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 번째 이야기 -
“너는 남자니까 몰라.”
주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는 모른단 말이야. 너 내가 무용을 하고 싶어서 한 건 줄 알아?”
“뭐?”
대연의 눈이 흔들린다.
“무, 무슨 말이야. 누나 학교 다닐 때 언제나
“나 무용 하나도 안 좋아했어.”
주연의 눈이 흔들린다.
“너 모르니?”
“?”
“나 고등학교 3학년 되자마자 무용을 그만 뒀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거든. 너무나도 힘이 들었거든. 그 무용수라는 꿈은 내 꿈이 아니라 내 엄마의 꿈이었거든. 하지만 나는 내 엄마가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걸 아니까, 대신 이뤄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했어. 그리고, 정말 열심히 했고, 결국 엄마의 꿈을 어느 정도 이뤄드렸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 꿈을 위해서 그만 둔 거야.”
“누나.”
대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 그런 거야?”
“대연아.”
주연의 목소리에 물기가 젖어 있다.
“나 너에게 이해해달라는 소리는 안 해. 아니 못 해.”
주연이 대연을 바라본다.
“너도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나중에는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그러니까, 그냥 봐 줘.”
“누나.”
“도대체 왜 이렇게 안 오는 건지.”
화영이 한숨을 내쉰다.
“미안해요. 우리 애들이 나를 닮아서 시간 개념이 전혀 없어요. 이렇게 기다리는 데 정말 미안해요.”
“아닙니다.”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데요.”
“빈 말이라도 참 고마워요.”
“빈 말 아닌데.”
선재가 싱긋 웃는 순간 문이 열린다.
“엄마.”
“우리 왔어.”
“으유, 오늘 아버지 기일인데 이제 오면 어떻게 하니?”
“오늘 아버지 기일이었어?”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것도 몰랐냐?”
방에 정연을 눕히고 돌아오던 대연이 주연에게 핀잔을 준다.
“그렇게 잘 아는 너도 이제야 오니?”
화영도 대연을 나무란다.
“엄마는 모르면서.”
대연이 볼을 부풀린다.
“알았다.”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나중에 제사를 지내고 나서 이야기를 하고, 우리 일단 제사부터 지내도록 하자꾸나. 아버지께서 배 고프시겠다.”
“그래.”
“네.”
화영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당신, 정말 어떻게 하라고, 나 혼자 두고 그렇게 가버리신 건가요? 정말 나쁜 사람. 휴.”
화영이 소매로 눈물을 훔친다.
“엄마, 왜 울고 그래.”
“그냥 눈물이 나네.”
화영이 미소를 짓는다.
“자, 어서 절 드려야지. 먼저 대연아.”
대연이 절을 드린다.
“아빠, 오늘 제사인 거 알고 있었는데, 너무 늦게 제사 드려서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절대로 안 그럴게요.”
대연이 씩 웃는다.
“자, 이제.”
대연이 일어나자 화영이 주연을 본다. 주연이 절을 하려고 한 발자국 나서자 화영이 선재를 바라본다.
“선재 군은 절 안 드려요?”
“네?”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제 선재 군도 우리 집 식구가 될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함께 절을 드려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어, 엄마.”
화영이 씩 웃는다.
“어서요.”
“네.”
선재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주연과 눈짓으로 서로 교환을 한 뒤 함께 절을 한다.
“아버님 처음 뵙겠습니다. 주연 씨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아빠,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나 이 사람이 너무나도 좋아요. 이 사람과 함께라면 너무나도 행복해.”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까. 아빠도 우리 축하해주세요.”
“정말, 이걸 전부 다 형이 했단 말이에요?”
“그럼, 우리 선재 씨가 요리를 얼마나 잘하는데, 나 태어나서 우리 엄마만큼 요리 잘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으유 팔불출.”
대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니까 내가 형을 좋아하래도 좋아할 수가 없는 거거든요.”
“킥.”
화영이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든다.
