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열여섯 번째 이야기
선재의 한국 탐험기. 넷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어요.’
“흐음.”
소은이 머리를 긁적인다. 오랜만에 휴일. 휴가. 그 어느 곳도 가지 않기로 결정한 소은이었다. 오랜 직장생활로 인한 피로를 플어야 했다. 물론 피로를 풀 곳은 어느 여행지가 아닌 편안한 집이었다.
“하암.”
소은이 하품을 하며 문자를 확인한다.
‘소은 씨 뭐하세요?’
서우였다.
“흠.”
소은이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손가락을 몇 번 놀린다. 그리고 슬라이더를 닫아버리고 다시 잠에 빠졌다.
“우와.”
혜지와 주연이 양 손을 꼭 잡는다.
“선재 씨 너무 멋져요.”
“진짜! 짱.”
“짱은요.”
선재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인다.
“도대체 마술은 어디서 배운 거에요?”
“캐나다에 있을 때 취미로 배워둔 거예요. 아무래도 동양인이라서 꽤나 무시를 당했었거든요. 그 상황에서 애들에게 인기가 있으려면 무언가 제대로 된 어떤 특기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연마를 했죠.”
“그래서 효과는 좀 있었어요?”
“물론이죠.”
선재가 씩 웃는다.
“아주 캐나다의 여자애들이 줄줄 따라다녔다니까요.”
“뭐요?”
주연이 가볍게 눈을 흘기자, 선재가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아, 농담. 주연 씨 왜 그래요?”
“피.”
“농담이에요.”
선재가 주연을 꼭 안는다.
“어우 닭살.”
“닭살은요? 연인사이끼리.”
“그래. 꼬우면 너도 병환 오빠랑 해.”
“병환이 오빠랑?”
혜지가 콧방귀를 낀다.
“지금 그 인간 어디 갔는 지 아냐?”
“어디 갔는데?”
“낚시대 빌리러 갔다.”
“낚시대?”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낚시하러 가재?”
“아니.”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주연아. 차라리 병환이 오빠가 나에게 낚시를 같이 가자고 하면, 내가 이해를 하겠어. 솔직히, 가자고 말을 해서 내가 갈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가자고 물어보지도 않을 수가 있냐? 오늘 자기 혼자서 저수지로 낚시 하러 갈 거래. 아주 신이 났어. 신이 났어. 도대체 왜 그러는 지.”
“병환 오빠 정말 너무하다.”
“그러니까.”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낚시를 하러 가는 게 나쁜 거예요?”
“아니요.”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그냥 오빠가 못 됐잖아요. 혼자 낚시나 가고 말이에요. 혜지는 방 안에 쳐 박아두고 말이에요.”
“그러니까.”
혜지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요?”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형님.”
“어, 선재 왔어?”
낚시 대를 빌린 병환은 싱글 벙글이다. 낚시대가 그리도 예쁜 지, 연신 낚시 대를 바라보며 방긋 방긋 웃고 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어, 무슨 말인데?”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럼.”
이렇게 대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병환은 낚시 대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오늘 낚시 가신다고요?”
“응.”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왜?”
순간 병환이 씩 웃으면서 고개를 든다.
“선재 군도 낚시 좋아하나?”
“아, 네?”
“좋아하는 구나!”
병환이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지. 남자 중에 낚시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우리 오늘 밤에 낚시로 밤을 태워 보자고.”
“아. 그, 그게.”
선재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 밤에 낚시 가실 때 말입니다.”
“응.”
“다 같이 가면 안 되겠습니까?”
“다, 같이?”
“네.”
선재의 제안에 병환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왜?”
“솔직히 여기까지 놀러와서 우리끼리만 간다는 게 조금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다 같이 놀자고 온 여행이잖아요.”
“나 참.”
병환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여기는 한국이야.”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한국에서는 원래 놀러가면 남자들끼리 가는 거거든.”
“그런 게 어딨습니까?”
“한국 남자 되고 싶다며?”
“그, 그래도.”
병환이 혀를 찬다.
“한국 사람이 되기 글렀구먼.”
“그런.”
순간 선재가 발끈한다.
“좋아요. 둘이 가요.”
“오케이.”
순간, 선재는 무언가에 낚였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에?”
“그, 그런 게.”
“미안해요.”
선재가 고개를 숙인다.
“아니에요. 선재 씨 탓이 아니죠.”
“괜히 자책하지 말아요.”
“그래도.”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어차피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니까요.”
“그, 그래도.”
“그나저나 선재 씨에게 미안해서 어쩌죠?”
“네?”
혜지가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괜히 우리 때문에 좋아하지도 않는 낚시 가게 되었잖아요.”
“뭐, 괜찮아요. 어차피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가는 거라잖아요.”
“병환이 오빠 말 듣지 마요.”
혜지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나 선재 씨에게 미안해 죽겠어. 주연아, 나 너희 괜히 데리고 왔나봐.”
“응.”
혜지의 말에 주연이 맞장구 친다.
“정말 가기 싫으면 안 가도 좋아요. 내가 우리 오빠에게 말할 게요.”
“아니에요.”
선재가 씩 웃었다.
“낚시 같은 것도 가보고 싶었어요.”
“흠.”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후우.”
서우가 떨리는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폴더를 열었다.
‘강 대리 님은 뭐하고 계세요?’
“역시 말투도 사근사근하다니까.”
서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문자를 쳤다.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대요’
“하암.”
이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걸까? 소은이 부스스한 눈을 뜨고, 문자를 확인한다.
‘오늘 괜찮으면 저녁 어때요?’
“하암.”
오늘은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흐음.”
소은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손을 움직였다.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서우가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문자를 확인한다.
‘저 아직 월급 전이라. 돈이. 죄송해요.’
“흠.”
서우가 한 쪽 볼을 부풀린다. 그러더니, 엄지를 바삐 움직인다.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대요.’
“흠.”
이제 어느 정도 잠은 달아난 듯 하다. 소은인 눈을 부비며, 문자 내용을 확인한다.
‘제가 저녁 살게요.’
“휴.”
이 남자는 눈치가 없는 걸까? 오늘은 편히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못 알아듣는 걸까? 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렇다고 소은의 성격에 솔직하게 말하기도 조금 불편하다. 소은은 볼을 부풀리며 문자를 보냈다.
‘쨍그랑’
“!”
부엌에서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Dr. Jason은 재빨리 일어나서 부엌으로 향했다.
“가인 괜찮아요?”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가인이 미소를 짓는다.
“다친 데는 없소?”
“네.”
바닥을 보니 접시가 세 조각 나 있다.
“제가 치울게요.”
“괜찮아요.”
Dr. Jason 이 쪼그려 앉아서 접시를 줍는다.
“저, 커다란 테이프 있어요?”
“글쎄요.”
가인이 고개를 갸웃한다.
“진공 청소기는요?”
“거실에요.”
Dr. Jason 은 황급히 거실로 향했다. 그 때 Dr. Jason이 잠시 조리대를 보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 그 순간 가인이 조리대로 가서, 시금치에 설탕을 엎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인은 그게 설탕인지 소금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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