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3 - [열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7. 29. 22:02

 

 

 

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열세 번째 이야기

 

반갑습니다. 유하선입니다!

 

 

 

후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병환은 한숨을 쉰다. , 과연 그 것을 보아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어머니가 선 약속을 잡아 놓았다고는 하시니.

 

도대체 어머니는 왜.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후우.

 

도대체 어떻게 해야지 선을 보기로 한 여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선 자리를 떠날 수 있을까?

 

하아.

 

일단은 회사에 가야 했다.

 

 

 

박 대리 님.

 

출근하자 마자 소은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병환에게 다가온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닌 게 아닌 것 같은 대요? 안색이 굉장히 안 좋아요. 창백하고, 까칠하기까지 해요. 정말 무슨 일이에요?

 

후우.

 

병환이 한숨을 토해내자 소은이 더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정말 무슨 일이신건데요?

 

소은 씨.

 

.

 

병환이 잔뜩 슬픈 표정을 짓는다.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 박대리 님.

 

병환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무슨 일이신데요?

 

소은이 병환의 옆에 앉는다.

 

후우.

 

병환이 고개를 숙인다.

 

박 대리 님.

 

제가 혜지를 떠나는 게 옳은 걸까요?

 

그거 때문에 고민하시는 거예요?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야 박 대리 님의 마음에 달린 일이잖아요.

 

제 마음은 헤지를 잊지 말라고, 떠나지 말라고, 항상 혜지의 곁에 머물고 혜지를 지켜주라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어요.

 

박 대리 님.

 

그럴 수가 없어요.

 

병환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우리 일단 나가요. 사무실에서 이러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소은이 재빨리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병환을 자리에서 일으킨다.

 

.

 

병환이 비틀비틀 소은을 따라 일어난다.

 

!

 

서우도 따라 일어나려고 하자 소은이 고개를 젓는다. 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도로 자리에 앉는다.

 

부장님 저희 잠시 나갔다 올게요.

 

, 그래.

 

갑작스러운 상황에 부장도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어서 가요.

 

두 사람이 사무실을 빠져 나간다.

 

?

사무실에 각종 궁금증만을 증폭시킨 채로.

 

 

 

차가운 물 좀 드세요.

고마워요.

 

병환이 단숨에 500ml의 생수를 다 들이킨다.

 

무슨 일이에요?

, 선 봅니다.

 

선이요?

소은의 눈이 커다래진다.

 

, 갑자기 선은 왜요?

 

그러니까요.

 

병환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가 이미 정해놓은 일이시라네요.

!

 

이미 약속을 다 잡아 놓아 버리셨대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 박 대리 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박 대리 님의 마음은 어떠신대요?

 

나가면 안 되는 걸 아는데. 혜지를 생각하면 절대로 그럴 수 없는 건데, 어머니를 생각하면 또 나가야만 해요. 어머니가, 어머니가 힘들게 잡으신 거라니까 말이에요. 제 동의도 없이 제 선을 잡으신 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힘들게 선을 잡으신거라고 하니까, 그런 거니까. 후우.

 

박 대리 님.

 

저 되게 한심하죠?

 

병환이 웃음을 짓는다.

 

그럴 거예요. 분명 저 되게 한심하게 보일 거예요. 이 나이 먹도록, 아직까지도 어머니께 휘둘리는 바보 같은 놈이니까요. 그런데 저 어쩔 수 없어요. 어머니가 저를 위해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희생하셨으니까 말이에요. 그 정도는 어머니를 위해서 해드려야만 해요. 아니 기꺼이 해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혜지가 지워지지 않아요. 문신처럼, 새길 때보다 더 아프지 않으면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혜지가 단단히 새겨져 있어요. 그런 혜지를 지울 수가 없어요. 너무 아파요. 그리고 지우고 싶지도 않아요.

 

박 대리 님.

 

소은이 병환의 어깨를 토닥인다.

 

진정하세요.

 

후우.

 

병환이 심호흡한다.

 

저 어떡해요?

 

하아.

 

소은도 한숨을 쉰다.

 

그냥 거절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선 자리에서 서로가 맞지 않는 것은 다반사인 일이니까요. 안 그래요?

 

그래도 되는 걸까요?

 

그래야 하는 거예요.

 

소은이 단호하게 말한다.

 

지금 박 대리 님 마음 속에는 혜지 씨 밖에 없는 거잖아요. 혜지 씨 뿐인 거잖아요. 그런데 다른 여자분이 혹시 박 대리 님을 마음에 품으면 어떡해요? 그 여자분은 어떻게 하냐는 말이에요! 그 여자분을 위해서도 박 대리님을 위해서도, 박 대리님은 그 여자분을 외면해야만 하는 거예요. 최대한 선의 기본 예의는 어기지 않으면서 말이죠. 제 말이 무슨 뜻인 지 아시겠죠?

.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오고야 말았다. 선을 보기로 한 토요일.

 

후우.

 

병환이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신이 선을 보기로 한 상대는 참한 아가씨라고 했다. 명문대학교를 나오고, 꽤나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아.

 

병환이 한숨을 쉰다.

 

.

 

순간.

 

박병환 씨세요?

 

병환이 고개를 든다. 왠 미인이 병환의 앞에 서있다.

 

.

 

맞군요.

 

미인이 밝게 웃는다.

 

반갑습니다. 금하선이라고 합니다.

 

, 박병환이라고 합니다.

 

병환이 엉거주춤 일어나 하선의 손을 잡는다.

 

반갑습니다.

 

. 반갑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 아니요.

 

하선이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반가워요.

 

, .

 

뭘 그렇게 당황하세요?

 

하선이 싱긋 웃는다.

 

, 아니요.

 

 

 

흐음.

 

선재가 좋아하는 맛있는 미스터 도넛이나 사갈까 하고 거리를 거닐던 주연의 눈길을 잡는 것이 있었다.

 

병환이 오빠?

주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

 

병환과 누가 같이 앉아 있다. 왠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였다.

 

!

 

주연은 황급히 몸을 숨겼다.

 

!

 

너무나도 다정해 보인다?

 

 

 

저 하선 씨.

 

.

 

초면에 이러는 거 아닌 거 분명히 알고 있는데요.

 

?

 

하선이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

 

하선의 눈이 동그래진다.

 

무슨 말씀이신지?

 

하선이 고개를 갸웃한다.

 

사실 전 제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누군가를 만날 마음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

 

하선이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거 다행이네요.

 

?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뭐가 다행이라는?

 

지금은 여자 친구 분이 없다는 말씀이시잖아요.

 

하선이 싱긋 웃는다.

 

그렇다면 저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뜻이군요.

 

!

 

하선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 하지만.

하지만 뭐요?

 

하선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지금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건가요?

 

, 아니. , 그건 아니지만.

 

병환이 당황한다.

 

병환 씨도 그렇다면 제가 집에 가서 병환 씨가 저를 바람 맞췄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더 좋으시겠군요.

 

?

 

일단 3번은 만나봐요.

 

, 하지만.

 

하선이 싱긋 웃는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으시죠?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 알겠습니다.

 

하선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