“그나저나 오늘 두 사람이 여기에 함께 있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잖아. 우리 이제 그 이야기를 하자.”
대연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엄마 나 들어갈까?”
“아니. 너도 들어야지. 너도 우리 식구잖아. 그러니까, 너도 네 의사를 분명히 밝혀주었으면 해.”
대연이 긴장된 얼굴로 자리에 도로 앉는다.
“나, 솔직히 두 사람이 더 이상 동거 안 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 보는 눈도 있고 말이에요.”
“어, 엄마.”
주연이 화영을 바라본다.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주연이 입을 다문다.
“그런데 이제 생각이 조금은 바뀐 거 같아.”
“?”
대연과 주연, 선재 모두 화영을 바라본다.
“나 선재 군과 함께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함께 있어보니 참 좋은 사람인 거 같아. 정말이야.”
“어, 어머니.”
“그래서 말이지.”
화영이 미소를 짓는다.
“나 두 사람이 그냥 그대로 동거를 해도 좋다고 생각해.”
“어머니!”
“엄마!”
선재와 주연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나는.”
대연이 입을 열자 모두 대연을 바라본다.
“나는 누나가 결혼을 하기 전까지 그런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결국에 다치는 건 누나일 테니까.”
“대, 대연아.”
“하지만 아직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는 거잖아.”
대연이 씩 웃는다.
“그리고 오늘 누나와의 이야기를 통해, 누나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건 줄 알았어. 그러니까, 나는 일단 보류 할게.”
대연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본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이 정말로 행복한 거 같으니까, 그 행복이 당분간이라도 계속 될 자신이 있다면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누나 말이지. 아빠 죽고 나서 처음이야.”
대연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저렇게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거 말이야.”
“!”
화영의 표정이 굳는다. 듣고 보니 그랬다. 언제나 투정 많고 질투 많던 주연이었다. 하지만 제 아빠가 죽고 나서는 더 이상 어리광을 부리지 않았다. 어린 것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했었다.
“그러니까 한 번쯤은 누나 마음대로 하게 둬도 괜찮다고 생각해.”
대연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누나가 저렇게 내세우는 거니까.”
“고마워.”
“하지만.”
순간 화영의 말에 분위기가 살짝 떨어진다.
“나는 선재 군이 선재 군의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선재 군의 어머니는 반대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그렇군요.”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반대를 하실 리는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주연 씨 어머니에게도 허락을 받았는데 제 어머니에게는 양해를 구하지 않는 것도 실례고 말이에요.”
“그렇죠.”
“그러면 일단은 저 혼자 돌아가겠습니다.”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서, 선재 씨.”
주연이 선재를 부르자 선재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선재가 주연의 손을 잡는다.
“우리 어머니 허락도 구해야 하는 거잖아요. 내가 어머니께 연락을 취할게요. 그러니까 주연 씨는 당분간 주연 씨 집에 있어요. 주연 씨도 가족들 많이 보고 싶어 했었잖아요. 그러니까 함께 있으면 더 좋은 거 잖아요.”
“선재 씨는요.”
주연이 아래 입술을 꼭 깨문다.
“혼자잖아요.”
“저는 괜찮습니다.”
선재가 씩 웃는다.
“어릴 적부터 자주 혼자였는 걸요.”
선재가 주연의 손을 살며시 푼다.
“어머니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영에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는.”
화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소를 짓는다.
“나야 말로 너무나도 고마워요. 나 선재 군 아니었으면, 그 많은 제사 음식 다 어떻게 처리해야 했었는 지 모르겠어. 선재 군이 도움을 줘서 오늘 제사는 참 편하고 쉽게 지낸 거 같아.”
“아닙니다.”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저야 말로 제사에 참여하게 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선재가 씩 웃는다.
“형, 다음에 놀러 갈게요.”
“그래.”
선재가 대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같이 가요.”
“아니요.”
주연이 옷을 챙겨 입자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저 혼자 갈게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20살. 여자
사랑은 분홍이다. 너무나 예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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