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스물일곱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29. 19:42
 




AM 7:42




27화 보통 가족




“오늘은 일 하게?”

“응.”

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대꾸한다.


“그동안 너 혼자 힘들었잖아?”

“알긴 아는 구나?”

태균도 미소를 짓는다.


“이상하게, 너만 없으면 장사가 정말 잘 되더라.”

“그래?”

“응.”

“그럼 나 그만 둘까?”

“농담이야.”

태균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너 어떻게 하기로 했어?”

“뭘?”

“대학 등록금 내주기로 했다면서.”

“그거?”

진호가 태균을 바라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응?”

“그 돈 받아도 상관 없을까?”

“왜?”

“그냥.”

진호는 고개를 숙였다.


“그거 받으면, 내가 채경 씨를 만날 때마다, 부담스럽지 않을까?”

“글쎄다.”


“흠.”


진호는 심각한 표정이다.


“솔직히 말해서 모르는 분이셨으면, 당연히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을 거야.”

“그런데?”

“그 사람 어머니니까.”

“휴.”

“솔직히 미안하기도 하고.”

“아직 등록금 내려면 기간 남았잖아?”

“응.”

“언제지?”

“이 달 말일.”

“휴.”

“조금 빠듯하지?”

“내가 준 돈 있잖아.”

“그거 일 년 등록금하면 겨우 맞더라고, 진희가 걱정이어서 말이야.”

“진희?”

“응.”

“내가 있잖아.”

“그러니까 더 걱정인 거야.”

“뭐?”

태균이 진호의 옆구리를 찌른다.


“너 친구한테 그럴 거야?”

“농담이야.”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진희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인데, 내가 옆에 있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럴까?”

“응.”

“모르겠다.”

“하아.”

진호가 한숨을 쉰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응?”

진호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괜히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야.”

“왜?”

“그냥 지금만 봐.”

“응?”

“지금 이 순간만을 보라고.”

“하아.”

“너무 앞서서 생각하려고 하지마. 내일 당장의 일도 모르는데, 어떻게 올 한 해를 모두 생각하려고 그러냐?”

“하지만 진희가 대학교를 가면,”

“그 때가면 다 해결 방법이 생기게 될 거야.”

태균이 미소를 지으며 진호의 어깨를 친다.


“여태까지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잖냐?”

“킥.”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그렇긴 하다.”

“응.”

태균이 미소를 지으며, 시계를 보더니, 울상을 짓는다.


“왜?”

“이거 보라고.”

“응?”

“네가 오니까, 손님이 하나도 안 오잖아!”

“조금 있다가 올 지도 모르잖아.”


진호가 속편한 소리를 한다.


“내가 말했지?”

“뭘?”

“현실을 직시하라고!”

태균이 울상을 짓는다.




“다녀오리다.”

“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당신, 양복 참 잘 어울리시는 군요?”

“당연하지.”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누구 남편인데.”

“하여간.”

정수가 낮게 웃는다.


“그나저나, 오늘 올 때 부탁이 하나 있어요.”

“부탁?”

정수가 자신이 읽던 책을 들어 올린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사올 수 있어요?”

“그야 쉽지.”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알았어. 다녀 오지.”

“아빠 다녀 오세요.”

채경도 미소를 지으며 주현을 배웅한다.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당신도 몸조리 잘 하고.”

“네.”

주현이 병실을 나가자, 채경이 미소를 지으며 정수를 바라본다.


“엄마.”

“응?”

“우리 이제 보통 가족이 된 거 같지 않아요?”

“보통 가족?”

“아빠가 돈 벌어오는.”

“뭐?”

정수가 가볍게 채경을 때린다.


“요즘같은 양성 평등 시대에, 무슨 말이니?”

“나 엄마랑 아빠한테는 말 안했지만, 어렸을 적에 친구들이 참 부러웠어요.”

“왜?”

채경이 빙긋이 웃는다.


“솔직히 다른 애들은 내가 싫었을 지도 몰라요. 다소 차가운 인상에, 엄마가 부자라서 매일 다른 옷을 입고 오는 아이. 나 같아도 굉장히 재수가 없었을 거예요. 선생님들도 잘 대해주고.”

“그랬었나?”

