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스물두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24. 20:00
 



AM 7:42




22화


손 잡아 드릴게요.




“나 그동안 아들 있는 사람이 참 부러웠어요.”

“네?”

“그런데 이제는 하나도 안 부러워요.”

“왜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우리 진호 씨도 있고, 이 기사도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회장님.”

이 기사가 바로 대꾸를 한다.


“저도요.”

진호도 뒤이어 대답을 한다.




“두통이 심해서 왔는데요.”

“그러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박정수입니다.”

“먼저 가정의학과로 가보시겠어요?”

“알았어요.”


간호사가 한 진찰실을 가리킨다.


“지금 바로 들어가면 되는 건가요?”

“네.”

간호사가 미소를 지으며 대꾸한다.


“보호자도 들어가도 되나요?”

진호가 황급히 묻는다.


“네.”

“가시죠.”

진호가 정수를 부축한다.




“어떻게 오셨나요?”

“두통이 심해서요.”

정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별로 심하지는 않은데, 이렇게 자꾸 가라고 하니까.”

“좋은 아드님 두셨군요.”

“후후.”

정수와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어떻게 아프신 가요?”

“크게 아프지는 않고, 그냥 멍한 상태가 지속되고, 날카로운 게 머리를 콱 움켜쥐고 있는 기분이에요.”

“그래요?”

의사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증상이 얼마나 되셨죠?”

“한 한달이요?”

“!”

진호의 표정이 굳는다. 한 달이나 되다니.


“그래요? 그럼 일단 혈액 검사부터 해볼까요?”

“좋아요.”

그런데 자리를 일어나는 순간 정수가 휘청한다.


“!”

의사의 눈이 커다래진다.


“당장 뇌 사진을 찍어 봐야 겠습니다.”

“네?”

정수가 의사를 본다.


“그게 무슨?”

“당장요!”




“나 참.”

정수가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이래서 의사들을 싫어한다니까.”

“어머님.”

진호가 정수를 달랜다.


“조금 의심이 가나보죠.”

“이래 놓고, 사진 찍으면 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래요. 진호 씨가 잘 몰라서 그래요. 이게 다 의사들 돈 벌어 먹는 수단이라니까.”

정수가 혀를 찬다.


“박정수 씨.”

“네.”

정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녀 올게요.”

“네.”




“진희야,”

“네?”

“너 축하한다.”

아이들이 모두 있는 데 담임이 미소를 짓는다.


“왜요?”

“이번에, 네가 전교 일 등 했어.”

“!”

“우와!”

친구들이 모두 미소를 지으며 진희를 바라본다.


“진짜요?”

“응.”

진희가 떨리는 손으로 성적표를 받는다.

“!”

“정말 열심히 했구나.”


“네.”

진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래 어떻게 할 거야?”

진희가 고개를 숙인다.


“진희야. 이제 너도 고 3이잖아.”

“모르겠어요.”

진희의 목소리가 떨린다.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저 무지 가난한 거.”

“진희야.”

“솔직히 대학은 가고 싶어요. 하지만 가지 못할 거 같아요.”

“왜?”

“우리 오빠 버는 돈으로는.”

진희의 치마위로 이슬이 떨어진다.


“내가 뭐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아니요.”

진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선생님은 정말 많은 것을 해주셨잖아요.”

“진희야.”

“이제 저도 돈을 벌어야죠.”

진희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씩씩하게 웃는다.


“더 이상 오빠에게 짐이 될 수만은 없거든요.”

“진희야.”

“전 정말 괜찮아요.”

진희가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까, 선생님도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담임이 슬픈 표정으로 진희의 머리를 넘겨준다.


“너 정말 씩씩한 아이구나?”

“헤헤.”

진희가 쑥스러운 듯 웃는다.


“선생님 괜히 칭찬하지 마세요.”

“그래.”

담임도 미소를 짓는다.


“언제든지 힘들면 말해 줄래?”

“네.”

진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꼭 선생님께 말씀 드릴게요.”

“그래.”

담임이 진희의 손을 잡는다.


“선생님은 언제나 진희 편이야.”

“네.”




“휴.”

“다 끝나셨어요?”

“그래요.”

정수가 조금 지친 듯이 걸어 나온다.


“무슨 사진을 그리 많이 찍는 지.”

정수가 힘겹게 미소를 짓는다.


“저 보호자분.”

“네!”

진호가 자리에서 일어 난다.


“좀 들어와보시겠어요?”

“지금요?”

“네.”

“아유.”

정수도 자리에서 일어 난다.


“저.”

그 모습을 보고 간호사가 입을 뗀다.


“환자 분은 안 들어오셔도 됩니다.”

“!”

정수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다녀 올게요.”

진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정수에게 말을 건넸다.




“앉으시죠.”

“네.”

진호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는다.


“무슨 일입니까?”

“뇌종양입니다.”

“!”

“솔직히 여태까지 어떻게 버텨왔는 지 모르겠습니다.”

“설마요.”

의사는 차분히 말한다.


“다행히 그리 위험한 상태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수술을 하시면 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을 가능성이요?”

“네.”

“그렇다면.”

의사가 고개를 숙인다.


“50%의 확률입니다.”

“!”

진호의 눈이 커다래진다.


“뭐, 뭐라고요?”

“죄송합니다.”

“하아.”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된다.




‘♬♩♩♪’


진호의 전화다.


“여보세요?”

“나에요.”

“목소리가 왜 그래요?”

가라 앉은 진호의 목소리에 채경이 고개를 갸웃한다.


“채경 씨 지금 바빠요?”

“지금요?”

채경이 산더미처럼 쌓은 서류 더미를 본다.


“아니요.” 


“그럼 지금 병원으로 좀 와줄 수 있어요?”

“병원요?”

“네.”

“무슨.”

“지금 어머니와 함께 있어요.”

“!”

채경의 눈이 동그래 진다.


“설마.”

“아버님도 같이요.”

“아, 알았어요.”

“빨리 와요.”

“네.”

채경이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닫았다.


“팀장님 무슨 일이세요?”

은호가 다가 온다.


“으, 은호 씨.”

“네.”

“나, 물 한 잔 만.”

“네.”

은호가 황급히 물을 떠 온다.


“팀장님 무슨 일이신데요?”

윤우도 다가 온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대.”

“네?”

“그게 무슨?”

채경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나 모르겠어. 나도 뭔지 모르겠어.”

“그럼 어서 가세요.”

윤우가 채경을 일으킨다.


“내가 택시 부를 게.”

“응.”

은호가 재빨리 전화기 버튼을 누른다.


“팀장님 어서 일어나세요!”

“응?”

윤우가 채경에게 소리 친다.


“정신을 차리셔야죠.”

“그래.”


채경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버지께도 전화 해야 해.”

채경이 황급히 전화를 누른다.




“후후후.”

주현이 낮게 웃는다. 난에 참 예쁜 꽃이 피었다.


‘♩♫♪♬♪’


“여보세요?”

“아, 아빠?”

“채경이냐?”

주현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런데 무슨 일이냐?”

“지금 병원으로 좀 와요.”

“병원?”

주현이 분무기를 내려 놓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가, 엄마가.”

“엄마가 왜?”

“병원에 계시대.”


“뭐?”

주현이 자리에서 일어 난다.


“그런데?”

“몰라요.”

채경은 울먹이는 듯 하다.

“그래 어느 병원이래냐?”

“그게요.”




진호가 힘없이 걸어오는 것을 보니 정수의 마음도 무겁다.


“진호 씨.”

“저 어머님.”

진호의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


“문제가 조금 있으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