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열다섯 번째 이야기
추억 만들기. 둘
“후우.”
주연이 마지막 남은 블라스트 한 모금 까지 마신다.
“병환 오빠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직접 만나서 물어봐야 하는 걸까?
“하아. 병환 오빠.”
주연이 자신의 전화기를 열어본다. 다행히 병환의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이 병환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후우.”
주연은 어떤 것이 옳은 지 알 수 없었다.
“하아.”
주연이 블라스트 컵을 버리고 베스킨라빈스 31에서 일어난다.
“미치겠네.”
너무나도 답답한 주연이다.
“후우.”
여기 답답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으면서 T익스프레스에 올라타게 된 준오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렇게 떨려?”
지현이 조심스럽게 준오에게 묻는다.
“아, 아니 괜찮아요.”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의 준오다.
“지금이라도 못 타실 거 같은 분들은 손을 들어주세요.”
지현이 준오를 바라본다.
“손 들래?”
“네?”
순간 준오는 갈등을 시작했다.
“내려요?”
“정말 못 타겠으면.”
“흐음.”
준오가 아래 입술을 꽉 깨물었을 때.
“아무도 없으시군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
준오의 바람과는 다르게, 열차는 플랫폼을 떠나고 있었다.
“준오야 내 손 잡아.”
“누나.”
준오가 지현의 손을 꼭 잡는다.
“으으.”
열차가 서서히 뒤로 눕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억이 없다.
“괜찮으세요?”
“으으.”
준오가 힘겹게 눈을 뜬다. 눈을 뜨니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준오야. 괜찮아?”
“누나?”
“응.”
지현은 울었는 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정말 기억 안 나?”
“네.”
지현이 한숨을 쉰다.
“너 기절했어.”
“네?”
준오의 표정이 굳는다.
“기, 기절이라고요?”
“그래.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저, 저는 이제 괜찮아요.”
준오가 황급히 자리에 앉는다.
“정말 괜찮으세요?”
직원들이 준오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네.”
준오가 황급히 자리에 앉는다.
“저, 정말 괜찮아요.”
“진짜?”
“네.”
준오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난다.
“누, 누나 우리 어서 가요.”
“그, 그래.”
준오가 황급히 지현의 손을 잡고, 의무실을 빠져 나온다.
“어떻게 기절을 하냐?”
“그만해요. 창피해 죽겠어요.”
준오가 울상을 짓는다.
“저도 제가 그렇게 놀이기구를 못 탈 줄은 몰랐다고요.”
“나도 네가 그렇게 놀이기구를 못 타는 줄은 몰랐었어. 알았었으면, 억지로 태우지 않는 건데.”
“안 탄다고 했잖아요.”
준오가 울상을 짓는다.
“뭐 좀 먹을래?”
“누나가 사는 거예요?”
“그래.”
지현이 싱긋 웃는다.
“뭐 좀 먹을래?”
“그렇다면. 뭐 좀 먹어야 겠어요. 온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기분이거든요. 지금이라도 축 늘어질 거 같아요.”
“알았어.”
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여기 좀 앉아 있어. 내가 알아서 좀 챙겨올게.”
“고마워요.”
지현이 일어나서 메뉴를 받는 곳으로 가는 것을 보고 준오는 한숨을 쉰다,
“나는 정말 바보인걸까?”
어떻게 기절을 할 수 있을까? 에버랜드의 직원들도 정말 당황했을 것이다. 혹시나 내가 죽기라도 했었으면, 정말 큰 일이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내가 기절을 하는 선에서 끝났으니까. 후우, 아무튼 정말로 창피한 일이다. 어떻게 기껏 놀이기구를 타면서 기절을 한 거지?
“하아.”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다.
“아직도 우울해?”
“네?”
후식인 롤케이크까지 다 먹고 지현이 준오를 바라본다.
“표정이 안 좋아.”
“저는 괜찮아요.”
준오가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다.
“하나도 괜찮은 사람 얼굴이 아닌 걸.”
지현이 고개를 숙인다.
“정말 미안해.”
“아, 아니에요. 누나.”
준오가 황급히 손사래 친다.
“제가 솔직히 누나에게 모든 것을 말했어야 했는 걸요. 제가 기절까지 할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누나는 저를 태우지 않았을 거에요.”
“그래도.”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준오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려본다.
“그러면 우리 이제 밥도 다 먹었는데, 다시 다른 놀이기구들을 타러 가 볼까요?”
“너 탈 수 있겠어?”
“그럼요.”
준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누나 그러면 우리 이제 일어나요.”
“이거 타요.”
“후룸라이드?”
“네.”
준오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다.
“이건 정말로 탈 수 있겠어?”
“고등학교 3학년 때 소풍 에버랜드로 왔었거든요. 그 때도 타봤었어요. 타봤었던 거니까, 괜찮을 거예요.”
“정말?”
“네.”
준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이거 타요.”
“어, 어.”
준오가 지현의 손을 이끈다.
“후우.”
아까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다르게, 후룸라이드의 꼭대기에 올라오니, 굉장히 높은 위치였다. 게다가 간간히 들리는.
“꺄악!”
“우왓!”
“으아아아아아악!”
사람들의 비명 소리.
“준오야 너 괜찮아?”
“네.”
준오가 애써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으며 미소를 짓는다.
“괜찮은 것 같네요.”
“괜찮은 것 같아?”
“애석하게도요.”
준오가 미소를 짓는다.
“몇 분이세요?”
“둘이요.”
지현이 너무나도 신이 나게,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인다.
“잠시만요.”
“후우.”
그 잠시가 몇 천 년 처럼 느껴진다.
“오른 쪽으로 가세요.”
“고맙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후우.”
준오는 심호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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