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열여섯 번째 이야기
추억 만들기. 셋
“후우”
처음부터 올라가는 코스였다. 준오는 창백한 얼굴로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다행히도 지현이 앞 좌석에 앉고, 자신이 뒷좌석에 앉은 덕분에, 지현은 준오의 얼굴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으.”
준오가 지현의 허리를 꼭 안는다.
“준오야 간다!”
“네.”
다행히도 첫 번째는 그리 높은 곳이 아니었다.
“너 덥지?”
“네?”
“지금 네라고 했다.”
지현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지현이 후룸라이드에 흐르는 물을 손으로 쳐서, 준오에게 튀긴다.
“누, 누나”
“왜?”
“그렇게 나오신다는 거죠?”
“응?”
준오도 지현에게 물을 튀긴다.
“어라?”
“헤헤.”
준오가 열심히 물을 튀긴다.
“너도 당해봐라!”
지현도 열심히 준오에게 물을 튀긴다.
“헤헤.”
“으왓!”
순간 다시 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날 꽉 잡아.”
“네.”
준오가 지현의 허리를 꼭 잡는다.
“힝, 이게 뭐예요? 다 젖었잖아요?”
“이래야 놀이기구 타는 맛이 나지.”
그나마 준오가 무서움을 타지 않는 덕에, 후룸라이드만 10번 넘게 탄 준오와 지현이다.
“이건 안 무섭냐?”
“네.”
준오가 해맑게 웃는다.
“야, 아무리 안 무서워도 이건 이제 그만 타자. 아주 후룸라이드만 보면, 구역질이 날라고 해. 우리 지금 이거 몇 번을 탄 거냐?”
“글�요?”
준오가 머리를 긁적인다.
“누나, 목마르지 않으세요?”
“목?”
지현이 싱긋 미소를 짓는다.
“네가 사준다면 감사히 마시지.”
“알았어요. 누나 저기. 어, 그래! 메론이랑 파인애플 꼬치를 파네요. 우리 날도 더운데 저거 먹어요.”
“오케이.”
“짜잔.”
신나게 놀고, 입구로 향하고 있는데, 갑자기 준오가 가방에서 출력물 하나를 꺼낸다.
“그게 뭐야?”
“그랜드 엠포리엄이라는 기념품 가게 20% 디스카운트 쿠폰이요. 저 누나한테 예쁜 머리띠 해주려고, 용돈도 많이 가지고 왔다고요.”
준오가 브이를 그린다.
“이 바보야. 그런 건 들어갈 때 샀어야지. 그래야지 하루 종일 하고 다니지. 여기서 그 동물 머리띠 사서 어쩌자고?”
“아.”
준오가 아차한다.
“그, 그렇네요.”
“하여간.”
지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이래서 내가 너를 좋아한다니까.”
“헤헤.”
“가자.”
지현이 준오의 손을 잡는다.
“대신 내가 사달라는 거 사줘야 해.”
“네.”
준오가 경례를 한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저도요.”
“이렇게 하루종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즐겁게 논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나는 정말 오늘이 행복해.”
“누나가 행복하시다니까, 정말 다행이에요.”
준오가 씩 웃는다.
“그나저나, 너는 집에 늦은 거 아니야?”
“늦긴요? 제가 남잔데요?”
준오가 지현의 손을 꼭 잡는다.
“그나저나 누나 혼자 집에 가시기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
“늦기는. 그리고 나 같이 늙은 여자는 그런 사람들도 관심 없어 한다. 몰라?”
“에?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누나가 얼마나 예쁜데요. 제 눈에는
“아이고, 그래요?”
지현이 밝게 미소를 짓는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까 정말 고마워.”
“에? 정말 그렇게 느끼는 건데.”
준오가 귀엽게 혀를 내민다.
“그럼 누나. 제가 누나 데려다 줄게요.”
“아이고.”
지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서요. 우리 귀여운 꼬맹이. 너는 집에 가야지. 무슨,”
“누나. 이래뵈도, 저 누나 남자친구거든요. 아무리 누나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어리다고 해도, 그렇게 섭한 말씀 하시면 안 됩니다.”
“킥.”
지현이 작게 웃음 짓는다.
“어라? 지금 절 비웃는 거예요?”
“아, 아니.”
지현이 손사래 친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뭐가요?”
“나를 집까지 바래다줄 사람이 생긴거잖아. 나 너무나 좋아. 내가 말 했던가? 너는 내 첫사랑이라고.”
지현의 볼이 붉어진다.
“저도 누나가 첫사랑이에요.”
준오가 수줍게 말한다.
“킥.”
“풉.”
준오와 지현이 행복하게 미소 짓는다.
“버스 왔다!”
때마침 5002번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헤헤.”
준오가 지현의 손을 더 꽉 잡는다.
“많이 피곤했나보네.”
5002번 버스를 타자마자, 지현의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준오였다. 저녁이 되자, 강남은 꽤나 막혔다. 지현은 미소를 지으며 준오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살포시 얹었다. 쌔근쌔근, 준오의 숨소리가 지현의 귀를 간지럽혔다. 지현은 행복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역은 강남.”
지현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
사람들이 버스를 내리고 있었다.
“준오야.”
“누, 누나.”
준오가 눈을 비빈다.
“벌써 다 왔어요?”
“그래.”
준오가 마치 엄마의 손을 잡듯, 지현의 손을 꼭 잡고 버스를 내린다. 사람이 붐비는 강남. 하지만 지현은 전혀 짜증이 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이 사람. 준오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요?”
“응?”
“저도 좋아요.”
“헤.”
준오가 미소를 짓는다.
“정말 누나가 있어서 정말 좋아요.”
“나도 네가 있어서 정말로 좋아.”
“하.”
“킥.”
서로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행복한 미소가 흘러나오는 두 사람이다.
“정말 이제 괜찮아.”
지현이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저도 남자 친구거든요.”
준오가 미소를 짓는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집이라니까. 괜찮아. 혼자 갈 수 있다고.”
“그러니까, 조금만 가면 집이니까, 제가 조금만 모셔다 드린다니까요. 왜 이렇게 튕기시는 거예요?”
“나 참.”
지현이 생긋 웃는다.
“네 고집은 도저히 못 이기겠다니까.”
“안 이기시면 되잖아요.”
“하여간.”
지현이 고개를 젓는다.
“네 고집에는 못 당하겠다니까.”
“안 당하면 되잖아요. 가요.”
“알았어.”
지현이 미소를 지으며 앞장 선다. 그러자, 준오가 지현의 손을 꼭 잡는다.
“손 잡고 가요.”
“그래.”
지현이 그 손을 더 꽉 잡는다.
“자 여기가 우리 집이야.”
“우와, 정말 지하철이랑 무지하게 가깝네요.”
“내가 가깝다고 했잖아.”
“그런데 누나.”
“응?”
지현이 준오를 바라본다.
“왜?”
“나 여기까지 오느라 완전 더워요.”
준오가 연신 손부채질을 해댄다.
“시원한 음료수 없어요?”
“뭐?”
지현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여간 엉큼하다니까.”
“어라?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준오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냥 너무 더워서, 시원한 음료수 한 잔만 마시고 가겠다고요. 이상한 생각 하지 마세요.”
“내가 뭘?”
“헤헤.”
준오가 싱긋 웃는다.
“누나.”
다시 한 번 준오가 지현을 재촉한다.
“알았어.”
지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그래, 들어와서 땀 좀 식히다가 가.”
지현의 자신의 문을 열어준다.
“네.”
준오가 생글생글 웃으며 지현이 집으로 들어선다.
“하여간.”
지현도 미소를 지으며 집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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