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아홉 번째 이야기 -
“흐음.”
주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이제야 부른 거지?”
집에 다 와서야 그 것이 걱정이 되는 주연이다.
“나 참.”
주연이 머리를 마구 헝큰다.
“쳇.”
그리고 집을 향해 들어오는 순간.
“어?”
멀리서 대연이 보인다?
“어?”
걸음을 걷던 대연이 멈칫한다.
“누, 누나.”
“
아파트 현관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대연의 누나인 주연이 맞았다.
“누나 왜 밖에 있는 거야?”
“응?”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왜 밖에 있냐니?”
“아까 집 안에 있지 않았어? 집안 분위기가 별로 좋은 거 같지가 않아서 내가 정연이 데리고 나갔다 온 건데.”
“그래?”
주연이 정연의 얼굴을 살펴 본다.
“자네.”
“많이 걸었거든.”
대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주연을 바라본다.
“어떻게 된 거야?”
대연이 조심스럽게 주연에게 묻는다.
“그게.”
주연이 한숨을 내쉰다.
“조금 긴데.”
멀리서 요거 베리의 간판이 보인다.
“우리 저기 좀 들렸다 갈래?”
“그래.”
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누나.”
“응.”
주연이 고개를 든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대연이 조금은 차가워보이는 눈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나는 누나를 정말로 좋아했어. 누나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지만, 정말 그래야 하는 거지만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어.”
“대연아.”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정말 누나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지금 이 상황에서 만큼은 누나를 이해할 수가 없어. 동거라는 게, 정말로, 정말로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어.”
대연이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다.
“너는 몰라.”
“내가 뭘?”
대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내가 뭘 모르는 건데?”
“너도 나중에 어른이 된다면 똑 같은 결정을 하게 될 거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염치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나를 조금만 이해해 주면 안 되겠니?”
“누나.”
대연이 울상을 짓는다.
“내가 정말 누나에게 화가 나는 것이 뭔지 알아?”
“응?”
주연이 고개를 든다.
“누나가 동거를 한다는 사실은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아. 누나가 말을 한 대로 이건 누나의 선택이니까 말이야. 누나가 선택한 결과고 모든 건 누나가 다 알아서 할 일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내가 화가 나는 것은, 지금 누나가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을 하지 않고 동거를 했다는 거야. 나에게는 말을 하지 않아도 상관 없어. 당연하지, 나는 누나에게 그럴 권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누나는 최소한 엄마에게만큼은, 엄마에게만큼은 모든 걸 사실대로 말을 했어야 했다고.”
“나도 후회하고 있어.”
주연이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이제라도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 거야.”
“누나.”
대연이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아직도 그 사람하고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어?”
대연의 눈이 가늘게 떨린다.
“그건 아니겠지?”
“!”
“누나, 제발.”
대연의 눈이 간절하다.
“누나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대연아.”
“누나가, 누나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우리 엄마가 허락을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엄마가 누나를, 누나의 동거를 허락한다고 해도 나는 허락하지 않아. 정말 그건 아니라고.”
“나는 절대로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어.”
주연이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는 그냥 서로가 좋아서 한 집에 살고 있을 뿐이야.”
“누나.”
주연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가 나를 걱정한다는 건 너무나도 고마워.”
주연이 대연을 똑바로 바라본다.
“하지만, 네가 내 삶에 관여하는 건 싫어.”
“!”
“너도 말했지?”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이건 내 삶이니까 말이야.”
“누나.”
대연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누나의 삶이 오롯이 누나의 것만이라고 생각하지 마.”
“나도 알아.”
주연이 힘겹게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오롯이 내 삶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미 엄마의 삶인 부분은 끝이 났다고 생각해.”
“!”
“더 이상 엄마의 인형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주연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너도 알고 있잖아. 그 동안의 내 삶은 엄마가, 그 동안 이루지 못하셨던 삶의 일 부분이라는 거 말이야.”
“그러니까 더 잘해야지.”
대연이 주연을 노려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더 잘해야지!”
대연이 악을 쓴다.
“네가 뭘 알아?”
주연이 대연을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네가 어떻게 아냐고? 내가, 내가 얼마나 힘이 들었는 지 알아!”
“그래도 딸이잖아.”
대연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래도 누나는 엄마 딸이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대연이 주연을 노려본다.
“이제 집에 들어가야지.”
혜지의 집 앞에 다다르자 병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집에 가기 싫다.”
혜지가 울상을 짓는다.
“우리 이쁜이, 오늘은 또 왜 그러실까?”
병환이 싱긋 웃는다.
“어서 집에 들어가야지.”
병환이 혜지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나는 집에 가봤자 할 거 없단 말이야. 오빠는 아침 일찍 출근을 했으니까 집에 가서 잠이라도 자면 되는 거지만, 나는 아니라고. 나는 집에 가서 심심해서 죽어버릴 것 같단 말이야.”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네가 좋아하는 드라마 보면 되잖아.”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혜지가 토라진 표정을 짓는다.
“오빠.”
혜지가 투정을 부린다.
“으휴.”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벌써 열 시라고.”
병환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치.”
혜지가 팔짱을 푼다.
“하여간 미워.”
“킥.”
병환이 혜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면 어쩌냐?”
병환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내 집은 안양이고, 네 집은 오이도 인걸. 너를 다 데려다 주고 나면 나는 집에 가는데 한참이란 말이야. 역에서 내려도 바로 역도 아니고 말이야. 너 데리고 가는 것도 충분히 힘들다고.”
“그래도.”
“그만.”
병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혜지야 네가 자꾸 그러면 내가 너무나도 미안하잖아. 내가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건데 너 자꾸 이러면 나 어떻게 하라고?”
“알았어.”
혜지가 입을 내민다.
“그런데 그 핑계 좀 바꿔.”
“뭐?”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뭘 바꿔.”
“항상 똑같아.”
혜지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그냥 일이 피곤해서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하란 말이야. 늘 내 핑계만 대고, 아닌 거 다 아는데 말이야. 정말 오빠가 그렇게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서운해 진단 말이야.”
“아닌데.”
병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나 언제나 진심으로 한 말이란 말이야. 나 정말로 너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는 거라고. 내가 그런 게 아니면 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겠냐? 너도 알잖아. 내가 자존심 빼면 시체라는 거 말이야. 그런데 내가 너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거잖아. 나중에 너 먹여 살려야 하니까.”
“거짓말.”
혜지가 아니꼽다는 표정을 짓는다.
“거짓말 아니라니까.”
병환이 혜지를 꼭 안는다.
“내 심장 소리가 안 들려?”
“오, 오빠.”
혜지의 얼굴이 붉어 진다.
“내 심장은 너를 향해서만 뛰니까.”
“말로만?”
혜지가 투덜거린다.
“음.”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키스. 혜지의 눈이 감긴다.
21살. 남자
사랑은 파랑이다. 언제나 쾌청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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