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스물세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25. 19:49
 





23화


휴식




“무슨?”

정수의 목소리가 떨린다.


“머리에 종양이 있으시대요.”

“!”

정수의 눈이 커다래진다.


“지, 지금 농담하는 거지?”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진호 씨, 이런 농담 하나도 안 재밌어.”

정수가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진호는 반응이 없다.


“설마!”

정수의 얼굴이 굳는다.


“오진일 거야.”

“어머님.”

“비켜!”

정수가 일어나서 가운을 벗는다.


“이런 돌팔이들.”

“진정 하세요!”

“이런! 악!”

정수가 비명을 지르며 의자에 무너져 내렸다.


“어머님!”

“아아.”

간호사가 황급히 뛰어 온다.


“갑자기 혈압이 오르는 건 좋지 않아요.”

“어쩌죠?”

“일단 입원하는 게 어떨까요?”

“안 돼.”

정수가 단호히 말한다.


“나 아직 일이.”

“회장님.”

“이 기사.”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이 사람 좀 떼어내 줘. 나 회사로 돌아가야 해.”

“쉬셔야 합니다.”

“이 기사!”

정수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내 말을 거역하는 거야?”

“회장님을 위하는 겁니다.”

“이게 무슨!”

정수의 얼굴이 빨게 진다.


“나는 회사를 운영해야 해.”

“일단 입원을 하십시오!”


“이 기사!”


“회장님.”


“하아.”

정수가 무너져 내린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진호 씨.”

“채경 씨.”

진호가 자리에서 일어 난다.


“무슨 일이에요?”

채경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어머니가 조금 아프시대요.”

“네?”

“죄에 종양이 있으시대요.”

“!”

채경이 자리에 무너져 내린다.


“채경 씨!”

“말도 안 돼요.”

채경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거짓말이죠?”

“미안해요.”

“하아.”

채경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엄마는요?”

진호가 병실을 가리킨다.


“고마워요.”

“뭐가요?”

“우리 엄마 병원으로 모시고 와서요.”

“얘기 하고 모셔 왔어야 하는 데.”

“아니.”

채경이 고개를 젓는다.


“그럼 나 말렸을 지도 몰라요. 무서워서.”

“채경 씨.”

“여기서 우리 아빠 좀 기다려줄래요?”

“네.”

“고마워요.”

채경이 병실로 들어 갔다.


“하아.”

진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엄마.”

“채경이 왔니?”

이제야 채경은 정수의 살이 많이 빠진 것이 보였다.


“우리 엄마 왜 이렇게 말랐어요?”

“내가?”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것 참 다행이네. 다이어트 안 해도 되니.”

“치.”

채경이 눈물을 글썽인다.


“왜 진작 병원 안 오고?”

“회사 일이 바쁘잖니?”

“엄마도.”


채경의 눈물을 닦는다.


“엄마가 모든 걸 그렇게 책임지려고 하지 말아요.”

“채경아.”

“나도 아빠도, 엄마가 힘들 때,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엄마 혼자서 그렇게 힘들어 하지 말아요. 네?”

“그래.”

정수가 미소를 지으며 채경의 머리를 쓸어 넘긴다.


“우리 채경이 언제 이렇게 컸니?”

“치.”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엄마 딸 옛날에 다 컸다고요.”

“그래, 그런가보다.”

정수가 채경의 손을 잡는다.


“이제 정말 엄마가 기대도 되겠다.”

“엄마.”

“그래.”




“여보세요?”

이제 좀 한가해진 태균이 전화를 받는다.


“나야.”

“너!”

태균이 자리에서 일어 난다.


“어떻게 된 거야?”

“채경 씨 어머니, 병원에 입원하셨어.”

“뭐?”

“뇌에 종양이 있으시대.”

“!”

“미안해.”

“아, 아니야.”

“오늘도 네가 마무리 해야 겠다.”

“다, 당연하지.”

“미안.”

“그래.”

태균은 조심스럽게 전화를 닫았다.


“하아.”

태균은 한숨을 쉰다.


“진호 자식 힘들겠네.”

천천히 가게를 정리하는 태균이다.




“진호 군.”

“아, 아버님.”

진호가 자리에서 일어 난다.


“그 사람은?”

진호가 병실을 가리킨다.


“흠.”

“잠시만요.”

“응?”

병실로 들어가려는 주현을 진호가 말린다.


“채경 씨가 있어요.”

“그런가?”

“잠시만 둘 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게 어떨까요?”

“그것도 좋겠군.”

주현이 자리에 앉는다.


“고맙네.”


“네?”

진호가 고개를 든다.


“그게 무슨?”

“그 사람을 설득해주지 않았나?”

“설득은요.”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전 아무 것도 한 게 없어요.”

“아니.”

주현이 고개를 젓는다.


“그 사람 요즘 밝아 졌네.”

“네?”

“몸은 아파졌을 지 몰라도, 마음은 예전을 조금이나마 되찾은 것 처럼 보여. 모두 자네 덕분이네. 고마워.”

“아닙니다.”




“이제 그만 울어.”

“내가 언제 울었다고.”

채경이 빨간 눈으로 미소를 짓는다.


“나 음료수 좀 사올게.”

“그래.”

채경이 자리에서 일어 난다.




“채경 씨.”

“진호 씨, 아빠.”

채경이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너무 울지 마라, 몸 상한다.”

주현이 병실로 들어 간다.


“괜찮아요?”

“네.”

채경이 진호에게 기대 자리에 앉는다.


“좀 진정해요.”

채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랜만에 휴식이군.”

“그렇네요.”

주현을 보더니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정말 내 휴가가 언제였는 지 몰라요?”

“그러게.”

주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수의 손을 잡는다.


“당신 요즘 너무 무리했어.”

“그런 가 봐요.”

정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나 이렇게 오래 쉬어도 되는 걸까요?”

“무슨.”

주현이 가볍게 정수의 팔을 잡는다.


“당신 팔 가늘어진 거 봐. 당신은 푹 쉬어야 해.”

“농담도.”

“농담이 아니야.”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부탁이야 좀 쉬어 줘.”

“네.”

정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러면 회사는 어쩌죠?”

“회사?”

“네.”

“내가 하지.”

“네?”

정수가 몸을 일으킨다.


“아직 더 쉬어야 한다고.”

“당신이 한다고요?”

“그래.”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설마요.”

“왜?”

“당신 이런 일 해본 적 없잖아요.”

“해보면 되지.”

주현이 정수를 눕힌다.


“생각보다 어렵다고요.”

“일단 맡기기나 하라고.”

“여보.”

“응?”

주현이 부드럽게 정수의 손을 잡는다.


“알았어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이러다가, 우리 회사 가족들 전부 다 길거리로 나앉는 거 아닌 지 모르겠네?”

“설마.”

“글쎄요.”

부부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우리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본 지도 꽤 되었지?”

“왜요?”

“응?”

“지난 번에 별장에서요.”

“이렇게 서로 좋아서 이야기한 적은 아니었잖아.”

“아니요.”

정수가 고개를 젓는다.


“그 때도 당신이 정말 좋았어요.”

“진짜?”

“네.”

“후후.”

주현이 낮게 웃는다.


“그래도 당신 그렇게 많이 아픈 건 아닌가 보군.”

“네.”

“다행이야.”

주현이 정수를 꼭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