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스물아홉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30. 19:30
 




AM 7:42




29화


아버지라는 무게




“당신.”

“응?”

“나보고는 무리하지 말라고 해놓고서는, 당신이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긴.”

정수가 주현의 넥타이를 고쳐 매주면서 투덜거린다.


“당신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같다고.”

“그동안 놀았는 데 이게 뭐 무리인가?”

“치.”

“다녀올게.”

“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오늘부터는 나도 심심하겠네.”

“심심하기는.”

주현이 책을 건넨다.


“오늘은 새 책이라고.”

“그래도 참 좋다. 병원에 있으니, 읽고 싶었던 책은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좋지.”

“다녀와요.”

“그래.”

주현이 병실을 나간다.


“휴.”

정수가 미소를 지으며 쥬스를 따른다. 어느정도 몸이 회복 된 정수는 조금씩 외부 음식도 먹고, 책도 읽고, 간단한 운동 정도는 하며 건강을 마저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랜만의 휴식이라서 그런 지, 정수는 요즘 굉장히 편안하고 유쾌하다는 감정을 전보다 자주 느끼고 있었다.


“읏차!”

크게 기지개를 켜고, 책을 읽는 정수다.




“어머 팀장님.”

“오랜만이야.”

“정말요.”

채경이 출근을 하자, 윤우와 은호가 반가움에 달려온다.


“이제 어머니는 괜찮으신 거예요?”

“응.”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회복이 생각보다 많이 빠르셔.”

“우와 다행이다.”

윤우가 싱긋 웃는다.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 데요.”

은호가 윤우의 말을 잇는다.


“그래?”

채경이 싱긋 웃는다.


“두 사람 정말 고맙다니까.”

“그럼 이제 매일 회사 나오시는 거예요?”

“아마 그렇겠지?”

“다행이다.”

은호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요즘 굉장히 바빴거든요.”

“바빠?”

채경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

“네.”

윤우가 울상을 짓는다.


“한 달 동안 내내 야근이었다고요.”

“어머나.”

“팀장님의 빈자리가 정말 엄청나게 크게 느껴졌다니까요.”

은호도 윤우 옆에서 울상을 짓는다.


“그러니까 팀장님.”

“우리 버리지 마세요.”

“알았어.”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하여간 두 사람 모두 재밌다니까.”


“킥.”

“헤헤.”

윤우와 은호도 미소를 짓는다.




“너 오늘은 학교 안 가냐?”

“1차 보충 끝나고 오늘부터 일주일 쉰다니까.”

진희가 귤을 까먹으며 대꾸한다.


“너는 오빠라는 게 그것도 모르냐?”

“너?”

“그래.”

진호가 베개를 던지자, 진희가 사뿐하게 받는다.


“내가 이런 거 맞을 거 같아?”

“으유.”

진호가 이를 간다.


“저런 걸 내가 동생이라고.”

“나도 똑같아요.”

“치.”

“흥.”

진호가 신발을 신는다.


“짐 미리 싸 놔.”

“이미 다 싸 놓았어요.”

“치.”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올 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진희가 검지를 문다.


“뭐가 먹고 싶냐면.”

진희가 눈을 감는다.


“흠.”

그리고 이내 눈을 뜬다.


“순대?”

하지만 이미 진호는 나가버렸다.


“하여간, 내가 그 인간을! 아우!”

진희가 애꿎은 귤을 던진다.




“킥.”

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비탈길을 내려온다.


“혼자서 얼마나 짜증내고 있을까?”

눈 앞에 진희의 모습이 보여서 더욱 즐거운 진호다.




“오늘도 일찍 출근하셨네요?”

“언제나 자네가 먼저 와 있군.”

“당연하죠.”

하영이 미소를 짓는다.


“저는 비서잖아요.”

“그래도 정말 열심히 일하는 걸?”

“그럼 월급이라도 올려주실래요?”

“후후후, 진짜 회장님이 오면 말해보지.”

“네, 알겠습니다.”


하영이 싱긋 웃는다.


“뭐 도와드릴 것은 없습니까?”

“어제 내가 보던 장부나 다시 가져다 주겠나?”

“물론입니다.”

하영이 기분좋게 대답을 한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알겠네.”




“왜 그렇게 웃고 있어?”

“내가 아침에 진희 녀석 골탕 먹이고 왔거든.”

아침부터 계속 웃던 진호를 태균이 의아하게 바라본다.


“진희를?”

“응.”

“왜?”

