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78장]

권정선재 2019. 3. 6. 01:10

78

왜 그런 일을 한 거예요?”

그게.”

서울의 물음에 세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지금 당장 한서울 씨에게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한서울 씨가 마음이 편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아니요.”

서울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한서울 씨.”

정말.”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뭐로 보이는 건데요?”

?”

내가 당신 애인이기는 해?”

당연하죠.”

아니.”

서울은 어이가 없어서 머리를 뒤로 넘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할 수 없는 거였다.

이세인 씨는 정말로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나를 생각하면. 나를 바라면 이래서는 안 되는 거잖아.”

나는.”

너무 화가 나.”

서울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세인은 이런 서울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이 정도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멍한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정말.”

서울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런 건데요?”

그러게요.”

세인은 혀로 입술을 살짝 적셨다.

왜 그런 걸까?”

내가 무슨 동정해야 할 거지야?”

아니요.”

서울의 말에 세인은 다급히 대답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그게 아닌데 어떻게 이래요? 그런 거 아니면 이럴 수 없는 거잖아. 그런 게 아니라면 이래서는 안 되는 거잖아.”

그냥 한서울 씨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더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 겁니다.”

이러면 우리 두 사람. 정말로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지 못하는 거. 여기에서 멈추는 거 몰라요?”

?”

어머니가 알잖아.”

그건.”

세인의 얼굴에 창백함이 스쳤다. 아마 지금 서울이 생각하는 이런 부분까지 알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싫다.”

한서울 씨.”

손 대지 마요.”

세인이 서울을 위로하기 위해서 손을 잡으려고 하자 서울은 손을 뒤로 거뒀다. 세인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러지 마요.”

이세인 씨야 말로 이러지 마.”

한서울 씨.”

도대체 왜.”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

.”

그러니까 나는.”

내 기분은 생각도 안 했죠?”

세인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서울이 하는 말이 맞았으니까.

어떻게 이러지?”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이세인 씨에게 얼마나 도와줘야 하는 사람으로만 보인 거면. 얼마나 같이 해야 할 사람으로 보이지 못한 거면.”

그런 거 아니에요.”

세인은 다급히 대답했다.

정말 아닙니다.”

그런데 이럤어요?”

내 생각이 짧았어요.”

아니.”

미안해요. 정말.”

세인의 목소리는 낮고 울림이 있었다.

한서울 씨에게 진심으로 물었어야 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런 생각도 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내가 지금 한서울 씨에게 힘이 되는 것. 이게 고작 돈이라고 믿어서는 안 되었던 겁니다.”

정말.”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세인을 두고 그대로 돌아섰다.

 

무례하네.”

그렇지?”

.”

그러다가 부산의 말투에 서울은 입을 내밀었다. 지금 부산의 반응을 보니 그다지 자신에게 동의하는 게 아니었다.

너 뭐야?”

뭐가?”

그냥 하는 말이지?”

아니.”

부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다르구나.”

.”

부산은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다시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 형이 일부러 누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거 같으니까. 몇 번 안 봐도 그게 느껴지니까. 은환이도 그러고.”

그래?”

그럴 수 있었다.

그래도. 이건.”

서울으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부산의 말을 들으니 더욱 어려웠다.

그 사람이 나를 위한다는 것 그가 하나만으로. 그냥 이걸 용서하고 넘어가도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걸까?”

누나 기분은 어떤데?”

모르겠어.”

정말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기분을 모른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해싸.

너무 고맙기는 한데. 이게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동정만 하는 건지 그게 너무 어려워.”

물어봐야지.”

그래도 될까?”

당연하지.”

너무나도 간단한 부산의 말에 서울은 웃었다. 너무나도 다른 이런 말. 부산이 조금은 더 확실한 기분이었다.

답답해.”

왜 그래?”

그러게.”

부산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부산은 가만히 서울을 응시했다. 서울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푹 숙였다.

왜 그런 걸까?”

누나가 너무 좋으니까.”

너무.”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너무 좋다.”

나라도 그럴 걸?”

?”

나도 굳이 고르라고 하면 돈을 했을 거야. 은환이에게 같은 일이 생겼다면. 아마 그렇게 했을 걸?”

부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내가 은환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잖아. 그냥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거. 지금 이 순간 내가 최선을 다 해서 그 사람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거. 그게 아마 돈이어서 그랬을 걸?”

하지만.”

누나.”

부산의 목소리는 꽤나 진지했다.

돈 문제 고민 많았잖아.”

?”

집도 그렇고.”

그건.”

그랬다. 처음에 철수 문제로 집을 구하기 어려울 때도 세인이 도왔다. 그리고 부산의 문제도 그랬다.

늘 형에게 돈 이야기를 했으니까. 그 형은 누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그거라고 믿었을 거야.”

그럴까?”

.”

부산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엔 그래.”

그래?”

.”

부산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그런데 왜 그러지?”

뭐가?”

왜 이렇게 망설이지?”

그러게.”

이건 세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제대로 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자꾸 망설이는 거였다.

이세인 씨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명확히 해주고 있는데. 내가 자꾸만 망설이고 주저하는 기분이야.”

그러네.”

못났지?”

.”

부산의 때답에 서울은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왕왕 울리는 기분이었다.

누나 .내가 말한 거 진심이야. 누나가 그 형을 만나고 나서 표정이 많이 편해졌다는 말. 그 말 말이야.”

그래?”

.”

표정.

그렇구나.”

아 그리고 엄마 시골 갔대.”

?”

자신은 전혀 모르던 이야기였다.

무슨?”

엄마도 고향이 더 편한 모양이더라고. 나한테 누나 욕을 엄청 하는 걸 보면. 내가 은환이를 만나더라도 그래도 엄마에게는 아들이 가장 중요한 모양이더라. 그런데 그게 너무 다행인 거 같아.”

?”

누나를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자신의 어려움. 자신의 아픔. 이건 혼자서 다 겪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부산도 같이 겪은 거였고. 부산도 이 아픔에 대해서 같이 느끼고 있었던 거였다. 같은 상황이었다.

미안해.”

왜 갑자기 사과를 해?”

해야 할 거 같아.”

정말이었다.

나는 그 동안 나 혼자서 너무 힘들다고 너에게 모든 것을 다 퍼부은 거였는데. 그런 게 아니었어.”

에이.”

부산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나 정도는.”

한부산.”

?”

네가 내 동생이라 다행이야.”

그래?”

.”

부산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 좋네.”

그래?”

.”

너무 좋은 순간이었다. 이제 하나하나 해결이 되는 기분이었다. 세인을 만나서 뭔가 확신에 찬 무언가를 물으면 되는 거였다.

고마워.”

서울은 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