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스물여덟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29. 20:30
 

AM 7:42




28화


소중한 무엇




삼 주가 흐른 후, 정수는 어느 정도의 기력을 회복했다.


“엄마 좀 걸어보세요.”

“놔도 괜찮아.”

그 사이, 살도 좀 붙어, 몸에 곡선이 살아나기 시작한 정수는, 전에 일을 할 때보다, 훨씬 인상이 부드러워 보이게 되었다.


“좋아 보이시네요.”

“네.”

의사들이 미소를 지으며 정수를 지나갔다.


“엄마, 정말 보기 좋은 가봐.”

“보기 좋기는.”

정수가 미소를 지으며 툴툴 거린다.


“머리에 이 터번을 뒤집어 쓰고?”

“왜? 멋있잖아.”

채경이 싱긋 웃는다.


“그래도 엄마는 대단한 거라잖아. 무서운 집념이라던 걸?”

“그래?”

“응.”

채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큼 엄마가 독하다는 건가?”

“뭐?”

“헤헤. 농담.”

채경이 두 손을 모아 사과를 한다.


“이렇게 엄마랑 있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좋기는.”

“왜?”

“뭐가 좋아? 너는 일도 못 다니고, 이렇게 엄마 옆에서 시중이나 들고 있으면서, 얼마나 갑갑해?”

“갑갑하기는? 이제 엄마랑 함께 할 수 있잖아. 안 그래? 이렇게 오랫동안 엄마랑 붙어 있은 적 단 한 번도 없잖아.”

“그런가?”

“그럼, 엄마는 나 어릴 때부터 회장님이셨고, 엄마는 항상 회사 일로 바쁘셨잖아요. 그래서 보기 얼마나 어려웠는데.”

“그랬었다. 헤헤.”

정수가 채경의 손을 잡는다.


“이렇게 손 잡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겠다.”

“그렇지?”

채경이 싱긋 웃는다.




“하아.”

“아직도 고민 중이냐?”

“응.”

오늘은 어느 덧 1월 넷째 주 화요일이다. 다음 주면 대학교 등록금을 납부를 해야 하는데, 진호는 아직까지 망설이는 중이다.


“일단 받으라니까?”

“그래도.”

“뭐가 그래도냐?”

태균이 고개를 흔든다.


“지금은 일단 그 돈을 받으라니까. 대학을 가면 휴학을 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진희는 큰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래도, 걱정이 어떻게 안 되냐?”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그나마 공부를 잘 하는 게 하나 위안이지.”

“그렇지?”

“그럼, 그냥 도움 받을까?”

“당연하지.”



“흠.”

주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맙네.”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나의, 아니 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주겠다니.”

“빌려주시는 겁니다.”

“응?”

주현이 고개를 든다.


“그게 무슨 말인가?”

“염치 없는 말인 것은 압니다. 하지만 빌리지는 않겠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반드시 갚겠습니다.”

“후후, 그럴 필요는 없네.”

“하지만.”

“아니.”

주현이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나에게 갚을 필요는 없네.”

“네?”

“모든 것은 나중에 돈을 벌면, 당신 같은 사람에게 갚도록 하게.”

“!”

“그게 진정으로 자네게 받은 은혜를 갚는 일이라네, 그 것이 더 소중한 것을 계속 이어 나가는 길이지.”

“알겠습니다.”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언제 퇴근하세요?”

“왜?”

“저 어머님, 병문안 갈 예정이거든요.”

“그럼 함께 가지.”

“네.”

“잠시만 기다리게.”

“네.”

진호가 싱긋 웃는다.




‘똑똑’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어머.”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어쩐 일이에요?”

“나도 왔어.”

“어? 어떻게 둘이 같이 와요?”

“헤헤.”

“후후.”

둘이 서로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어머, 두 사람 되게 친해졌나 보네?”

“그러게?”

“우리 좀 친해졌지?”

“네, 아버님이랑 저 많이 친해졌죠.”

“아우 질투나.”

“헤헤.”

“아빠, 왜 남의 남자 빼앗으려고 해요?”

“후후후.”

주현이 기분 좋게 웃는다.


“어? 언니, 왜 오빠가 언니 남자에요?”

때마침 들어오던 진희가 미소를 짓는다.


“어, 진희 씨.”

“진희야.”

어느 덧, 친자매 이상으로 친해진 진희와 채경이었다.


“진호 씨 정해요.”

“네?”

채경이 미소를 지으며 진호의 앞에 선다.

“나랑, 엄마랑 아빠랑, 그리고 진희 중에서.”

“헤헤.”

진호가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요, 돈을 받기로 했다고요?”

“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받아줘서 고마워요.”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물론.”

정수의 시선이 진희에게로 향한다.


“진희 양.”

“네?”

“진희 양에게도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요.”

“무슨?”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요.”

“!”

진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게 무슨.”

“어차피, 진희 씨 혼자 서울에 있을 거잖아요. 괜히 돈 버리지 말고,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요.”

“하지만.”

“왜?”

채경이 싱긋 웃는다.


“우리 이제 친하잖아.”

진희가 고개를 숙인다.


“고맙습니다.”

“고마울 거 없어.”

정수가 싱긋 웃는다.


“진희 씨와 진호 씨는 나에게 소중한 무엇이에요.”

“아니.”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엄마 뿐 아니라, 나와 아빠에게도 소중한 그 무엇이에요.”

“흐윽.”

진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진호가 넙죽 큰 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