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열다섯 번째 이야기
선재의 한국 탐험기 셋
“좋아요.”
“뭐가?”
Dr. Jason 이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은 내가 솜씨 발휘를 해보지요.”
가인이 소매를 걷는다.
“뭐?”
“왜 그런 표정을 지는 거예요?”
가인이 볼을 부풀린다.
“그냥, 당신이 요리하는 거 보지 못해서 말이야.”
“내가 요리를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또 해요.”
“정말?”
지난 번 가인이 요리해주었던 숯덩이 한우 안심 스테이크가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Dr. Jason 이다.
“지난 번 고개 한 번 태운 거 가지고 뭘 그래요?”
“그래. 한 번이지.”
Dr. Jason 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 한 번이 엄청난 실수였었다. 한우 안심 스테이크를 숯덩이로 만든 것에서 그치지 않고, 된장 찌개에 설탕을 넣는다던가, 밥을 지을 때 쌀을 불리지 않고 넣었다던가 하는 그러한 소소한 실수들을 모두 하루에 저질러버린 것이다. 게다가 쌀을 불리지 않은 것이 끝이 아니라, 쌀을 씻지도 않았다는 것. 물 양이 너무 많아서 국이 되어버렸다는 것 정도는 이미 가인의 머리 속에서 깔끔하게, 아주 깨끗하게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왜 자꾸 그런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거예요?”
“아, 아니야.”
Dr. Jason 이 미소를 짓는다.
“오,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해주려고 그래?”
“음,”
가인이 장난스럽게 웃는다.
“당신 잡채 좋아한다고 했었죠?”
“잡채?”
Dr. Jason 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당신 잡채도 할 줄 알아?’
“대한민국 여자들 중 대다수는 잡채 정도는 할 줄 알아요. 잡채가 얼마나 쉬운 요리인데요?”
“오. 그래?”
Dr. Jason 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내가 뭘 도와줄까?”
”도와주긴요.”
가인이 Dr. Jason 의 등을 민다.
“내가 모든 걸 다 할 테니까. 당신은 저리 가서 그냥 편히 쉬세요.”
“그, 그래도 말이야.”
”왜 그래요?”
가인이 Dr. Jason 을 가볍게 흘겨 본다.
“나 참.”
그런 가인을 보고 Dr. Jason 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면 말이야. 만에 하나라도 요리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다던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바로 나를 부르라고.”
”네.”
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당신은 어서 나가 계세요.”
“그, 그러지.”
Dr. Jason 이 고개를 갸웃하며 부엌을 나간다.
“자, 그럼 이제 요리를 시작해볼까?”
그 순간 가인의 손에 들린 것은 당면이 아닌 쫄면이었다는 것을, 가인은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가인이 쓰려는 간장은 잡채를 넣을 때 쓰는 진간장이 아니라, 생선 조림용 간장이라고 딱 박혀 있다는 것을, 정말 가인은 몰랐을까?
“룰루,”
그러거나, 말거나 가인은 흥겹게 콧노래를 불렀다.
“후후.”
Dr, Jason 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가인이 만든 요리를 다 먹어볼 줄이야.”
썩 훌륭한 맛은 아닐 지는 몰라도, 그래도 사랑으로 맛있게 먹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Dr. Jason 이었다. 물론 지금 Dr. Jason 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마지막까지 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럼 들어가.”
“대연 군이 먼저 떠나시지요.”
“나 참.”
대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너는 드라마도 안 보냐?”
”네?”
“당연히 이런 일은 여자가 먼저 집에 들어가야 하는 거잖아.”
“하, 하지만. 저는 이미 집에 다 와버린 걸요. 지금 제 마음 같아서는 대연 군을 집까지 뫼셔다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부디 대연 군께서 먼저 가시지요.”
“킥.”
대연이 미소를 짓는다.
“알았어.”
대연이 지연에게 한 걸음 다가온다.
“?”
지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왜?”
대연이 지연을 꼭 안는다.
“!”
“잘 자. 우리 아기.”
“!”
지연의 얼굴이 붉어진다.
“사랑해,”
“네.”
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나 간다.”
“네.”
대연이 씩 웃으며 자전거에 올라 탔다.
“괜찮아요?”
혜지가 병환을 한 번 노려보고, 걱정 어린 표정으로 선재를 바라본다.
“아, 네.”
주연이 한 컵 가득 따라준 맛있는 우유 GT를 먹고 겨우겨우 진정이 된 선재다. 선재는 혜지의 물음에 미소로 답한다.
“미안해.”
병환이 퉁명스레 한 마디 내던진다.
”아, 아닙니다.”
얼굴이 새빨개진 선재가 애써 미소를 짓는다. 병환은 멋쩍은 지 머리를 긁적인다.
“오빠 제대로 사과 안 해?”
혜지가 병환의 발을 밟는다.
“아, 알았어.”
병환이 손을 내민다.
“미안해요.”
병환이 마지못해서 사과를 한다.
“괜찮습니다.”
선재가 병환의 손을 잡는다.
“그나저나.”
그 순간 선재가 입을 연다.
“응?”
병환이 고개를 갸웃하고, 두 여자도 선재를 주목한다.
“형님도 한국 사람이시죠?”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그럼.”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지.”
선재가 장난스럽게 씩 웃는다.
“그럼 이거.”
“응?”
선재가 자신이 먹다 남은 청양 고추를 내민다.
“진정한 한국 사람이시라면서요.”
“훗.”
“킥.”
혜지와 주연은 웃음을 애써 참는다.
“하, 하지만.”
“한국 사람이시라면서요.”
선재가 씨익, 아주 씨익 웃는다.
“그, 그래. 먹고 죽기야 하겠냐?”
병환이 호기 어린 목소리로 청양 고추를 잡는다.
“나, 먹는다. 먹어.”
“정말?”
“그래.”
혜지의 물음에 병환이 눈을 딱 감고, 청양 고추를 입에 넣는다.
“당신도 아까 들었는 감?”
“뭘?”
“산에서 사람 비명지르는 소리를.”
”비명?”
송 영감의 표정이 굳는다.
“저 산에 자살바위가 있잖어.”
“설마?”
“아이고, 그런가봐요.”
부녀회장이 맞장구를 친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녀?”
“신고는 무슨.”
이장이 고개를 젓는다.
“우리 마을 그거 때문에 관광객들 발 뚝 끊긴 거 몰러? 안 디야. 그런 건 가만 냅둬야지. 죽어도 지들이 죽지, 우리가 뭔 상관이여?”
“하지만서도.”
“아서.”
이장이 부녀회장을 말린다.
“그리고 저 사람들이 뭔 짓을 했는 지 우리가 어떻게 아는감? 그리고 아까 우리가 잘못 들은 걸 수도 있지. 당신은 잘못 들은 걸 수도 있는 거 가지고 왠 그리 호들갑이래? 그래? 그냥 아무 일도 아닐겨.”
“그럴까요?”
“암.”
이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허자고.”
“그래요.”
유 영감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서, 하세.”
“알았어요.”
부녀회장도 마지못하며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 순간.
“악!”
“!”
“억?”
“무, 무슨 일이래?”
“오마나.”
산골마을은 다시 한 번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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