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스물네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25. 20:00
 

AM 7:42




24화


좋은 사람




“네?”

채경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정말요?”

“그래.”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너는 이 아빠를 못 믿겠니?”

“아니요.”

채경이 싱긋 웃는다.


“아빠가 운영하면 더 사람냄새 나는 회사가 될 거 같아요.”

“뭐?”

주현이 빙긋 웃는다.


“그러면, 어머니는?”

진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내가 계속 있겠다는 건 아니야.”

“그럼?”

채경이 숟가락을 내려 놓는다.


“네 엄마가 일어날 때까지만, 잠깐 동안만 맡는 거야.”

“그런 거야?”

채경이 볼을 부풀린다.


“이제 우리 아빠도 다른 아빠들처럼 돈 좀 벌어오나 했더만.”

“뭐?”

“채경 씨도.”


세 사람은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나저나 자네에게 너무 미안하군.”

“네?”

진호가 주현을 바라본다.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지 않았는 가?”

“아니요.”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오히려 저도 가족으로 생각해주시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진짜요?”

“네.”

“그렇게 생각해주었다니 고맙군.”

“저도 고맙습니다.”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말이네.”

“?”

진호가 주현을 바라본다.


“그 사람이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지?”

“제안요?”

채경이 진호를 바라본다.


“무슨 제안인데요.”

“그게요.”

“대학 학비를 대준다고 했단다.”

“정말요?”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잘 됐다.”

“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네?”

진호가 어색하게 웃는다.


“이런 도움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아직 대학을 가야 하겠다는 생각도 못 하겠어요. 진희가 있으니까요.”

“흠.”

주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 지방 캠퍼스라고 했지?”

“네.”

진호가 물을 마신다.


“그리고 제 동생도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니까, 누군가가 뒷바라지는 해줘야 할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할 거예요?”

“잘 모르겠어요.”

채경의 물음에 진호가 솔직하게 대답한다.


“등록금 고지서를 봤는데.”

진호가 고개를 숙인다.


“400만원도 넘는 돈이 나왔더라고요. 그 돈 그냥 받기에는 너무 큰돈이기도 하고요, 또 4년 안에 학교를 끝마칠 자신도 없고요.”

“그렇겠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알겠네.”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자네에게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였네.”

“알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자네를 돕고 싶네.”

“저도요.”

“두 사람 모두 고맙습니다.”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두 사람 잘 가게, 나는 들어가 보지.”

“네.”

방향이 다른 주현을 배웅하고, 두 사람은 채경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진호 씨.”

“네?”

“학교 가면 안 돼요?”

“왜요?”

“진호 씨 항상 나한테 밀린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니요.”

진호가 고개를 젓는다.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요?”

“채경 씨가 나 때문에 부끄러울 까봐요.”

“아니요.”

채경이 손사레를 친다.


“절대로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네.”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아무튼 대학을 가고 싶기는 해요.”

“그러면 가면 되잖아요.”

“알잖아요.”

진호가 고개를 숙인다.


“우리 집 유일한 수입원이 나에요.”

“휴.”

“내가 돈을 안 벌면, 우리 진희 과외는 못 시켜줘도, 강남 구청 인터넷 방송이라도 봐야 하는 데, 그거 볼 돈도 못 주면 어떡해요? 문제집이라도 몇 권 풀어봐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도 공부를 하고 싶은 나이일 텐데.”

“하아.”

채경이 조심스럽게 진호의 손을 잡는다.


“힘내요.”

“고마워요.”




“나 이제 들어가볼게요.”

“네.”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다가오는 채경의 입술.


“오늘의 상.”

“헤헤.”


진호가 소년처럼 미소를 짓는다.


“오늘 하루 정말 고마웠어요.”

“뭘요.”

“진호 씨는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에요. 진호 씨 참 좋은 사람 같아요.”

“그걸 이제 알았어요?”

“네.”

채경이 싱긋 웃는다.


“그럼 내일 봐요.”

“네.”


채경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진호는 발걸음을 뗀다.




“여보.”

“왜 다시 왔어요?”

정수가 몸을 일으킨다.


“당신 혼자 있으면 심심할 거 같아서.”

주현이 미소를 지으며 책이 가득 든 가방을 보여준다.


“어머, 무슨 책들이에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들 소설이랑, 요즘 인기 있다는 소설들 좀 가져와 봤어.”

“어머.”

정수가 책을 뒤적 거린다.


“모두 재밌겠어요.”

“이런 데 있으면 갑갑하니까 책이라도 읽어야지.”

“고마워요.”

“고맙긴.”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오빠,”

“응?”

내일 아침 밥을 위해 쌀을 씻고 있던 진호에게 진희가 말을 건넨다.


“나 성적표 나왔어.”

“성적표?”

진호가 손의 물을 대충 닦고, 성적표를 받아 든다.


“우와!”

진호가 탄성을 내지른다.


“전교 1등?”

“응.”

진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동생 정말 대단하다.”

“헤헤.”

“우리 동생 어느 대학교 가고 싶어?”

“대학?”

“응.”

진희의 눈빛이 조심스럽다.


“나 대학 안 가고 싶어.”

“뭐?”

진호의 표정이 굳었다.


“왜?”

“우리 형편에 대학은 사치 같아.”

“진희야.”

“일단 오빠 대학 다 졸업하면 그 때 갈게.”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진호가 인상을 쓴다.


“내가 언제나 말하잖아. 항상 나보다 네가 먼저라고.”

“그게 싫어.”

“응?”

“너무 미안하잖아.”

“진희야.”

바닥에 눈물이 떨어진다.


“나는 왜 항상 오빠의 짐인 건데?”

“짐이 아니야.”

“아니.”

진희의 목소리가 떨린다.


“나는 항상 짐이었어.”

“진희야.”

“오빠는 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 이제 그러지 마.”

진희가 눈물을 닦는다.


“나 때문에 더 이상 희생하지마.”

“나는 오빠잖아.”

진호가 진희의 눈물을 닦아 준다.


“그러니까 너를 우선하는 게 당연한 거야.”

“어째서?”

“말했잖아.”

진호가 부드럽게 웃으며 진희를 안아 준다.


“너는 내 동생이니까.”

“흐윽.”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

진호가 진희의 머리를 토닥인다.


“오빠는 진희가 무언가를 해달라고 할 때 더 기분이 좋은 걸?”

“응?”

“나를 믿고 있다는 거잖아.”

“오빠.”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에게 기대.”

“고마워.”

진희도 미소를 짓는다.




“하아.”

채경이 샤워를 끝내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꺼낸다.


“휴.”

오늘 하루 너무 힘들었다.


“킥.”


진호를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읏 차!”

이제 자야 겠다. 내일을 위해서.




“하아.”

진호가 조심스럽게 태균이 건네주었던 통장을 열어본다.


“엄청 나네.”

천 만 원도 훌쩍 넘는 돈이 들어 있었다. 진호는 태균의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 진다. 너무나도 고마운 친구다.


“휴.”

이 돈이면 진희가 혼자서 지낼 수 있을까? 진호는 고민이 된다.




“하아.”

진희가 책상에 엎드린다.


“오빠.”

성적이 높은 것을 보니, 진호는 더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자신을 대학에 보내겠다는 진호의 모습을 보니 미안하기만 한 진희다.


“바보.”

진희는 조심스럽게 가족사진을 본다.


“엄마랑 아빠는 왜 그렇게 일찍 가셨어요?”

진희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우리 이렇게 크는 거 좀 보고 가시지.”

사진 위로 눈물이 떨어 진다.


“우리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진희가 사진 위에 엎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