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열세 번째 이야기
반갑습니다. 유하선입니다!
“후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병환은 한숨을 쉰다. 선, 과연 그 것을 보아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어머니가 선 약속을 잡아 놓았다고는 하시니.
“도대체 어머니는 왜.”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후우.”
도대체 어떻게 해야지 선을 보기로 한 여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선 자리를 떠날 수 있을까?
“하아.”
일단은 회사에 가야 했다.
“박 대리 님.”
출근하자 마자 소은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병환에게 다가온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닌 게 아닌 것 같은 대요? 안색이 굉장히 안 좋아요. 창백하고, 까칠하기까지 해요. 정말 무슨 일이에요?”
“후우.”
병환이 한숨을 토해내자 소은이 더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정말 무슨 일이신건데요?”
“소은 씨.”
“네.”
병환이 잔뜩 슬픈 표정을 짓는다.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바, 박대리 님.”
병환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무슨 일이신데요?”
소은이 병환의 옆에 앉는다.
“후우.”
병환이 고개를 숙인다.
“박 대리 님.”
“제가 혜지를 떠나는 게 옳은 걸까요?”
“그거 때문에 고민하시는 거예요?”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야 박 대리 님의 마음에 달린 일이잖아요.”
“제 마음은 헤지를 잊지 말라고, 떠나지 말라고, 항상 혜지의 곁에 머물고 혜지를 지켜주라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어요.”
“박 대리 님.”
“그럴 수가 없어요.”
병환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우리 일단 나가요. 사무실에서 이러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소은이 재빨리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병환을 자리에서 일으킨다.
“네.”
병환이 비틀비틀 소은을 따라 일어난다.
“!”
서우도 따라 일어나려고 하자 소은이 고개를 젓는다. 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도로 자리에 앉는다.
“부장님 저희 잠시 나갔다 올게요.”
“그, 그래.”
갑작스러운 상황에 부장도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어서 가요.”
두 사람이 사무실을 빠져 나간다.
“?”
사무실에 각종 궁금증만을 증폭시킨 채로.
“차가운 물 좀 드세요.”
“고마워요.”
병환이 단숨에 500ml의 생수를 다 들이킨다.
“무슨 일이에요?”
“저, 선 봅니다.”
“선이요?”
소은의 눈이 커다래진다.
“가, 갑자기 선은 왜요?”
“그러니까요.”
병환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가 이미 정해놓은 일이시라네요.”
“!”
“이미 약속을 다 잡아 놓아 버리셨대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바, 박 대리 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박 대리 님의 마음은 어떠신대요?”
“나가면 안 되는 걸 아는데. 혜지를 생각하면 절대로 그럴 수 없는 건데, 어머니를 생각하면 또 나가야만 해요. 어머니가, 어머니가 힘들게 잡으신 거라니까 말이에요. 제 동의도 없이 제 선을 잡으신 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힘들게 선을 잡으신거라고 하니까, 그런 거니까. 후우.”
“박 대리 님.”
“저 되게 한심하죠?”
병환이 웃음을 짓는다.
“그럴 거예요. 분명 저 되게 한심하게 보일 거예요. 이 나이 먹도록, 아직까지도 어머니께 휘둘리는 바보 같은 놈이니까요. 그런데 저 어쩔 수 없어요. 어머니가 저를 위해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희생하셨으니까 말이에요. 그 정도는 어머니를 위해서 해드려야만 해요. 아니 기꺼이 해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혜지가 지워지지 않아요. 문신처럼, 새길 때보다 더 아프지 않으면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혜지가 단단히 새겨져 있어요. 그런 혜지를 지울 수가 없어요. 너무 아파요. 그리고 지우고 싶지도 않아요.”
“박 대리 님.”
소은이 병환의 어깨를 토닥인다.
“진정하세요.”
“후우.”
병환이 심호흡한다.
“저 어떡해요?”
“하아.”
소은도 한숨을 쉰다.
“그냥 거절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선 자리에서 서로가 맞지 않는 것은 다반사인 일이니까요. 안 그래요?”
“그래도 되는 걸까요?”
“그래야 하는 거예요.”
소은이 단호하게 말한다.
“지금 박 대리 님 마음 속에는 혜지 씨 밖에 없는 거잖아요. 혜지 씨 뿐인 거잖아요. 그런데 다른 여자분이 혹시 박 대리 님을 마음에 품으면 어떡해요? 그 여자분은 어떻게 하냐는 말이에요! 그 여자분을 위해서도 박 대리님을 위해서도, 박 대리님은 그 여자분을 외면해야만 하는 거예요. 최대한 선의 기본 예의는 어기지 않으면서 말이죠. 제 말이 무슨 뜻인 지 아시겠죠?”
“네.”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오고야 말았다. 선을 보기로 한 토요일.
“후우.”
병환이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신이 선을 보기로 한 상대는 참한 아가씨라고 했다. 명문대학교를 나오고, 꽤나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아.”
병환이 한숨을 쉰다.
“저.”
순간.
“
병환이 고개를 든다. 왠 미인이 병환의 앞에 서있다.
“네.”
“맞군요.”
미인이 밝게 웃는다.
“반갑습니다. 금하선이라고 합니다.”
“아,
병환이 엉거주춤 일어나 하선의 손을 잡는다.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 아니요.”
하선이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반가워요.”
“아, 네.”
“뭘 그렇게 당황하세요?”
하선이 싱긋 웃는다.
“아, 아니요.”
“흐음.”
선재가 좋아하는 맛있는 미스터 도넛이나 사갈까 하고 거리를 거닐던 주연의 눈길을 잡는 것이 있었다.
“병환이 오빠?”
주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
병환과 누가 같이 앉아 있다. 왠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였다.
“!”
주연은 황급히 몸을 숨겼다.
“!”
너무나도 다정해 보인다?
“저 하선 씨.”
“네.”
“초면에 이러는 거 아닌 거 분명히 알고 있는데요.”
“?”
하선이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네?”
하선의 눈이 동그래진다.
“무슨 말씀이신지?”
하선이 고개를 갸웃한다.
“사실 전 제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누군가를 만날 마음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아.”
하선이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거 다행이네요.”
“네?”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뭐가 다행이라는?”
“지금은 여자 친구 분이 없다는 말씀이시잖아요.”
하선이 싱긋 웃는다.
“그렇다면 저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뜻이군요.”
“!”
하선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하, 하지만.”
“하지만 뭐요?”
하선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지금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건가요?”
“아, 아니. 그, 그건 아니지만.”
병환이 당황한다.
“병환 씨도 그렇다면 제가 집에 가서 병환 씨가 저를 바람 맞췄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더 좋으시겠군요.”
“?”
“일단 3번은 만나봐요.”
“하, 하지만.”
하선이 싱긋 웃는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으시죠?”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알겠습니다.”
하선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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