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열네 번째 이야기
추억 만들기. 하나.
“준오야.”
“네.”
지현의 카페에서 웹서핑을 즐기던 준오가 지현을 바라본다.
“왜요?”
“이번 주말에 뭐해?”
“주말에요?”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누나 스케줄은요?”
“응?”
지현이 고개를 갸웃한다.
“내 스케줄은 왜?”
“누나 스케줄이 제 스케줄이니까요.”
준오가 씩 웃는다.
“하여간.”
지현도 준오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이번 주말에 우리 같이 에버랜드나 갈래?”
“에버랜드요?”
“응.”
지현이 싱긋 웃는다.
“가게는 어떻게 하고요?”
“하루쯤 문 닫지 뭐.”
지현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와 하루를 보낼 수 있는데 그깟 가게가 대수인가?”
“오.”
준오가 미소를 짓는다.
“이제는 제 순위가 좀 올라갔나봐요?”
“이제 알았어?”
지현이 싱긋 웃는다.
“이제는 네가 1순위야.”
“헤헤.”
준오가 행복하게 웃는다.
“하아.”
주연이 한숨을 쉰다. 주연의 손에는 블라스트가 들려 있다.
“도대체 어떻게 풀려 가는 건지?”
주연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듣기는 했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다른 여자라니, 병환이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하아.”
혜지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걸까?
“미치겠네.”
주연이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 뜨린다.
“왜 그런 건 봐가지고.”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누나!”
준오가 빨간 스프리스 켄버스화에 청바지, 하얀 후드티를 입고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쓰지도 않던 빨간 안경까지 쓰고 있다.
“오 꽤나 신경 썼는데?”
“그럼요. 누나와의 첫 데이트인걸요?”
준오가 씩 웃는다.
“좋아. 그런 자세.”
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나 데이트에 최선을 다하는.”
“킥.”
준오가 웃음을 터뜨린다.
“가시죠.”
준오가 지현의 팔에 팔짱을 낀다.
“어라? 바뀐 거 같지 않아?”
“아무렴 어때요?”
준오가 싱긋 웃는다.
“킥.”
지현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왔을 때는 자연농원이었는데.”
“네?”
준오가 눈을 커다랗게 뜬다.
“도대체 언제 왔던 거예요?”
“음.”
지현이 검지를 문다.
“한 십 년?”
“십 년?”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헤헤, 한 15년 정도?”
지현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안 온 거예요?”
“그런가?”
새삼스럽게 두 사람이 동갑, 띠동갑이라는 게 느껴지는 준오다.
“누나.”
“응.”
“이제 우리 에버랜드로의 추억을 만들어 가요.”
“그래.”
준오가 지현의 손을 꼭 잡는다.
“우리 두 사람의 소중한 추억을.”
“응.”
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 저걸 타자고요?”
“응.”
T익스프레스를 보는 지현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그러나 준오의 표정은 우울함 그 자체다.
“누, 누나 저 정말로 놀이기구 못 타거든요. 정말로, 피터팬만 타도 다리고 후들후들 떨려요. 독수리 요새 타고도 죽는 줄 알았다고요. 그런데, 지금 저 어마어마한 놀이기구를 타자고요?”
“응.”
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이것도 안타고 7만원을 냈니?”
“뭐, 둘이 합쳐서 7만원이면서.”
준오가 볼을 부풀린다.
“그래도.”
지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좋은 추억을 만들자고 했잖아?”
“좋은 추억이지. 공포스러운 추억은 아니잖아요.”
준오가 지금이라도 막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지현을 바라본다.
“하여간 사내 자식이 겁이 많기는.”
“그건 성희롱적 발언이거든요?”
준오가 울상을 짓는다.
“누나 저거 정말로 타고 싶으세요?”
“응.”
지현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 T익스프레스 타고 싶어서, 너한테 에버랜드 오자고 한 거였단 말이야. 그래서 가게 문도 닫은 거고.”
“저랑 데이트 하고 싶어서가 아니고요?”
준오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겸사겸사지.”
지현이 당황한다.
“그래서 안 타겠다고?”
“휴.”
준오가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 누나는 뭘 들어주실 건데요?”
“응?”
지현이 고개를 갸웃한다.
“뭘 해줘?”
“저도 T익스프레스 무지하게 무서운데 누나가 타자고 해서 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누나도 제게 무언가를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흠.”
지현이 검지를 문다.
“좋다. 오늘 점심이랑 저녁 내가 풀로 쏜다.”
“진짜죠?”
“그래.”
준오가 미소를 짓는다.
“그 정도라면 제가 기꺼이 타드릴게요.”
“콜!”
날이 더워서인지 다행히 놀이공원에는 사람이 없었다. 준오와 지현은 T익스프레스의 긴 대기로를 지나 바로 놀이기구 탑승직전에 다다랐다.
“후우.”
심호흡을 하지만 계속 떨리는 준오다.
“정말 못 타겠어?”
지현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준오를 바라본다.
“아, 아니에요. 탈 수 있어요.”
준오가 남자다운 자신감으로 겨우 말을 꺼낸다.
“진짜?”
지현이 준오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정말로?”
“네.”
준오가 힘없이 대꾸한다.
“네가 괜찮다면 나야 좋지만.”
지현이 미소를 짓는다.
“그럼 우리 같이 손 꼭 잡고 타는 거다.”
“네.”
싱글벙글인 지현의 얼굴과는 반대로, 준오의 얼굴은 아직 놀이기구를 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후우.”
준오는 연신 심호흡을 한다.
‘꺄악!’
순간 들리는 비명 소리.
“?”
준오의 몸이 천천히 굳어온다.
‘꺄악!’
“우와 되게 재미있겠다.”
사람들의 비명을 들을수록 준오가 긴장되는 것과는 다르게, 지현의 마음은 점점 설레어 온다.
“준오야.”
“네?”
“이 놀이기구 정말 긴가봐.”
지현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한다.
“아.”
그러고보니 열차가 플랫폼을 떠난 지 한참이나 흐른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플랫폼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 열차는 75도의”
순간 안내원의 말이 준오의 귀에 들린다.
“!”
준오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지는 순간.
“열차가 들어옵니다.”
안내원의 고양된 목소리.
“모두 박수를 쳐드리죠.”
‘짝짝’
과연 저 놀이기구를 탈 수 있을까?
“어서 타자.”
“네.”
준오는 걱정 어린 눈으로 놀이기구를 바라본다.
‘꿀꺽’
출입구가 열렸다.
“가자.”
지현이 미소를 지으며 준오의 팔을 잡는다.
“네.”
과연 내가 저걸 탈 수 있을까?
준오의 얼굴이 잔뜩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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