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스물네 번째 이야기
아무렇지 않게 지나는 나날들.
“
“네!”
주연인 고개를 젓는다.
“왜?”
승연이 작게 묻는다.
“혜지 쟤 정말 대단해서 말이야.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할 수가 있냐? 그래도 지랑 병환이 오빠랑 사귄 게 얼만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어? 그래도 헤어진 거잖아. 아무리 자기가 헤어지자고 말을 해서 헤어졌다지만 어쩌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냐?”
“쟤 속이라고 지 속이겠냐?”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는 거냐고? 어떻게 사랑하는데 헤어질 수가 있어? 사랑하면 더 옆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쟤 말도 어떻게 보면 일리가 있지 않냐? 너 지금 너무 감성이 우선시 돼서 그러는 거 같은데 말이야. 솔직히 저러는 게 맞을 수도 있어.”
“미치겠네.”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어떻게 그게 당연할 수 있는 건데?
“생각을 해 봐. 병환이 오빠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잖아. 하지만 혜지는 아직 졸업도 먼 그냥 어린애일 뿐이야. 병환이 오빠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그런데 혜지 성격은 우리도 알다시피 항상 오빠에게 보채기만 하는 성격이잖아. 그러니까 혜지 자신도 그걸 견뎌내지 못하는 거야. 너무나도 미안하니까 말이야.”
“하아.”
주연이 고개를 숙인다.
“나도 이해가 된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옆에서 버티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사람 힘들 때 지켜줄 수 있도록.”
“그건 혜지의 선택이니까.”
열심히 필기하는 혜지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주연이다.
“박 대리 님.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네?”
병환이 고개를 든다.
“무슨?”
“당장 찾아가라고요. 내가 다 답답해요.”
“소은 씨가 왜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지금 병환 씨 하루하루 마르고 있는 거 알아요?”
“잘 됐네요. 저 다이어트가 필요했었는데.”
“지금 농담 아니에요.”
“저도 진지하게 말하는 거예요.”
병환도 사실 깨닫고 있었다. 혜지가 없는 지난 일주일 동안 몸이 많이 축났다는 것을. 사실 밥 맛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인지 평상시 입던 100짜리 옷도 굉장히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죽어요. 굶어 죽는다고요. 병환 씨 뉴스 한 번 나와보고 싶어요? 연인과 헤어진 후 밥을 못 먹던 남자가 영양실조로 죽었다고요? 세상 사람들 비웃음 거리 되기에 참 좋겠네요. 안 그래요?”
“그렇겠네요?”
“박 대리 님!”
“소은 씨가 저 신경 써 주시는 거 정말로 고마워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가만히 두셨으면 좋겠어요.”
“!”
“그냥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지나가주세요. 그게 소은 씨가 제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인 거 같아요. 그리고 저도 소은 씨에게 그 것을 바라고요. 그러니까, 그냥 지금은 저를 내버려 두시겠어요.”
“하아.”
소은이 고개를 젓는다.
“차라리 헤어진 걸 몰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모르세요.”
병환이 씩 웃는다.
“그냥 몰랐다고 생각하시라고요.”
“어떻게 그래요? 이미 알고 있는데요?”
“소은 씨.”
병환이 소은을 지긋이 바라본다.
“소은 씨도 사랑을 하면 알게 될 거에요.”
“아뇨. 저는 모를 거예요.”
소은이 고개를 흔들더니 제자리로 간다.
“하아.”
병환이 다시 멍하니 일에 몰두한다.
“바보.”
소은이 작게 중얼거린다.
“당신이 그렇게 휘청거리면 내 마음도 휘청거린다고요. 그걸 왜 몰라요? 바보같이. 바보 같은 사람.”
소은이 자신도 모르게 병환의 이름을 가득 쓴 종이를 찢어서 버린다.
“나 참 정말 돌아버리겠네.”
