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2 - [열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6. 18. 21:07

 

 

우리, 사랑해!

- Season 2 -

 

열다섯 번째 이야기

 

선재의 한국 탐험기 셋

 

 

 

좋아요.

 

뭐가?

 

Dr. Jason 이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은 내가 솜씨 발휘를 해보지요.

 

가인이 소매를 걷는다.

 

?

 

왜 그런 표정을 지는 거예요?

 

가인이 볼을 부풀린다.

 

그냥, 당신이 요리하는 거 보지 못해서 말이야.

 

내가 요리를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또 해요.

 

정말?

 

지난 번 가인이 요리해주었던 숯덩이 한우 안심 스테이크가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Dr. Jason 이다.

 

지난 번 고개 한 번 태운 거 가지고 뭘 그래요?

 

그래. 한 번이지.

 

Dr. Jason 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 한 번이 엄청난 실수였었다. 한우 안심 스테이크를 숯덩이로 만든 것에서 그치지 않고, 된장 찌개에 설탕을 넣는다던가, 밥을 지을 때 쌀을 불리지 않고 넣었다던가 하는 그러한 소소한 실수들을 모두 하루에 저질러버린 것이다. 게다가 쌀을 불리지 않은 것이 끝이 아니라, 쌀을 씻지도 않았다는 것. 물 양이 너무 많아서 국이 되어버렸다는 것 정도는 이미 가인의 머리 속에서 깔끔하게, 아주 깨끗하게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왜 자꾸 그런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거예요?

 

, 아니야.

Dr. Jason 이 미소를 짓는다.

 

,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해주려고 그래?

 

,

 

가인이 장난스럽게 웃는다.

 

당신 잡채 좋아한다고 했었죠?

 

잡채?

 

Dr. Jason 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당신 잡채도 할 줄 알아?

 

대한민국 여자들 중 대다수는 잡채 정도는 할 줄 알아요. 잡채가 얼마나 쉬운 요리인데요?

 

. 그래?

 

Dr. Jason 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내가 뭘 도와줄까?


도와주긴요.

 

가인이 Dr. Jason 의 등을 민다.

 

내가 모든 걸 다 할 테니까. 당신은 저리 가서 그냥 편히 쉬세요.

, 그래도 말이야.


왜 그래요?

 

가인이 Dr. Jason 을 가볍게 흘겨 본다.

 

나 참.

 

그런 가인을 보고 Dr. Jason 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면 말이야. 만에 하나라도 요리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다던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바로 나를 부르라고.


.

 

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당신은 어서 나가 계세요.

 

, 그러지.

 

Dr. Jason 이 고개를 갸웃하며 부엌을 나간다.

 

, 그럼 이제 요리를 시작해볼까?

 

그 순간 가인의 손에 들린 것은 당면이 아닌 쫄면이었다는 것을, 가인은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가인이 쓰려는 간장은 잡채를 넣을 때 쓰는 진간장이 아니라, 생선 조림용 간장이라고 딱 박혀 있다는 것을, 정말 가인은 몰랐을까?

 

룰루,

 

그러거나, 말거나 가인은 흥겹게 콧노래를 불렀다.

 

 

 

후후.

 

Dr, Jason 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가인이 만든 요리를 다 먹어볼 줄이야.

 

썩 훌륭한 맛은 아닐 지는 몰라도, 그래도 사랑으로 맛있게 먹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Dr. Jason 이었다. 물론 지금 Dr. Jason 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마지막까지 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럼 들어가.

 

대연 군이 먼저 떠나시지요.

나 참.

 

대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너는 드라마도 안 보냐?


?

 

당연히 이런 일은 여자가 먼저 집에 들어가야 하는 거잖아.

 

, 하지만. 저는 이미 집에 다 와버린 걸요. 지금 제 마음 같아서는 대연 군을 집까지 뫼셔다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부디 대연 군께서 먼저 가시지요.

 

.

 

대연이 미소를 짓는다.

 

알았어.

 

대연이 지연에게 한 걸음 다가온다.

 

?

지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

대연이 지연을 꼭 안는다.

 

!

잘 자. 우리 아기.

 

!

 

지연의 얼굴이 붉어진다.

 

사랑해,

 

.

 

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나 간다.

.

대연이 씩 웃으며 자전거에 올라 탔다.

 

 

 

괜찮아요?

 

혜지가 병환을 한 번 노려보고, 걱정 어린 표정으로 선재를 바라본다.

 

, .

주연이 한 컵 가득 따라준 맛있는 우유 GT를 먹고 겨우겨우 진정이 된 선재다. 선재는 혜지의 물음에 미소로 답한다.

 

미안해.

 

병환이 퉁명스레 한 마디 내던진다.

 
, 아닙니다.

 

얼굴이 새빨개진 선재가 애써 미소를 짓는다. 병환은 멋쩍은 지 머리를 긁적인다.

 

오빠 제대로 사과 안 해?

 

혜지가 병환의 발을 밟는다.

 

, 알았어.

 

병환이 손을 내민다.

 

미안해요.

 

병환이 마지못해서 사과를 한다.

 

괜찮습니다.

선재가 병환의 손을 잡는다.

 

그나저나.

 

그 순간 선재가 입을 연다.

 

?

 

병환이 고개를 갸웃하고, 두 여자도 선재를 주목한다.

형님도 한국 사람이시죠?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그럼.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지.

 

선재가 장난스럽게 씩 웃는다.

 

그럼 이거.

 

?

 

선재가 자신이 먹다 남은 청양 고추를 내민다.

 

진정한 한국 사람이시라면서요.

 

.

 

.

 

혜지와 주연은 웃음을 애써 참는다.

 

, 하지만.

 

한국 사람이시라면서요.

 

선재가 씨익, 아주 씨익 웃는다.

 

, 그래. 먹고 죽기야 하겠냐?

 

병환이 호기 어린 목소리로 청양 고추를 잡는다.

 

, 먹는다. 먹어.

 

정말?

 

그래.

혜지의 물음에 병환이 눈을 딱 감고, 청양 고추를 입에 넣는다.

 

 

 

당신도 아까 들었는 감?

 

?

 

산에서 사람 비명지르는 소리를.

 
비명?

 

송 영감의 표정이 굳는다.

 

저 산에 자살바위가 있잖어.

 

설마?

 

아이고, 그런가봐요.

 

부녀회장이 맞장구를 친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녀?

 

신고는 무슨.

 

이장이 고개를 젓는다.

 

우리 마을 그거 때문에 관광객들 발 뚝 끊긴 거 몰러? 안 디야. 그런 건 가만 냅둬야지. 죽어도 지들이 죽지, 우리가 뭔 상관이여?

 

하지만서도.

 

아서.

이장이 부녀회장을 말린다.

 

그리고 저 사람들이 뭔 짓을 했는 지 우리가 어떻게 아는감? 그리고 아까 우리가 잘못 들은 걸 수도 있지. 당신은 잘못 들은 걸 수도 있는 거 가지고 왠 그리 호들갑이래? 그래? 그냥 아무 일도 아닐겨.

 

그럴까요?

 

.

이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허자고.

 

그래요.

 

유 영감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서, 하세.

 

알았어요.

 

부녀회장도 마지못하며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 순간.

 

!

 

!

 

?

, 무슨 일이래?

 

오마나.

 

산골마을은 다시 한 번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