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3 - [열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7. 29. 22:05

 

 

 

우리, 사랑해!

- Season 3 -

 

열네 번째 이야기

 

추억 만들기. 하나.

 

 

 

준오야.

 

.

 

지현의 카페에서 웹서핑을 즐기던 준오가 지현을 바라본다.

 

왜요?

 

이번 주말에 뭐해?

 

주말에요?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누나 스케줄은요?

 

?

 

지현이 고개를 갸웃한다.

 

내 스케줄은 왜?

 

누나 스케줄이 제 스케줄이니까요.

 

준오가 씩 웃는다.

 

하여간.

 

지현도 준오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이번 주말에 우리 같이 에버랜드나 갈래?

 

에버랜드요?

 

.

 

지현이 싱긋 웃는다.

 

가게는 어떻게 하고요?

 

하루쯤 문 닫지 뭐.

 

지현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와 하루를 보낼 수 있는데 그깟 가게가 대수인가?

 

.

 

준오가 미소를 짓는다.

 

이제는 제 순위가 좀 올라갔나봐요?

 

이제 알았어?

 

지현이 싱긋 웃는다.

 

이제는 네가 1순위야.

 

헤헤.

 

준오가 행복하게 웃는다.

 

 

 

하아.

 

주연이 한숨을 쉰다. 주연의 손에는 블라스트가 들려 있다.

 

도대체 어떻게 풀려 가는 건지?

 

주연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듣기는 했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다른 여자라니, 병환이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하아.

 

혜지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걸까?

 

미치겠네.

 

주연이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 뜨린다.

 

왜 그런 건 봐가지고.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누나!

 

준오가 빨간 스프리스 켄버스화에 청바지, 하얀 후드티를 입고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쓰지도 않던 빨간 안경까지 쓰고 있다.

 

오 꽤나 신경 썼는데?

 

그럼요. 누나와의 첫 데이트인걸요?

 

준오가 씩 웃는다.

 

좋아. 그런 자세.

 

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나 데이트에 최선을 다하는.

 

.

 

준오가 웃음을 터뜨린다.

 

가시죠.

 

준오가 지현의 팔에 팔짱을 낀다.

 

어라? 바뀐 거 같지 않아?

 

아무렴 어때요?

 

준오가 싱긋 웃는다.

 

.

 

지현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왔을 때는 자연농원이었는데.

 

?

 

준오가 눈을 커다랗게 뜬다.

 

도대체 언제 왔던 거예요?

 

.

 

지현이 검지를 문다.

 

한 십 년?

 

십 년?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헤헤, 15년 정도?

 

지현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안 온 거예요?

 

그런가?

 

새삼스럽게 두 사람이 동갑, 띠동갑이라는 게 느껴지는 준오다.

 

누나.

 

.

 

이제 우리 에버랜드로의 추억을 만들어 가요.

 

그래.

 

준오가 지현의 손을 꼭 잡는다.

 

우리 두 사람의 소중한 추억을.

 

.

 

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 저걸 타자고요?

 

.

 

T익스프레스를 보는 지현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그러나 준오의 표정은 우울함 그 자체다.

 

, 누나 저 정말로 놀이기구 못 타거든요. 정말로, 피터팬만 타도 다리고 후들후들 떨려요. 독수리 요새 타고도 죽는 줄 알았다고요. 그런데, 지금 저 어마어마한 놀이기구를 타자고요?

 

.

 

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이것도 안타고 7만원을 냈니?

 

, 둘이 합쳐서 7만원이면서.

 

준오가 볼을 부풀린다.

 

그래도.

 

지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좋은 추억을 만들자고 했잖아?

 

좋은 추억이지. 공포스러운 추억은 아니잖아요.

 

준오가 지금이라도 막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지현을 바라본다.

 

하여간 사내 자식이 겁이 많기는.

 

그건 성희롱적 발언이거든요?

 

준오가 울상을 짓는다.

 

누나 저거 정말로 타고 싶으세요?

.

 

지현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T익스프레스 타고 싶어서, 너한테 에버랜드 오자고 한 거였단 말이야. 그래서 가게 문도 닫은 거고.

 

저랑 데이트 하고 싶어서가 아니고요?

 

준오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겸사겸사지.

 

지현이 당황한다.

 

그래서 안 타겠다고?

 

.

 

준오가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 누나는 뭘 들어주실 건데요?

 

?

 

지현이 고개를 갸웃한다.

 

뭘 해줘?

 

저도 T익스프레스 무지하게 무서운데 누나가 타자고 해서 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누나도 제게 무언가를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

 

지현이 검지를 문다.

 

좋다. 오늘 점심이랑 저녁 내가 풀로 쏜다.

 

진짜죠?

 

그래.

 

준오가 미소를 짓는다.

 

그 정도라면 제가 기꺼이 타드릴게요.

 

!

 

날이 더워서인지 다행히 놀이공원에는 사람이 없었다. 준오와 지현은 T익스프레스의 긴 대기로를 지나 바로 놀이기구 탑승직전에 다다랐다.

 

후우.

 

심호흡을 하지만 계속 떨리는 준오다.

 

정말 못 타겠어?

 

지현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준오를 바라본다.

 

, 아니에요. 탈 수 있어요.

 

준오가 남자다운 자신감으로 겨우 말을 꺼낸다.

 

진짜?

 

지현이 준오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정말로?

 

.

 

준오가 힘없이 대꾸한다.

 

네가 괜찮다면 나야 좋지만.

 

지현이 미소를 짓는다.

 

그럼 우리 같이 손 꼭 잡고 타는 거다.

 

.

 

싱글벙글인 지현의 얼굴과는 반대로, 준오의 얼굴은 아직 놀이기구를 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후우.

 

준오는 연신 심호흡을 한다.

 

꺄악!

 

순간 들리는 비명 소리.

 

?

준오의 몸이 천천히 굳어온다.

 

꺄악!

 

우와 되게 재미있겠다.

 

사람들의 비명을 들을수록 준오가 긴장되는 것과는 다르게, 지현의 마음은 점점 설레어 온다.

 

준오야.

 

?

 

이 놀이기구 정말 긴가봐.

 

지현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한다.

 

.

 

그러고보니 열차가 플랫폼을 떠난 지 한참이나 흐른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플랫폼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 열차는 75도의

 

순간 안내원의 말이 준오의 귀에 들린다.

 

!

 

준오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지는 순간.

 

열차가 들어옵니다.

 

안내원의 고양된 목소리.

 

모두 박수를 쳐드리죠.

 

짝짝

 

과연 저 놀이기구를 탈 수 있을까?

 

어서 타자.

 

.

 

준오는 걱정 어린 눈으로 놀이기구를 바라본다.

 

꿀꺽

 

출입구가 열렸다.

 

가자.

 

지현이 미소를 지으며 준오의 팔을 잡는다.

 

.

 

과연 내가 저걸 탈 수 있을까?

 

준오의 얼굴이 잔뜩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