대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웬만하면 받아주지 그러냐? 얼굴도 괜찮게 생긴 거 같은데?”
“그럼 네가 사겨.”
대연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긴다.
“나 저런 애 스타일 아니야.”
“정말?”
“그래.”
“그럼 정말 내가 대시한다.”
“그러라니까.”
범준이 미소를 짓는다.
“너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물론이지.”
대연이 책상에 엎드린다.
“나중에 돌려달라고 하지나 마.”
“너나 싫다고 다시 놔주지나 마.”
“오케이, 접수 했어.”
범준이 씩 웃는다.
“지연아.”
“저를 아십니까?”
지연이 눈을 깜빡 거린다.
“당연하지. 우리 학교에서 킹카 스토커
“어머, 그렇게까지 소문이 나다니, 이
지연이 싱긋 웃는다.
“게다가 뼈대 높은 가문의 외동 따님이라지? 종가라고 하던가?”
“잘 알고 계시는 군요. 그런데 도대체 무슨 용무시라는 말씀이십니까?”
“너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사귀자.”
“지금 무언가 혼자서 진도를 많이 나가신듯 하신데 죄송합니다.”
“뭐?”
“저는 그 쪽과 사귈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만.”
지연이 싱긋 웃는다.
“죄송합니다.”
“내, 내가 대연이보다 부족한게 뭐야?”
“대연 군 보다 부족한 게 뭐냐고 물으셨습니까?”
지연이 조소 어린 표정으로 범준을 바라본다.
“굉장히 많이 부족하시지 않으십니까?”
“뭐라고?”
“일단 대연 군보다 키가 작지 않으십니까?”
“그, 그 녀석이 비정상인 거라고!”
“대연 군 보다 공부를 못하지 않으십니까? 이거는 선천적이라기보다는 후천적인 것이라고 생각 되는 데 말입니다.”
“헉.”
“그리고 또.”
“돼, 됐어.”
범준이 고개를 젓는다.
“네가 대연이를 무지하게 좋아한다는 거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니까 그만 해도 된다고.”
“그러십니까?”
지연이 싱긋 웃는다.
“그럼 죄송합니다.”
지연이 고개를 숙인다.
“뭐, 무가?”
“그 마음 받아드리지 못해서 말씀입니다.”
“됐다.”
범준이 고개를 젓는다.
“그나저나 너도 참 힘들겠다.”
“무엇이 말씀입니까?”
“대연이 녀석이 너에게 눈길을 줄 거 같냐?”
“아, 그거 말씀이십니까?”
지연이 미소를 짓는다.
“괜찮습니다.”
“어?”
“끈임 없이 해바라기 하면 언젠가 돌아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나도.”
“물론 아닙니다.”
지연이 싱긋 웃는다.
“그럼 저도 수업을 시작할 듯 하여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래.”
지연이 사라져 간다.
“훗.”
범준이 미소 짓는다.
“그렇다면 내가 대연이보다 키가 커지고 공부를 잘하면 된다는 거지?”
하지만 순간 범준은 어떠한 사실이 머리를 스친다.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도 키가 작으시잖아. 그러니까 키는 유전적 요건을 따라간다면 말이지. 하하하.”
혼자 괴로움에 빠진 범준이다.
13살. 여자
종갓집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바르게 교육을 받아서 자라왔다. 어릴 적부터 훌륭한 집안의 사내를 남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어린 나이지만 결혼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빠른 년생이라서 어리광도 피울 법 하건만 오히려 또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종갓집의 명예를 위해 항상 정숙한 말투를 쓴다. 대연만을 바라보고, 대연만을 쫓아다니는 중이다.
좋아하는 음식 : 종가의 비밀이 담겨 있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 패스트 푸드
좋아하는 것 : 대연, 집안
싫어하는 것 : 변화
잘하는 것 : 요리, 천자문 외우기, 서예, 수묵화, 부채춤, 창
못하는 것 :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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