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스물한 번째 이야기 -
“동창회 다녀 온다더니 일찍 오네?”
“그, 그렇게 됐어.”
주연이 살짝 말을 더듬는다.
“그런데 너 어디 아프니?”
화영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내, 내가?”
“얼굴이 빨개.”
“그, 그냥 밖이 조금 더워서 그런가 봐요.”
“추석 지난 지가 언젠데, 아직 덥다고 그래. 정말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열이라도 나는 거야?”
“아니에요.”
주연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엄마, 저 오늘 조금 피곤해서 그냥 잘게요.”
“저녁 안 먹고?”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러면 그래라.”
“네, 주무세요.”
주연이 황급히 방으로 들어간다.
“우와 전복장이네.”
대연이 미소를 지으며 식탁에 앉는다.
“전복장은.”
화영이 전복장을 식탁에서 치워버린다.
“에? 엄마 왜?”
“네 누나 밥 안 먹는다잖니? 전복장 네 누나 주려고 내 놓은 거거든.”
“에?”
대연이 울상을 짓는다.
“엄마한테는 딸만 자식이고 아들은 자식 아니야?”
“당분간은 네 누나 우선 모드다.”
화영이 대연의 머리를 쥐어 박는다.
“우이.”
대연이 머리를 만진다.
“후우.”
주연이 한숨을 쉰다.
“뭐, 뭐야?
주연이 자신의 입술을 만져 본다. 아직 뜨겁다.
“미치겠네.”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도대체, 도대체.”
주연이 침대에 몸을 던진다.
“후우.”
머리가 복잡하다.
“그냥 남자 친구 있다고 할 걸.”
뒤늦게 후회가 되는 주연이다.
“어떻게 하지?”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하아.”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 몸을 던지는 선재다.
“도대체 그게 무슨 상황이야?”
선재가 미간을 찌푸린다.
“도대체, 도대체.”
항상 주연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믿던 주연이, 사귄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지.
“아, 아닐 거야.”
선재가 애써 미소를 짓는다.
“그, 그래 아닐 거야. 오해, 오해일 거야. 그래, 그, 그래 주연 씨가 그럴 리 없지. 아무렴 그럴 거야.”
선재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오해라고 생각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 주연에게 직접 물어보면 될 것이다. 선재는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전화의 버튼을 누른다.
“후우.”
주연이 왼쪽 엄지 손톱을 깨물었다.
‘Rrrrr Rrrrr’
“엄마야!”
전화벨이 울리자 주연이 움찔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전화기를 들어 액정을 확인한다.
‘내 사랑 선재 씨’
“후우.”
액정에 뜬 번호를 확인하자 더 마음이 심란해진 주연이다. 주연은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귀여 가져갔다.
“여보세요.”
“주연 씨?”
선재가 화색이 만연한 목소리로 주연을 반긴다.
“오늘 잘 지냈어요?”
“아, 네.”
선재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 동창회 잘 했어요?”
“아, 네.”
무언가 놀란 듯한 주연의 목소리.
“집에는 어떻게 왔어요? 많이 늦게 왔을 텐데.”
“혜지가 데려다 줬어요.”
순간 선재의 눈이 흔들린다.
“혜지 씨가요?”
“네.”
선재가 아래 입술을 꼭 깨문다.
“정말 좋은 친구네요.”
“그렇죠. 뭐?”
“그래요.”
선재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지만 선재는 애써 그런 자신의 마음을 깊숙히 숨겨 버린다.
“그런데 왜 전화 했어요?”
“네?”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그냥요. 그냥 주연 씨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아.”
선재가 애써, 목소리를 잡는다.
“많이 늦었다.”
“네.”
“잘 자요.”
“선재 씨도요.”
“네.”
선재가 전화를 끊었다.
“후우.”
오늘은 긴 밤이 될 것 같다.
“왜 항상 오빠만 야근이야.”
“그렇게 됐다.”
병환이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니까.”
“으이고.”
혜지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병환을 바라본다.
“사람이 항상 그렇게 무르기만 하니까 그러지,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 착해 빠져가지고 또 오늘 혼자 야근했지?”
“어?”
순간 병환이 움찔하는 것을 보고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거 봐요. 남들은 다 자기들 집에 갈 거 챙겨서 집에 가는데 혼자서 회사에 몸 바쳐서 야근 하고. 아니 뉴스에서 볼 때는 삼성 야근 다 없어졌다고 하는데 왜 오빠는 혼자서 야근을 하고 그러냐?”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지 뭐.”
병환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럴 거면 헤어져.”
“어?”
병환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보기에 오빠 능력 하나도 안 부족하거든요. 그러니까 한 번만 더 그런 소리 하기만 해 봐. 그랬다가는 정말로 헤어질 줄 알아.”
“그, 그래.”
병환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혜지가 그런 병환의 팔짱을 낀다.
“나는 오빠랑 더 오랜 시간 보내고 싶단 말이야.”
“그래.”
“그런데 늘 오빠가 이렇게 바쁘면 나는 어쩌라고.”
“미안.”
“휴.”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늘.”
“뭐가?”
“회사에서도 그러는 거지?”
“어?”
병환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혜지를 바라본다.
“내가 회사에서도 뭘 그래?”
“회사에서도 늘 미안, 내가 미안. 미안. 그러고 살고 있는 거지?”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눈에 다 보이는 걸?”
“아, 진짜 아닌데.”
병환이 머리를 긁적인다.
“오빠 그렇게 착해 빠져서 어따가 쓰냐?”
“네 남자 친구로.”
병환이 싱긋 웃는다.
“그렇게 웃지마 빙구 같아.”
“치.”
병환이 입가를 씰룩인다.
“너무한 거 아니냐? 너는 오빠한테 빙구가 뭐냐? 빙구가?”
“아니 그렇잖아.”
혜지가 무언가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오빠 그렇게 남한테 챙겨주기만 해놓고서 도대체 오빠 거는 언제 챙기려고 그래? 챙길 수나 있을 거 같아?”
“뭐, 챙기겠지.”
“어이고?”
혜지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오빠의 문제점이야.”
“뭐가?”
병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혜지를 바라본다.
“항상 그렇게 우유부단한 거.”
“겨우?”
혜지가 병환을 바라본다.
“뭐가 겨우야?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순해 빠진 사람이면서!”
“아닌데?”
“응?”
“하고 싶은 거 해.”
“뭘 해? 읍!”
혜지가 병환을 바라보는 순간 병환의 입술이 혜지의 부드러운 입술을 향해 다가온다. 순간 놀란 혜지의 눈이 곧 부드럽게 변한다. 병환의 따뜻한 입술의 온기가 혜지에게도 느껴진다.
28살. 여자
소원?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모두 다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회사 일을 다 잊고 딱 1달 간의 휴가가 주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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