“그게 아침부터 나랑 맞먹으려고 하잖아.”

“어떻게?”

“나보고 너래.”

“오, 진희 많이 컸네.”

“그래서 내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고, 그냥 튀었어.”

“킥, 진호 너 답다.”

“그렇지?”

“응.”

태균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이제 나 어떡하냐?”

“왜?”

진호가 되묻는다.


“이제 너와 함께 일할 수 없잖아.”

태균이 쓸쓸한 게 미소를 짓는다.


“이제 나도 구두 닦는 거 그만 둬야 할까봐.”

“태균아.”

“솔직히 나 혼자 구두닦이 하는 거 벅찰 거 같아. 그리고 돈도 편의점, 대형 마트, 호텔 아리바이트에, 아침에 신문 돌리고, 밤에 대리운전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 같아. 지금보다는 말이야.”

“너 그렇게 하다가 몸 축난다.”

“괜찮네요.”

태균이 자신의 가슴을 두들긴다.


“아직 건강하다고.”

“그러니까 건강할 때 지켜야지.”

“괜찮아.”

태균이 미소를 짓는다.


“나는 네가 걱정이다.”

“내가 뭘?”

“너 오랫동안 공부 놓았었잖아.”

“응.”

“다시 쉽게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해서.”

“그렇네.”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겠지?”

“응.”

진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너도 그랬잖아. 때가 되면 해결 방법이 보일 거라고.”

“당연히.”

“그러니까 일단 부딪혀 보려고.”

“좋아.”

태균이 미소를 짓는다.


“훌륭한 자세야.”

“그렇지?”




“여�습니다.”

“고마워요.”

하영이 건넨 장부를 넘겨보는 주현이다.


“흐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이상하게 매년 조금씩 더 회사의 재정이 악화되고 있군.”

“그럴 수 밖에요.”

“응?”

주현이 고개를 든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전에 회장님께서는 회사가 유통 업계와 문화계를 동시에 장악하시기를 원하셨어요. 무리하게 정착했으니, 그 피해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그게 언제 일인데?”

“그게 회장님이 회사를 인수하실 때 잘못 인수하셨어요.”

“잘못?”

“네.”

하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때마침 다른 대형 할인점 노조가 시위중이어서, 여론이 굉장히 좋지 않았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전에 있던 직원들을 일 년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데리고 가겠다고 계약을 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도 딱히 큰 이유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 규칙을 그대로 지키겠다고 말이죠. 그게 문제에요.”


“흠.”

주현이 인상을 쓴다.


“방법이 없겠는 가?”

“아직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흠.”

주현이 서류를 계속 뒤적거린다.


“고맙네.”

“네.”

“물러가보지.”

“그럼, 다시 부르십시오.”

“그래.”

하영이 회장실을 나간다.


“하아.”

주현이 머리를 감싸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방법이 보여야 한다. 그래서 이 회사를 지켜야 한다. 정수가 오랜 시간 모든 것을 다 퍼부은 회사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건지.”

서류를 아무리 넘겨봐도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은 어떻게 하기로 했니?”

“일단 학교 다녀보고요.”

“그래?”

“그래서 성적이 나오면, 거기에 맞추어서 장학금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원서를 써 봐야죠.”

“너라면 어느 대학이든 다 장학금 받을 거야.”

“헤헤.”

진희가 미소를 짓는다.


“그건 모르죠.”

“이 선생님이 확신한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그래.”

“그럼 저 올라가볼게요.”

“어머, 선생님이 우리 진희 공부할 시간 빼앗은 거구나?”

“아, 아니에요.”

진희가 손사래를 친다.


“저랑 상담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니야, 내 할 일인걸.”

선생님이 미소를 짓는다.


“그럼 나중에 더 이야기하자.”

“네.”

진희가 교무실을 벗어난다.




“흠.”

“퇴근 안 하세요?”

하영이 회장실로 들어온다.


“지금 몇 시지?”

“지금 벌써 열 한 시가 넘었다고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

“네.”


하영이 미소를 짓는다.


“어서 퇴근하세요.”

“그러지.”

“혼자서 그렇게 고민하지 마세요.”

“응?”

옷을 입는 주현에게 하영이 한 마디 던진다.


“언젠가 모든 일이 저절로 풀릴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주현도 미소를 짓는다.


“자네도 어서 퇴근하지.”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그럼 먼저 퇴근할게요.”

“그래.”

하영이 회장실을 나간다.


“휴.”

정수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 지, 이제 조금씩 느껴지는 주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