“네.”

정수가 채경의 손을 잡는다.


“그랬었구나?”

“그런데요.”

“응?”

“내가 부러운 게 뭐였는 지 알아요?”

“뭐였는데?”

“아이들 그림이었어요.”

“아이들 그림?”

채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 그림에 아빠는 항상 넥타이를 매고 계셨어요. 우리 아빠는 매일 책을 읽고 계신데, 우리 집은 엄마가 정장을 입으시는 데.”

“하아.”

채경의 눈이 반짝인다.


“그 때는 저도 참 바보 같았어요.”

“지금도 그래.”

“엄마도.”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늦게라도, 이런 일을 겪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너 자꾸 그러면 이 엄마 서운하다.”

“네, 죄송합니다.”

채경이 두 손을 모은다.


“그나저나 너 오늘 회사 안 가니?”

“엄마 도대체 몇 번을 물어보시는 거예요?”

채경이 귀엽게 정수를 노려본다.


“하여간 우리 엄마.”

“그랬나?”

“내가 엄마 퇴원할 때까지는 회사에서 봐준다고 했잖아요.”

“맞다.”

정수가 박수까지 치면서 동조한다.


“그랬었지?”

“네.”

“내가 또 깜빡했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엄마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그럼.”

채경이 정수의 손을 주무른다.


“엄마 손도 이렇게 주름이 졌는 걸?”

“그렇네?”

정수가 미소를 지으며, 채경의 머리를 쓸어 넘긴다.


“채경이가 이렇게 크는 동안, 엄마도 늙어 왔구나.”

“몰랐어?”

“응.”

“엄마는, 거울 속의 공주님이야.”

“그런가?”

“응.”

“그나저나 너 심심하지 않아?”

“전혀.”

채경이 양 팔로 엑스 자를 만든다.


“엄마랑 있는 데 뭐가 심심해?”

“그래도, 지금 이 시간이면 일을 해야할 시간이잖아.”

“괜찮아요.”

채경이 싱긋 웃는다.




“하아, 너무 힘들다.”

“그러게.”

은호와 윤우는 한시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팀장님은 언제 오시려나?”

“오래 걸리시겠지.”

윤우가 울상을 지으며 말한다.


“팀장님 어머니가 수술하신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그렇겠지?”

은호가 울상을 지으며 맞장구 친다.


“그래도 일이 너무 많다.”

“응.”

윤우와 은호는 울상을 지으며, 열심히 자판을 두드렸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회장님을 도와드릴, 유하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그동안 회사가 어떻게 운영이 되어 왔지?”

“네?”

“장부 좀 보여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하영이 재빨리 서류를 챙긴다.


“오, 빠르군.”

“찾으실 거 같아서 미리 준비해뒀습니다.”

“고마워요.”

“네.”

주현이 미소를 지으며 회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

“응?”

주현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지?”

“음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나는 물은 잘 안 마셔요.”

주현이 빙긋이 웃는다.


“그런 것들은 나도 할 수 있잖아요. 하영 씨는 하영 씨 해야할 일들이나 열심히 해주세요. 제 스케줄 관리도 좀 부탁하고요.”

“물론입니다.”

“그럼 나중에 보죠.”

“네.”

주현이 회장실로 들어 갔다.


“하아.”

하영이 한숨을 쉬며 미소를 짓는다.


“다행이다.”

정수보다 주현은 성격이 좋은 거 같다.


“휴우.”




서류를 넘기던 주현이 인상을 쓴다.


“흠.”

굉장히 위험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나게 큰 회사이지만 속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 자신의 살을 갉아 먹어, 겉으로 위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실을 정수는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정수는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 안 그래도 다른 회사들과 어떻게든 M&A를 하거나, 피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은, 주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다 눈에 보일 일들인데, 그동안 정수가 혼자서 많이 힘들기는 했던 모양이다. 평상시의 정수라면 당연히 쉽게 찾아냈을 일들도, 그대로 숨겨진 이야기인마냥 서류에서 주현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도 모르겠군. 너무 많은 곳이 허점 투성이라, 휴.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한 건지.”

주현이 고개를 흔든다.


“이해가 되지 않는 군.”

그러더니 열심히 서류를 넘기는 주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