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스무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23. 19:30
 




AM 7:42




20화


앞으로 더 열심히 사랑해요.




“뭐야?”

“헉!”

태균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진호에게 다가온다.


“뭐, 뭐가?”

“어떻게 같이 와?”

“어?”

진호의 얼굴이 붉어진다.


“어라? 얼굴 빨게지는 거 봐라?”

“날이 좀 춥나.”

진호가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재촉한다.


“거기 서!”

“내가 왜?”

“너 뭐 있지?”

“흠.”



“팀장님 어디 불편하세요?”

“어?”

채경이 고개를 든다.


“안색이 안 좋으세요.”

“그래?”

윤우가 커피를 건넨다.


“무슨 일 있으세요?”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저희한테 말 하셔도 돼요.”

“아니야.”

이런 일은 입에 담기가 곤란하다.


“아무 일도 없어.”

“그럼 저희 가볼게요.”

“응.”

두 사람이 멀어지고 채경은 조금은 후회가 된다.


“하아.”


그냥 털어놔 버릴까? 하지만 이내 채경은 고개를 젓는다. 아무래도 이런 일은 부끄럽기 마련이다.




“흠.”

은호가 볼을 부풀린다.


“무슨 일이실까?”

“그러게.”

윤우도 골똘히 생각해보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흠.”

“연애에 문제가 생기셨나?”

“설마.”

은호가 바로 반박한다.


“그 남자 분 얼마나 자상해 보였는데?”

“우리가 보는 거하고, 실제로 연애하는 거 하고 같냐?”

“그래도.”

“흠.”

아무리 고민해도 모르겠다.


“다시 졸라도 말씀 안 해주실까?”

“글쎄다.”

윤우는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았다.


“우리가 팀장님의 편한 부분이 되어줬으면 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여전히 채경은 두 사람을 조금은 불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생각이 되는 윤우와 은호다.


“조금은 서운하기도 해.”

“응.”




“무슨 일인데?”

“신경 끄셔.”

“치.”

태균이 볼을 부풀린다.


“너,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거냐?”

“당연하지.”


“그런데 왜 말을 못하는 거야?”

“알아서 뭐 하게?”

“그냥, 궁금하잖아.”

“됐네요.”

“치.”

너무나도 단호한 진호의 모습에 태균은 조금 실망이다.


“나는 내 연애에 대해서 뭐든지 다 말해주잖냐?”

“내가 물어봤냐?”

“흠, 그건 아니지만.”

“나는 알려주기 싫다고.”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태균이 바닥에 앉아버린다.


“치사한 놈.”

“마음대로 생각해라.”

“너는 어떻게 친구가 이렇게 애원하는데 그렇게 냉정하게 구는 거냐?”

“너는 어떻게 친구가 이렇게 거절하는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구는 거냐?”

진호의 반박에 할 말이 없는 태균이다.


“하여간 한 마디도 안 져요.”

“너는?”

“그래, 너 잘났다.”

태균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잘난 네가 오늘 장사해라. 나는 장사할 기분 아니다.”

“뭐야?”

진호는 난감하다.


“나 혼자 어떻게 하라고?”

“왜 못해? 너 연애하는 동안 내가 혼자서 운영했는데.”

“태균아.”

“됐네요.”

태균이 책을 펼친다.


“나도 책이나 읽을란다.”

“마음 대로 하셔요. 그렇다고 내가 말할 거 같냐?”

“어?”

태균은 당황스럽다. 이러면 말을 할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니, 시나리오와 다르다.


“말해주라.”

“거듭 말하지만 싫어.”

“치.”

진호는 진호답지 않게 굉장히 단호하다.




“하아.”

채경은 고민에서 여전히 헤엄치고 있다.


“그래, 까짓 것.”

물어보자. 물어봐야 한다.


“저기, 윤우 씨. 은호 씨!”

“네?”

“왜요?”

“이리 좀 와볼래?”

채경이 붉은 얼굴로 두 사람을 부른다.


“?”




“말해 주라.”

태균의 집념에 진호는 결국 한숨으로 승낙한다.


“진짜?”

“어제, 했어.”

“뭘?”

“그거.”

“!”

태균의 눈이 동그래진다.


“진짜?”

“응.”

“우와 좋았냐?”

진호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젓는다.


