아니야.”
부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하는 곳이 재미있어. 그래서 이걸 더 배우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서. 한 번 해보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식당이라니. 부산의 과와도 어울리지 않는 거였고 이건 정말로 아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어?”
“너 왜 그래?”
서울은 답답했다.
“그게 너를 위해서 좋을 거 같아?”
“누나야 말로 왜 그래?”
“어?”
“엄마처럼.”
순간 서울의 얼굴이 멍해졌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춘자가 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그렇다고.”
부산은 음료수를 마시며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할 거 없죠.”
“아니요.”
세인의 위로에도 서울은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엄마가 되는 거야.”
“한서울 씨.”
“너무 싫다.”
너무나도 끔찍한 상황이었다. 도대체 자신은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 걸까? 왜 이렇게 한심하게 구는 걸까?
“엄마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있고. 그걸 얼마나 싫어했는지 기억하고 있으면서 왜 이러는 걸까요?”
“동생을 걱정한 거잖아.”
“아니요.”
이건 걱정이 아니었다.
“그냥 내 생각이야.”
부산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거라면 자신은 그 꿈을 망가뜨린 거였다. 서울의 걱정에 세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너무 빠르게 구한 건가?”
“아니요.”
은아의 걱정이 담긴 물음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관둬야 하는 것. 이 집을 팔아야 하는 거라면 하루라도 빠르게 파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게 더 생각할 것도 줄었다.
“돈은 잘 받았어.”
“그래요?”
“왜 그러지?”
“네?”
“세인이가 말을 안 들어?”
“아니요.”
은아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네자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세인의 조심스러움. 사려 깊음은 은아에게 온 거였다.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은아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비싸게 팔아야 나도 돈 많이 받지.”
“아.”
“반만 진심이야.”
“알아요.”
서울도 혀를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일단 아주 복잡한 일을 하나 해결한 기분이었다.
“정말 판 거야?”
“그런다고 했잖아요.”
“미친년.”
이제는 춘자의 욕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너 이 집 없으면 어디에서 살려고?”
“그러게.”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당장 살 곳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나의 모든 자존감을 다 잃어가면서 사는 것은 아니니까. 이렇게 사는 게 더 나은 거죠.”
“뭐라는 거야?”
“모레 짐 뺄 거야.”
“뭐?”
춘자의 눈이 커다래졌다.
“무슨.”
“어디든 가요.”
춘자는 긴장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제야 겨우 서울의 말이 갖고 있는 모든 의미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누구 하나가 너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모질게만 굴어.”
“그러게.”
자신도 모르게 그런 걸까? 아니. 그런 게 아니었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거였다.
“그러니 준비하세요.”
“독한 년.”
서울은 춘자의 욕을 뒤로 하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빠르네.”
“미안해.”
“어?”
서울의 사과에 부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네 꿈을 무시해서.”
“꿈?”
부산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내밀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르바이트.”
“아.”
부산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서울의 눈을 보며 살짝 눈썹을 찡긋했다. 그러다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어?”
“그냥 지금 살마을 만나고 그런 일이 즐겁다고 하는 거야. 식당 일이 무조건 쉬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서울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너무나도 한심하게 식당을 하는 것. 그것을 작은 일이라고 생각한 거였다.
“나도 늘 밥집에 가서 밥을 먹고. 맛집에 가서 줄을 서고 하면서. 그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건지. 그런 것에 대해서 무시하고 천하게만 생각을 했던 거야.”
“누구나 그렇지.”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실망했니?”
“아니.”
서울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부산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왜?”
“내 누나니까.”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부산의 입에서 나온 이 말. 이건 너무나도 커다란 말이었다.
“내가 그 동안 너무나도 누나를 고생을 시킨 것은 알고 있는데. 그래도 나는 누나가 내 누나라서 너무 좋아.”
“나도 네가 동생이라서 좋아.”
“정말?”
“응.”
진심이었다.
“지금 나에게 유일한 가족. 그리고 가장 소중한 가족은 누가 뭐라고 해도 너니까. 너무나도 고마워.”
부산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서울은 그런 그를 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음 한 편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그리고 이거.”
“뭔데?”
“돈.”
“왜?”
서울이 봉투를 내밀자 부산은 바로 미간을 모았다.
“싫어.”
“가져가.”
“아니.”
“비싸게 팔았어.”
서울은 가방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은아는 춘자에게서 말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값을 받아주었다.
“내가 세인 씨랑 만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되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더라고. 별 것 아닌 부분들까지도.”
“좋은 분이네.”
“응.”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그러지?”
“어?”
“누나 표정.”
“뭐가?”
“아니.”
부산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달라.”
“그래?”
세인 때문일까?
“다르기는.”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니.”
다른 것을 더 부산에게 말을 할 것도 없었고, 말을 한다고 해서 다른 방법이 떠오를 것도 아니었다.
“고마워.”
“뭐가 고마워?”
“나 혼자였다면 아무 것도 못했을 거야.”
“무슨.”
“정말.”
서울의 말에 부산은 그저 웃었다.
“야.”
“왜 왔어?”
“한서울.”
서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 너무해.”
“뭐가?”
“왜 그래?”
“뭐가 왜 그래야?”
답답한 상황.
“너 뭘 바라는 건데?”
“뭐라고?”
“세인이가 돈이 많은 거 아니까. 지금 이모가 그러는 거 아니까. 너 지금 그렇게 나오는 거지?”
“뭐?”
무슨 말인지.
“그 돈 좋니?”
“어?”
“세인이가 준 거잖아.”
“무슨.”
머리가 띵해졌다.
“무슨 말이야?”
“모르는 척 하기는.”
“정말 몰라.”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낮아졌다.
“무슨 돈이라고?”
“아니.”
해나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그러니까.”
“그 돈 뭐냐고?”
“몰라?”
“그래.”
서울은 멍해졌다.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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