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2 -
열네 번째 이야기
선재의 한국 탐험기 둘.
“그나저나 지연아.”
“네?”
“실망이야.”
“?”
지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연인이기 전에는 사모한다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해놓고서는, 연인이 되고 나니까 그런 말을 안 하냐?”
대연이 입을 삐쭉거린다.
“어, 어찌 소녀의 입으로 그런 민망한 말을 함부로 남발을 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치.”
대연이 씩 웃는다.
“지연아.”
“네?”
“우리 또 언제 놀까?”
“음.”
지연이 검지를 문다.
“대연 군.”
“응?”
“매주 주말은 저를 위해서 비워두실 수 있으십니까?”
“왜?”
대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대연군과 보내고 싶으니까요.”
“킥.”
대연이 지연을 꼭 안는다.
“대, 대연군! 민망한 소리 하지 마세요.”
“민망하기는. 이런 게 바로 너야.”
지연도 더 이상 대연을 밀어내지 않는다.
“자 이제 나가지.”
“아, 네.”
선재는 싱긋 웃으며, 재빨리 탕에서 나왔다. 너무나도 뜨거운 열기가 몸을 감싸고 있었기에, 탕 밖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리 와 봐.”
“네?”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병환은 손에 이태리 타월을 끼고,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어서.”
“아, 네.”
선재가 재빨리 병환의 앞에 간다.
“앉아봐.”
“네?”
“어서.”
“아, 네.”
선재가 병환을 바라보고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는다.
”킥.”
“왜 웃으세요?”
“나 보고 앉지 말고, 나에게 등을 보이라고.”
“아.”
선재가 돌아 앉는다.
“아파도 좀 참아. 이게 굉장히 시원하니까.”
“네?”
순간 선재의 등에 무언가가 닿는다.
“?”
병환이 씩 웃으며 손을 움직인다.
“악!”
“응?”
“뭐지?”
혜지와 주연이 서로의 얼굴을 본다.
“무슨 일이지?”
“그러게.”
주연이 조심스럽게 욕실 앞으로 간다.
“아, 아픕니다.”
“원래 이렇게 미는 거야. 어유 이 국수 가락 좀 봐.”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정말 20년 넘게 등을 한 번도 밀지 않은 선재의 등에서는 굵은 국수가락이 연신 만들어졌다.
“읏키키.”
“에?”
병환의 손이 선재의 옆구리로 가자 선재가 웃음을 터뜨린다.
“왜 그래?”
“거, 거기 간지러워서요.”
“여기?”
“읏키키.”
선재가 몸부림을 친다.
“두 사람 뭐해요?”
순간 밖에서 주연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주연 씨. 지금 병환이 형님이 신기한 걸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신기한 거요?”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네.”
“뭔데요?”
어느 새 혜지도 옆으로 와 있다.
“제 등가죽을 벗기고 있어요.”
“네?”
“뭐?”
주연은 문을 열어버렸다.
“에?”
“허,헉.”
병환의 얼굴이 굳는다.
“이 변태들아! 왜 문을 열고 난리야!”
”오, 오빠가 선재 씨 등을.”
“아, 등 밀어주던 거라고!”
“아.”
주연이 황급히 문을 닫는다.
“하. 하하.”
선재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괜찮아?”
”으,응.”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무언가 큰 사고를 친 거 같다.
“가지 말자고요?’
”네.”
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왜요?”
Dr. Jason이 울상을 짓는다.
“어차피 선재가 없잖아요.”
“그런데요?”
“그러면 우리 둘 뿐이잖아요.”
“아.”
가인의 말에 Dr.Jason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재 씨 말 때문에 괜히.”
“아, 미, 미안합니다.”
가운을 입은 선재가 머리를 긁적인다.
“다른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 몰랐어요.”
“나 참.”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오비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렇다고 등가죽을 벗기다니.”
“사실 그렇지 뭐.”
혜지는 선재의 편을 든다.
“선재 씨는 이런 일이 처음이잖아.”
”피.”
“됐어요. 다들. 우리 밥이나 먹어요.”
“그래, 그래.”
주연이 미소를 지으며 고기를 나른다. 선재가 고기를 바비큐 그릴에 올린다.
“선재 씨.”
”네?”
병환이 씩 웃는다.
“매운 거 좋아해?”
“그럼요. 저도 한국 사람인데.”
“그래?”
병환이 청양고추를 건넨다.
“이, 이게 뭐예요?”
“뭐긴? 고추지.”
“고추요?”
“오빠!”
혜지가 황급히 선재의 손에서 고추를 빼앗는다.
“선재 씨가 이걸 어떻게 먹어?”
“아, 왜?”
병환이 인상을 찌푸린다.
“한국 사람이라면.”
“오빠 너무 심해요.”
주연도 한 마디 거든다.
“아, 알았어.”
병환이 두 여자를 못마땅하다는 듯 본다.
“그래도 이런 것도 먹을 수 있어야.”
”오빠.”
“알았어.”
혜지가 노려보자 병환이 입을 다문다.
“아니요.”
“네?”
그 순간 선재가 다시 입을 연다.
“먹겠습니다.”
”에?”
”선재 씨 그러지 말아요.”
“맞아요. 매운 거 먹는 거랑 한국 사람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에요? 병환 오빠가 그냥 장난 치는 거니까, 안 그래도 되요.”
“아니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한국 사람들은 매운 거 잘 먹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캐나다 살 때도 매운 거 잘 먹는다는 소리, 종종 들었었습니다. 어느 정도 매운 것 까지는 저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로 괜찮습니다.”
“하, 하지만.”
“거 보라고.”
병환이 기세등등한다.
“주세요.”
선재가 병환의 손에 들린 고추를 빼앗는다.
“올해도 고추 농사가 풍년이겠어?’
“그렇구만.”
김 이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으악!”
그 순간 비명 소리가 들린다.
“응?”
“뭔 소린겨?”
“사, 살인이라도 일어난겨?”
“뭐유?”
부녀회장의 얼굴이 굳었다.
“사, 살인?”
“무슨 일이지?”
그 날 선재의 비명은 시골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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