“왜?”

태균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그 사람이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

“뭐?”

“아니 분명히 안 좋아했어.”

진호는 시무룩하다.

“어떻게 알아?”

“표정이 굳어 있었거든.”

“그래?”

태균은 진호의 앞을 서성거린다.


“너는?”

“응?”

“너도 안 좋았어?”

진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


“나는 완전 좋았는데.”


“그래?”

“역시 내가 처음이라서 그런 가?”

“응?”

“나 처음이었거든. 아마 서툴러서 그럴 지도 몰라.”

역시 자신이 처음이라서 서툴러서 그렇다고 홀로, 결론을 내어버리는 진호다.


“하지만, 연습할 곳도 없으니까.”

“그렇네.”

태균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네가 별로였을 수도 있네.”

“역시 그런 건가?”

진호는 자괴감에 빠진다.




“나 어제 그 사람이랑, 그거 했어.”

“네?”

윤우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거라면.”

은호가 안경을 똑바로 쓴다.


“응.”

하지만 채경의 표정이 시무룩하자,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일이신데요?”

“생각보다 좋지 않아.”

“네?”

채경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나 사실은 처음이었거든.”

“!”

“!”

윤우와 은호의 눈이 커다래진다.


“진짜요?”

“응.”

나이 서른에, 첫 경험이라니, 윤우와 은호는 조금 놀랍기는 하다. 채경이 그동안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그런데 아프기만 하더라.”

“처음이라서 그래요.”

“그래도.”

윤우가 전문가적인 표정을 짓는다.


“익숙해지면 다 괜찮아지는 거예요.”

“그런가?”

“웃기고 있네.”

윤우의 말에 바로 반박을 하는 은호다.


“팀장님, 저 말 뻥이에요.”

“응?”

“몇 천 번을 해도 아플 수 있다고요.”

“며, 몇 천 번?”

“아니, 제가 몇 천 번 했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은호가 필사적으로 팔을 흔든다.


“그래?”

채경은 시무룩하다.


“내가 생각하는 연애는 이런 게 아니야.”

“팀장님.”

“소설에서 읽는 건, 정말 낭만적이었다고, 손가락이 닿는 곳 마다 장미꽃이 피어나고 말이야. 하지만 이건 아니야.”

“킥.”

은호가 미소를 짓는다.


“조만간 알게 되실 거예요.”

“응?”

“그 분을 더 사랑하게 되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윤우와 은호가 서로를 보더니 미소를 짓는다.


“그런 게 있어요.”

“응?”


채경은 영문을 모르겠다.




“그런데 너 그거 물어본 거야?”

“응?”

“채경 씨가 그렇게 말하셨냐고?”

“야, 어떻게 그런 걸 말하냐?”

진호가 볼을 부풀린다.


“그러면 너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마라.”

“응?”

진호가 울상을 짓는다.


“그러면 어떡해? 물어봐?”

“아니.”

태균이 미소를 짓는다.


“더 열심히 사랑해.”

“응?”

“그러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그런 게 어딨냐?”

“여�다.”

태균이 미소 짓는다.


“치.”




“뭐 먹을래요?”

어제의 관계 이후, 진호는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진호 씨 드시고 싶은 거요.”

반대로 채경은 조금 더 편하게 진호를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저는 우동요.”

“좋아요.”


채경이 싱긋 웃는다.




“저 채경 씨.”

“네?”

진호가 머뭇 거린다.


“무슨 일인데요?”

“어제 죄송했어요.”

“네?”

채경이 고개를 갸웃한다.


“많이 아프셨죠?”

“아.”

채경의 얼굴이 붉어진다.


“제가 처음이라서 그래요.”

“킥.”

채경이 작게 웃는다.


“왜 웃어요?”

“저도 처음이에요.”

“네?”

“놀랐어요?”

채경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진호 씨가 정말 내 첫 사랑이에요.”

“채경 씨.”

“솔직히 많이 아팠어요.”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면 괜찮다고 하던데요?”

“누, 누가요?”

“읽었어요.”

채경이 싱긋 웃는다.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더 열심히 사랑해요.”

“네.”

진호도 귀까지 빨게 졌다.


“킥, 귀여워.”

“네?”

“아닙니다.”

조금씩 알아가는 서툰 연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