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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스포) 갤버스턴, 아주 쓴 차를 한 모금 마신 기분

권정선재 2019. 7. 10. 22:28

[맛있는 영화] 스포) 갤버스턴, 아주 쓴 차를 한 모금 마신 기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Good 삶에 대한 의미가 담긴 영화를 찾는 사람

Bad 우울한 영화는 피하고 싶은 분

평점 - ★★★☆ (7)

 

제목부터 낯선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오직 하나, ‘록키역을 연기한 앨르 패닝]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자리에 있어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영화에 대한 정보도 하나 없이 포스터만 보고 간 영화는 굉장히 우울하고 우울하고 또 우울한 영화였습니다. 포스터만 보고 착한 버전의 레옹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행복이 다 있는 그런 공간을 묘사하는 것 같았는데 기본적인 정보도 없이 영화를 봤기에 충격이었습니다. 폐암에 걸려 죽기 직전의 남자가 사장이 친 덫에 걸릴 뻔 했으나 뛰어난 능력을 이용해서 그 상황을 모면하고 창부까지도 구해내며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둘의 관계는 굉장히 모호하게 그려집니다. 연인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역겨운 관계인 것도 사실입니다. 자신을 마흔이라고 말하는 남자과 이제 겨우 열아홉이라고 하는 여성의 로맨스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영화를 보면 이들은 그런 것을 모두 다 넘어서는 어떤 대안 가족의 형태로 변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가던 길에 록키의 여동생까지 더해지게 되면서 그들은 같은 방향에 놓인 행복을 꿈꾸기도 합니다. 너무나도 우울하던 그들의 행복이 저녁 노을처럼 비추는 순간 함께 미소 짓게 됩니다.

 

영화는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하나의 길을 따라서 달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다수의 영화에서 한 번 반전을 주거나 틀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도 영화는 무조건 직진을 고수합니다. 오히려 그래서 영화에 대한 몰입이 좋아지고, 영화의 마지막에 느껴지는 충격이 더욱 크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들의 행복을 향한 여정은 너무나도 어둡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아쉬운 지점은 영화를 만든 사람이 여성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대상화하는 지점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남성 감독이었다면 이것보다 더 추악하게 그렸을 거라고 위안을 삼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로이가 사장의 약점을 잡아 그에게 돈을 얻어내려고 하는 순간 그들은 꼬리를 밟히게 되고 결국 모두가 멸망하는 결말로 다다르게 됩니다. 그들의 행복이라는 것은 그저 밤이 오기 전에 아주 잠깐의 빛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영화는 이토록 무거운 슬픔과 아픔. 죽음이 담긴 이야기를 그다지 감정을 담지 않은 채 보여줍니다. 관객의 머리를 세게 때리면서도 영화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한 채로, 한 발 뒤에서 그 화면을 그려냅니다. 한 남자의 길에 가족이 생기고 행복을 꿈꾸던 순간 무너지는 그 모든 것이 영화에서는 덤덤하게 그려집니다.

 

로이벤 포스터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세상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무덤덤한 모습을 꽤나 잘 묘사하는 편입니다. 폐암 진단을 받은 이후 삶에 대한 아무런 의욕도 없이 무덤덤한 행동을 하는 인물인데, 사건에 휘말린 이후에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자 노력합니다. 사실 록키가 그의 곁에 없었더라면 로이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잘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에게 돈이 필요했던 이유도 자신이 죽을 거라고 확신하는 상태에서, 딸과 같은 존재인 록키가 조금이라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고자 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의 생각은 영리하지 못했기에 모든 비극의 시작점이 되기는 하지만 말이죠. 노년의 모습에서 모든 회한과 죄책감을 짊어진 모습까지도 관객에게 표정만으로 모두 설득해 냅니다.

 

창부이자 싱글맘인 록키앨르 패닝이 연기합니다. 겉으로는 매우 쾌활한 척 모든 것이 다 괜찮은 척 행동하지만, 계부에 의한 성폭행과 출산. 그리고 자신의 삶도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상황에서 그는 결국 지치고 무너지며 자신의 모든 것을 로이에게 보이게 됩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존재처럼 굴지만 사실은 그 무엇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피하려고만 하는 거죠.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서 자신의 여동생이자 딸을 지키고자 노력합니다. 몸을 팔아서라도 딸을 지킬 수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거죠. 그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이고 끔찍한 것인지는 그의 눈물로도 그려집니다. 뒤에 로이를 지키기 위해서 성폭행을 당해 죽는 순간까지도 결연하다는 부분이 꽤나 잔혹하게 느껴지면서도 강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불편할 수도 있는 역할을 현실로 불어오는jt앨르 패닝의 연기력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매우 입체적이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습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갤버스턴이라는 장소는 그들에게 어떤 희망을 꿈꾸게 하는 장소인 동시에 모든 희망이 사라지게 만드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내일이 없는 상태에서 만난 그들이 또 다른 미래를 꿈꾸는 순간 그것이 모두 사그라들기도 하는데, 이것은 실제로 갤버스턴이라는 지명이 오늘날 미국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자연의 재해와도 닮은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그려진다고 생각합니다. 살인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와 꽤나 잔인한 여성에 대한 학대 같은 것이 그려지는 만큼 직접적인 장면 역시 너무나도 불편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불편한 것은 그들의 삶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노력하고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더라도 결국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수많은 덫에 걸린 동물들처럼 그냥 발버둥만 치다가 목숨이 다하는 그런 존재들처럼 그려지는 거죠. ‘로이의 모습은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노력할 희망도 잃은 채로 버티는 사람 말이죠.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찝찝함을 선사하면서도 영화적 매력은 충분한 [갤버스턴]이었습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해변가에서의 행복한 과정을 즐기는 세 사람

축제에서 춤을 추는 로이록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